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생산국 방해공작 되풀이…한국 정부 차단 나서
[그리니엄 김지연]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이하 5차 회의)'가 25일 개막했습니다.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이번 회의는 오는 12월 1일까지 열립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제사회는 5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협약 내 주요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22년부터 4차례의 회의(①우루과이 ②프랑스 ③케냐 ④캐나다)를 거쳐 연내 협약을 성안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후 내년 중순 전권외교회의를 열고 협약을 타결한다는 계획입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다자 간 환경협약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성안된 협약으로 기록됩니다.
그러나 논의 시작 전부터 5차 회의에서 협약 성안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높았습니다. 이전 회의에서부터 정리되지 못한 쟁점이 산적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표단들이 '비공식 협약 초안'을 기반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데 합의를 이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INC 의장, 속도전 위해 만반의 준비
해당 초안은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위원회 의장이 지난 10월 제안한 '제3차 비공식 외교문서(이하 3차 비공식 문서)'에 담겨 있습니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빠른 논의를 위해 정리된 문서를 제안했습니다.
79쪽 42개 조항에 달하는 4차 회의 결과 문서를 18쪽 31개 조항으로 대폭 간소화했습니다. 폐기물 관리 등 합의가 진전된 부분은 정리된 문구가 제시된 것이 특징입니다. 최대 쟁점인 생산 감축에 대해서는 '공급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정도의 문구가 담겼습니다. 외교적 중요도가 낮은 비공식 문서인데도 5차 회의의 출발점으로 논의를 가속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았습니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빠른 논의를 위해 주요 쟁점을 4개 분과회의(컨택그룹)에서 나누어 협상할 것도 지시했습니다. 각 컨택그룹에서 논의된 내용은 본회의(플래너리)에서 공유·의결됩니다.
4개 컨택그룹이 맡은 의제는 각각 다음과 같습니다. 1그룹은 ▲플라스틱 제품 ▲우려 화학물질 ▲제품 설계 ▲생산·공급 관련 측면을 맡습니다. 2그룹은 ▲폐기물 관리 ▲배출 및 누출 ▲기존 플라스틱 오염 ▲정의로운 전환을 담당합니다. 3그룹은 재정 메커니즘 설립 등 재원을, 4그룹은 국가 계획 등 이행에 대한 부분을 논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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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에서 열린 5차 회의(INC-5) 첫날 오후 중국 측이 3차 비공식 문서 수용 뜻을 밝혀 현재는 해당 문서를 기반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
| ⓒ 그리니엄 |
첫날 오전 본회의까지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그룹이 해당 문서를 협상의 기초로 삼는 것에 분명하게 반대했습니다. 아랍그룹은 성명에서 "많은 국가가 이 문서가 자국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누락된 국가의 의견을 포함해 균형 잡힌 개정안을 제시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3차 비공식 문서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것에 지지를 밝힌 국가·그룹은 한국을 포함해 29곳뿐이었습니다. 일본 등 20개 국가·그룹도 해당 문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랍그룹이 주장을 바꾸지 않으면 3,000여 개의 괄호가 포함된 초안을 기반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했던 상황입니다. 위원회 회의는 대표단의 만장일치로 의결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같은 날 오후 중국 측이 3차 비공식 문서 수용 뜻을 밝히며 전환됐습니다. 이전까지 산유국과 뜻을 같이했던 것에서 달라진 것입니다. 현재는 3차 비공식 문서를 기반으로 협상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6일 남은 국제회의 남은 쟁점 3가지
그렇다면 남은 쟁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난 4차 회의를 거치며 협약의 주요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좁혀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동안 협약의 주요 쟁점으로는 5가지가 꼽혔습니다. ▲플라스틱 생산 규제 ▲우려 화학물질 규제 ▲문제성 플라스틱 규제 ▲제품 디자인·성능 ▲재원·기술 지원 등입니다. 이중 문제성 플라스틱 규제와 제품 디자인·성능 등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합의가 진전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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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연합(EU)과 한국 등 68개국이 가입한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은 강력한 규제를 요구한다. 반면, 사우디 등 6개국으로 구성된 ‘플라스틱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제연합(GCPS)'은 재활용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
| ⓒ 그리니엄 |
유해한 플라스틱·화학물질에 대한 규제 설정을 두고는 대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은 폴리염화비닐(PVC) 등 유독성 물질이 포함된 플라스틱에 대한 사용 규제를 요구합니다. HAC는 공동의장국 노르웨이·르완다를 포함해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68개국이 가입해 있습니다. 한국 또한 2022년 출범부터 함께하고 있습니다.
반면, HAC에 대응하는 협의체인 '플라스틱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제연합(GCPS)'은 과학적 근거를 더 충분히 검증해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우디·중국·러시아·쿠바·바레인·이란 등 6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인도·브라질 역시 비공식적으로 GCPS에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② 플라스틱 공급
플라스틱의 업스트림과 관련된 쟁점입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선 생산 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HAC와 폐기물 관리만으로 가능하다는 GCPS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번 5차 회의에서는 팽팽했던 대치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세계 2위 생산국인 미국이 지난 4차 회의 이후 생산 감축에 대한 지지 뜻을 표명했기 때문입니다. 단, 최근 미국 정부는 생산감축을 위해 강도 높은 규제를 설정하자는 기존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1위 생산국인 중국도 실질적 협상에 나서겠단 의지를 표명하고 있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동안 산유국과 입장을 같이 했던 생산국들이 입장 변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다만, 그는 중국이 이같은 의지를 실천할지는 남은 총회 기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③ 재원 마련
마지막 사항은 재원 마련입니다.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해 개발도상국은 전담기금 신설을 요구합니다. 반면, 선진국은 기존 재원 활용을 주장하며 합의가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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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개막한 가운데 유엔환경계획 기자회견에서 한민영 외교부 기후환경외교국 심의관이 발언하고 있다. |
| ⓒ UNEP |
한편, 강력한 협약 성안을 원치 않는 국가들이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태도가 이번 회의에서도 되풀이 됐습니다. 회의 절차나 논의 순서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식입니다. 일종의 지연 전술로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열린 지난 2차 회의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5일의 회의 기간 중 3일이 채택 규정에만 소요됐습니다. 이같은 지연 전술은 지금까지도 협약 논의가 더딘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됩니다.
이번 5차 회의에서는 인도·이란·파키스탄 등이 모인 유사입장그룹(LMG)과 아랍그룹이 목적·범위·원칙도 논의 대상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해당 조항에 대한 발디비에소 의장의 제안을 거부하고 다시 처음부터 논의하자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과 뉴질랜드는 관련 사안이 이미 각 그룹에 할당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발디비에소 의장을 신뢰하고 그룹 내에서 작업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 또한 이같은 지연 전술에도 협상 진행을 돕기 위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포브스 그린피스 캠페인 리더는 본회의 당시 한국 정부가 '우리는 이미 합의에 이른 것 같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자'라고 말하며 방해 전술을 초기에 차단했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는 "비록 작은 행동이었지만 이러한 차단에 저항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전 세계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후테크 전문매체 그리니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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