갑작스러운 윤 대통령의 '선언'... 알고 보면 더 황당하다 [전강수의 경세제민]
[전강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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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대통령의 말과 실제 정책이 어긋나는 경우가 여러 번이어서 선언이 정책으로까지 이어질지 의구심이 들지만, 임기 후반의 새 국정 목표라고까지 강변하는 걸 보면 약간의 진정성이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단지 국면 전환을 위해 정치적 '뻥카'를 날리는 것이라면 그냥 무시해도 되겠지만, 조금이나마 진정성이 담겨 있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생각할 거리가 있다.
스스로 양극화를 심화시켜 놓고는 양극화를 타개하겠다니
우선,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는 신자유주의가 요구하는 정책 방향을 충실히 지켜왔는데 양극화 타개는 이 정책 방향과 조화될 수 있을까. 주지하듯이 신자유주의는 규제 완화, 감세, 민영화를 3대 축으로 하는 정책 노선이다.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경제위기를 유발함으로써 참담한 실패를 경험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2월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기업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 빈대떡을 시식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 부터 정기선 HD현대 부사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윤 대통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수석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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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제도의 변경은 경로 의존성이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난 2년 반 사이에 재정 제도는 이미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치달았는데, 역방향 전환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런 유의 정책 트랙 전환에는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실의 추경 편성 입장에 대해 난색을 표명한 것은 그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아무리 기재부 관료들이 '핫바지'로 전락했다고 해도 이 정도는 분별하지 않겠는가.
▲ 서울 시내 아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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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부동산 투기와 금융 투기가 극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투기를 통해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국민소득 계정에 잡히지 않는다. 소득 분배와 자산 분배가 따로 노는 현상은 이 때문에 발생한다. 소득 지니계수(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는 2018년 이후 계속 떨어졌는데(2018년 0.345 → 2019년 0.339 → 2020년 0.328 → 2021년 0.329 → 2022년 0.324), 이는 불평등이 완화되었다는 뜻이므로 일반 국민의 상식과는 전면 배치된다. 통계와 상식의 괴리는 불로소득의 존재로 설명된다. 부동산과 금융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 때문에 소득 불평등이 심화함에도 통계상으로는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불로소득을 포함하는 소득 불평등, 즉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는 정책이 필수적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부동산 보유세고, 금융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금융 이득 과세다. 현 상황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종부세를 통해, 금융 이득 과세 강화는 금투세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부수적으로 불로소득 환수를 상시화하는 방향으로 양도소득세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와 금투세 둘 다를 폐지하고 싶어 한다. 게다가 양도소득세도 대폭 완화하고 싶어 한다. 이와 같은 정책 방향을 유지하면서 양극화를 타개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면 침소봉대일 수밖에 없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선언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선언은 침소봉대가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양극화 타개를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무척 궁금하지만, 선택지는 매우 좁다. 기껏해야 '① 대기업과 슈퍼리치에 대한 감세는 그대로, ② 전체 복지지출 축소도 그대로, ③ 생색을 내기 좋은 좁은 분야에 대한 복지지출 증대 추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양극화 타개 정책으로는 정말 옹색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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