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월 70만원 받는데 또 예산 삭감?… 학교 예술강사들 "미래가 안 보여요"

최나영 2024. 11. 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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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도 학교예술강사 예산 72% 삭감안 국회 제출… 국회 문체위서 일부 증액, 예결위 심의 중

[최나영 기자]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지난 10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사당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예술교육 예산 복원을 촉구했다.
ⓒ 학교비정규직노조 예술강사분과
[기사 수정 : 12월 26일 오전 10시 26분]

"사실 저는 앞이 보이지 않고 막막해요. 강사 입장에서는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는 게 너무나 불안하거든요."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화를 가르치는 예술강사 김아무개(50)씨가 22일 <소리의숲>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올해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아래 예술강사 예산)을 지난해보다 약 50% 삭감한 데 이어, 내년도 예산도 삭감하려는 상황을 언급하면서다.

정부가 올해 예술강사 국고 예산을 절반 정도로 삭감하면서, 이미 김씨의 예술강사 올해 수입은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김씨는 지난해까지 매년 약 300시수를 배정받았는데 올해는 절반가량인 160시수만 배정받았다. 예술강사는 시수당 강사료를 받는다. 김씨는 예술강사 일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올해 마트, 물류센터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부족한 생활비를 채웠다. 김씨는 "예술강사여서 정기적인 일을 구하기 어렵다. 예술강사 업무를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일용직밖에 없더라"라며 헛웃음을 쳤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에게 내년은 더 막막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정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도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약 72% 삭감한 안으로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예술강사 예산으로 80억 8700만 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예산은 287억 3600만 원이었다.

이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내년도 해당 예산을 약 128억 원가량 증액한 약 208억 원 규모로 통과시키긴 했지만, 여전히 올해 예산보다 줄어든 액수다.
 예술강사가 학교에서 진행한 수업에서 학생들이 만든 장구.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유튜브 채널 갈무리
정부, 관련 예산 지방으로 이관한다지만… 교육청 예산 증액은 '미지수'

학교 예술강사는 초·중·고등학교 교과시간에 각각 국악·연극·무용·영화를 비롯한 8개 분야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진행하고 있는 예술강사지원사업의 일환이다. 대부분 3월부터 12월까지, 또는 그 기간 내에 더 적은 개월 수의 근로계약을 맺는다. 한 주에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이자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인 셈이다.

시수당 강사료는 4만 3000원이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예술강사분과에 따르면 올해 예술강사들의 평균 임금은 월 약 70만 원 정도에 그쳤다. 예술강사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대부분 김씨처럼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석주 노조 예술강사분과장은 "강사들마다 임금이 다르지만, 이대로라면 내년엔 강사들의 월평균 임금이 약 50만 원 정도로 더 줄어들 것 같다"며 "예술강사들은 이미 '최최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으로 살고 있는데 내년엔 근무조건이 더 열악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학교 교육활동 예산을 지역 교육청으로 이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술강사들은 내년도 지방교육재정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예산부터 삭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실제 대부분의 교육청은 예술강사 예산을 증액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노조 예술강사분과가 최근 17개 시·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경남·전북·울산·충남을 비롯한 일부 교육청은 관련 예산을 증액해 편성했지만, 대부분 교육청은 해당 예산을 동결했다.

관련 예산을 되레 삭감한 교육청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석주 분과장은 "아직 해당 예산에 대한 심의가 마치지 않는 등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교육청들은 올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해당 예산을 편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예술강사분과 간부 2명이 지난 9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궐기대회에서 학교 예술강사 예산 복원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학교비정규직노조 예술강사분과
"예산 삭감 반대… 예산 이관하려면 상호 대화 거쳐 점층적으로 해야"

이에 예술강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성 분과장은 "주위 예술강사들 중에는 '이제 견디기 힘들고 지쳤다'며 학교를 떠나 다른 일을 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며 "남아 있는 예술강사들은 아르바이트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올해 예산 삭감으로도 이미 예술강사는 지난해 5000명에서 올해 4800명으로 줄어들었다.

예산이 삭감되면 학생들의 교육의 질도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이 해당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회 자체도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씨는 "예술 수업은 특정한 교재나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강사 개인의 역량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아무래도 강사가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쉬지 못하면 컨디션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 내내 마트에서 시식 알바 하다가 월요일에 수업하러 가면 목이 잠기고 피곤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예술강사들은 예술강사 예산을 복원할 것을 촉구했다. 성 분과장은 "예산 삭감을 반대한다.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만약 교육청으로 예산을 넘겨야 한다면, 일방적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상호 대화해서 고용이나 임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 예술교육을 하는 것에 지장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차츰차츰 이동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김씨도 "예술강사 지원사업의 취지가 학교에 현장 예술가를 보내는 것과 예술가의 최저한의 생계 보장 지원"이라며 "그런데 지금 이 사업은 예술가를 오히려 착취하는 구조라서 원래 취지대로 최저한의 생계가 유지될 수 있게끔 처우가 많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예술강사들은 해당 예산이 확정될 때까지 국회와 교육청 앞에서 피케팅을 비롯해 예산 증액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소리의숲'(https://forv.co.kr)에도 실립니다. ‘소리의숲’은 2024년 9월 문을 연 1인 언론입니다. 소리의숲 홈페이지에 들어오시면 더 많은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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