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뜬 거대한 '감시의 눈'... 최종 협상회의

김보성 2024. 11. 2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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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협약 회의로 벡스코로 몰려든 각국 대표단, 그린피스·환경단체 곳곳서 퍼포먼스·기자회견

[김보성 kimbsv1@ohmynews.com]

 국제플라스틱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가운데, 이날 그린피스가 회의장 인근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에 6000여 명의 세계 시민 초상화가 담긴 가로 30미터 세로 24미터 크기의 초대형 '감시의 눈' 깃발을 띄웠다.
ⓒ 김보성
"#WeAreWatching(전 세계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플라스틱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열린 25일 오전. 이곳으로부터 직선거리 1km 정도 떨어진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에 건물 10층 높이의 크레인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휘날린 상징물은 가운데에 눈 모양이 선명한 가로 30m, 세로 24m 크기의 초대형 깃발이었다.

그린피스가 6000명 초상화 모아 '눈' 깃발 내건 이유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협약 성안을 위해 각국의 정부 대표단과 비정부기구 옵저버 등 수천 명이 부산을 찾자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회의장 인근에 초대형 감시의 눈을 띄웠다. 스위스 예술가 댄 아처(Dan Acher)와 협업으로 만들어진 이 깃발에는 강력한 플라스틱협약 성안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그린피스는 영화배우 윌리암 샤트너, 제임스 크롬웰 등을 포함해 전 세계 시민 6472명이 초상 사진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여러 국가의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힘을 보탰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정부 대표단은 특정 산업의 이익이 아니라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며 결단을 요구했다.

내년 외교전권회의 이전 다섯 번째 협약 회의가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윤석열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김나라 캠페이너는 "협상 개최국이자 우호국 연합(HAC) 소속 국가로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를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끌어내는 데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플라스틱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가운데, 이날 그린피스가 회의장 인근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에 6000여 명의 세계 시민 초상화가 담긴 가로 30미터 세로 24미터 크기의 초대형 '감시의 눈' 깃발을 띄웠다.
ⓒ 김보성
 국제플라스틱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가운데, 이날 오전 개막식에 앞서 기후위기비상행동, 플라스틱협약 부산시민행동, 플뿌리연대와 세계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강력한 협약 성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 김보성
이로부터 1시간 뒤인 9시 20분에는 협상장 바로 밖에서 '플라스틱 즉각 감축' 외침이 쏟아졌다. INC-5 개막식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기후위기비상행동, 플라스틱협약 부산시민행동,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등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벡스코에 한데 모여 "구속력 있는 목표와 책임있는 이행 계획이 담긴 규제를 마련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지난 22일 BFFP(Break Free From Plastic)가 발표한 10개국 시민 대상 설문조사를 설명한 유새미 플뿌리연대 활동가는 "응답자의 84%가 생산 감축을 원하며 그 책임은 정부와 기업에 있다고 답했다"라면서 이번 회의의 임무를 내세웠다. 노현석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은 "퇴출 선포로 내일 당장 플라스틱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어느 길로 갈지 선택할 수 있다"며 부여된 책임을 강조했다.

해양학자이자 기후학자인 세계소각대안연맹(GAIA) 닐 탕그리 활동가는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엄청난 기후발자국을 남긴다"라면서 전 주기에 걸쳐 온실가스를 생산한단 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구의 온도 상승을 억제하려면 보다 급격한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그는 매년 최소 12%에서 17%씩 줄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부산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 프랑스 파리, 케냐 나이로비, 캐나다 오타와 등을 거쳐 플라스틱협약 성안을 위한 마지막 절차다. 플라스틱이 생명과 지구를 위협하자 세계는 지난 2022년 유엔환경총회 결의를 통해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의 '해양 플라스틱 오염과 국제 플라스틱협약' 보고서를 보면 1950년대 150만 톤 수준이었던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 4억6000만 톤으로 300배 넘게 늘어났고, 이대로면 12억 톤(2060년) 규모로 급증할 예정이다.

이런 문제 속에 이번 회의 핵심은 플라스틱의 원료인 1차 폴리머 생산을 포함해 폐기까지 실질적 조처가 담긴 협약을 성안할 수 있느냐 여부다. 모두가 플라스틱 문제에 공감하지만, 우호국과 비우호국,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간격이 분명해 합의 여부를 예상하긴 어렵다. 의사결정 방식이 만장일치제인 만큼 강력한 규제보단 '큰 틀의 합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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