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과거사 타협 않겠다는 정부, 이제 와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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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기 기자]
▲ 24일 오후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모식'에서 한국 정부 대표자와 관계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
ⓒ 연합뉴스 |
일본으로선 당혹스러울 것이다. 한국 정부에는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의 국적은 일본'이라거나 '사도광산 등재 반대는 한풀이 자폭'이라는 국무위원들이 있는데, 겨우 추도사 하나를 문제 삼았으니 말이다.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은 추도사에 조선인을 강제동원해 노동을 착취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는 대신 "광산 노동자 중에는 1940년대 일본의 전쟁 중 노동자에 관한 정책에 기초해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온 많은 분이 포함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조선인 노동자가 동원된 것이 일본 정부의 전시 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서술은 당시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다. "전시기 조선반도 출신자의 징용은 국제법상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방침을 고수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이라는 말도 '조선반도 출신자' '조선반도에서 온 노동자' 등의 표현으로 바꿔 쓰고 있다. 여기엔 일제강점기 조선인도 일본의 국민으로, 이들을 동원한 것은 일본의 법령에 따른 합법적인 정책이라는 의도도 깔려 있다. 역시 강제동원이라는 규정을 피해 가기 위한 언술이다.
윤석열 정부를 2년 반 넘게 상대해 온 일본 정부로선, 이같은 인식이 한국 정부 내에서도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 김문수 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8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 유성호 |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월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한국의 국무위원들이 '일제강점기 우리 조상의 국적은 당연히 일본'이라 강변하고 '등재 반대는 자폭'이라는데, 일본 스스로 굳이 '강제동원'을 인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한국의 찬성을 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이미 이뤄낸 일본으로선 한국 정부에 약속한 두 가지를 이행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갑자기 드러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
이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정부와 유족이 일본 측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한 일은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피해자 유족들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곤란한 노동"이라는 등의 말로 강제동원을 희석한 이상한 추도식에 들러리를 설 뻔 했다.
외교부는 24일 현지에서 유족들과 함께 자체 추도식을 열기로 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우리 자체 추도 행사 개최는 과거사에 대해 일 측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문이다. 그 '확고한 의지'가 왜 이제야 드러났는가. 세계유산 등재 협상 과정에서 진작에 그 '확고한 의지'가 나타났어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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