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위기" 발언 직후…삼성 사장단 대규모 인사 초읽기

심서현, 최현주, 박해리 2024. 11.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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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전경. 뉴스1

삼성전자가 이르면 27일 사장단 인사를 낸다. 한종희(모바일·가전), 전영현(반도체), 정현호(사업지원TF) 3인 부회장이 모두 유임되는 가운데, 반도체(DS) 부문은 메모리·파운드리 등 주요 사업부장(사장)이 대폭 물갈이 될 가능성이 크다.

26일 전자·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주말부터 전자 및 계열사 퇴임 임원에 대한 통보와 신임 사장단 공지 등 인사 작업에 착수했다. 27일 혹은 28일 사장단·임원 인사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인사 준비가 진행 중이던 지난 25일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항소심 재판의 결심 공판에서 경영자로서 쇄신 의지를 비쳤다. 이날 최후 진술에서 이 회장은 “현실이 어느 때보다도 녹록치 않다”, “근본적 위기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라고 말했다. 법정 내 발언이지만, 올해 지속된 삼성 위기론을 공개 석상에서 직접 언급한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이 회장은 1심 무죄를 선고 받았고, 2심 판결은 내년 2월이다.

지난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이번 인사의 핵심은 이 회장 발언과 같이 ‘위기 인정’과 ‘쇄신’이다. 한종희(가전·모바일)-전영현(반도체) 투 톱 체제는 유지하되, DS부문은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사업부장 총 3명이 모두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AI)용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서 실기했을 뿐 아니라 삼성 본연의 D램 메모리 경쟁력마저 잃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DS부문 전면 쇄신에 방점을 두는 인사다. 지난 5월 DS부문장으로 깜짝 발탁된 전영현 부회장은 취임 후 D램 개발 전반을 점검하며 ‘현실 직시’와 ‘투명한 소통’을 강조한 바 있다.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 남석우 제조&기술담당 사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등은 중용 가능성이 언급된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와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등 반도체 출신 계열사 대표들의 친정 복귀 여부도 관심사다. 다만 최 대표는 유임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삼성전자 전영현 부회장이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설비 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일각에선 그룹의 콘트롤타워 격인 미래전략실의 부활 가능성에 주목했지만, 사업지원TF 중심의 구조는 유지된다. 그동안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현재 삼성의 위기는 AI와 같은 글로벌 시장 판도를 읽지 못한 데 있으며 이는 각사 경영진이 본인 재임 기간의 단기 성과에만 연연하고 기술적 도전보다 재무·인사 등 ‘숫자 관리’에 집중해서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삼성 내부에선 새로운 기구 부활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사업지원TF의 존재가 문제가 아니라, 책임을 지는 이가 없었던 게 문제”라는 지적에서다.

막대한 선(先)투자와 유동성 관리가 필수인 반도체 사업의 특성 상 재무 상황을 따져 개별 사업을 점검·견제하는 역할은 반드시 필요한데, 견제를 뚫고 사업을 관철하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리더십이 부족했던 게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사내에서는 전영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DS부문 경영진이 이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인사 후 삼성전자 등기임원 구성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현재 등기임원 4인(한종희, 노태문, 박학규, 이정배) 중 DX부문의 한종희·노태문 이사는 유임될 전망이다. 이사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박학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거취와 전영현 부회장의 등기임원 선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반도체 임원들의 퇴임 과정에서 회사의 고민이 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사업이 활황일 때는 ‘메모리 초격차를 전수한다’는 명분으로 퇴임 임원들을 계열사로 이동할 수 있었으나, 메모리 사업이 부진하자 이런 이동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심서현·최현주·박해리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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