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키우는 복제약·CDMO… 약될까 독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셈법도 빨리지고 있다. 트럼프가 내년 1월 취임하면 자국 산업 우선 지원과 수입품 차별 강화로 미국 바이오 패권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품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받는 제약·바이오업계는 관세 이슈에 덜 민감한 편이지만 트럼프의 돌발 행보로 봤을 때 의약품도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트럼프가 중국 견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의 기회는 여전하다. 또 의료비 경감을 위해 복제약 시장 확대 정책을 펴는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강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 사업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어 향후 발 빠른 대응과 경쟁력 강화가 과제로 떠올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전반적인 헬스케어 정책 기조는 의료비 지출 절감이다. 앞으로 미국 내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복제약은 오리지널약과 치료 효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저렴해 의료비 재정 부담을 낮추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넓힐 수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등 바이오시밀러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제약 회사들은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두 기업을 비롯한 한국 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총 14종으로 미국(24종) 다음으로 많다.
셀트리온은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주주 대상 안내문에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통해 타 업종 대비 영업 확대 및 실적 성장 등 순수 사업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비 지출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8%에 육박하는 만큼 약가 인하가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가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 역시 미국 내 한국 바이오시밀러 수요는 최소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중국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한 국가와 기업 간 경쟁이 심화하는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정지은 부연구위원은 “의약 제조환경의 특수성과 규제 및 전환 기간을 고려할 때 생물보안법의 즉각적 수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인도, 유럽, 일본 기업과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 파트너링 확보를 위한 기술·정보 교류, 국제적 평판과 리더십 확보 등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트럼프는 앞서 의약품을 포함한 필수 상품의 중국산 수입 중단을 강조해온 바 있다.
필수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관세 부과 정책이 강화될 경우 국내 CDMO 기업들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후지필름 등 여러 CDMO 기업이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은 아직 미국 내 생산시설이 없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뉴욕 시라큐스에 위치한 다국적 제약회사 BMS의 생산시설을 인수해 CDMO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가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지명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전 대선 후보 등 의료·보건 인사도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변수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케네디 주니어는 비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백신 반대론, 공공보건에 관한 음모론, 정부의 대체 의학 지원 등을 지지한 바 있다”며 “그가 식품의약국(FDA) 운영에 직접 개입해 약물 승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시장에서는 신약 허가 지연, 약가 상한제, 광고 금지 등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 환경에 지각 변동이 임박한 만큼 한국 정부가 기업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다음 달 윤석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국가바이오위원회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불확실성이 큰 정권으로 실제 그가 취임해야 구체적인 전략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에 대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을 대비해 정부가 함께 기업 대미 협상력 제고와 대응 논리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은행 점포 통폐합 가속화… 5년간 1189개 사라졌다
- “국회의원 90%가 조선인 같네” 日발레리노 발언에 발칵
- ‘enshittification’ ‘demure’ ‘brat’… 올해의 단어들
- 청소년이 사면 어쩌려고…‘비대면 주류 판매’ 무인점포 첫 적발
- 서울 원룸 평균 월세 77만원… 5개월 만에 최고
- 트럼프 “펜타닐 해결 때까지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
- “정우성 양육비 월 300 이상일 듯… 상속도 100%”
- “팔자, 어떻게? 싸게!” 중국 D램 무시무시한 반값 공세
- [단독] ‘4조원대’ 콕코인 관련 사건 경찰 불송치에 檢 “재수사”
- 이젠 오피스텔도 ‘주택’…주거 활용 제한 규제 전면 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