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의 무분별한 기소, 당하는 사람이 결국 대통령 된다

강명구 2024. 11.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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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뉴욕 직설] 미국과 브라질 사례가 윤석열 정부에 던지는 경고

[강명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9일 텍사스 브라운스빌에서 열린 SpaceX 스타십 로켓의 여섯 번째 시험 비행 발사를 관람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파격적인 인사가 미국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40대 초중반 중심의 2기 내각과 참모진 구성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그중 가장 큰 논란은 42세 맷 게이츠의 법무장관 지명이었다. 게이츠는 과거 성 스캔들로 연방수사국(FBI) 수사와 하원 윤리위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가 법무부를 정적 탄압 도구로 삼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던 와중에 지난 금요일 스스로 물러났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더 근본적으로 막말과 성추문, 91개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가 어떻게 재기에 성공했을까? 주된 요인은 '사법의 정치화'다. 민주당 성향 검사들의 과도한 기소는 트럼프에게 자신을 '정치적 박해의 희생양'으로 포장할 빌미를 제공했고, 이는 역설적으로 그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985년 민주화를 이룬 브라질도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주요 정치 국면마다 판사-검사유착 카르텔이 개입해 시민의 뜻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국 민주주의 퇴행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트럼프의 재기: 사법의 정치화가 부른 역설
 지난 7월 15일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개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머그샷 사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자신의 X에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경찰에서 찍힌 머그샷과 함께 "Never Surrender(절대 항복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올렸다.
ⓒ AFP/연합뉴스
트럼프에 대한 총 91건의 형사혐의 기소는 세 갈래로 진행되었다. 뉴욕 맨해튼 검찰은 '입막음용 돈' 관련 34건, 조지아주 지방검찰은 선거 개입 시도로 13건을 기소했다. 연방 특별검사는 기밀문서 무단 반출 40건과 2020년 1월 의사당 사태 관련 4건을 기소했다. 이러한 기소들은 오히려 트럼프 지지자들을 더욱 결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맨해튼 검찰의 기소는 정치적 의도가 뚜렷했다.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에게 지급한 13만 달러 은폐 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연방법 대신 뉴욕주법을 적용해 선거자금법 위반죄로 기소했다. 또한 하나의 은폐 행위를 34건의 개별 문서 위조로 쪼개 기소했다. 이는 대통령 사면권을 무력화하고 혐의를 최대한 부풀리려는 시도로 보였다.

이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들은 민주당 소속 검사가 사적 거래를 선거자금법 위반으로 억지 해석하고, 단일 행위를 인위적으로 분할해 과도하게 기소했다며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은 오히려 트럼프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조지아주 지방검사의 기소는 법 적용의 무리함과 검사장의 비리로 정당성 논란을 빚었다. 검찰은 2020년 대선 결과와 관련해 트럼프가 "1만 1780표만 찾아달라"고 요구한 통화 녹음을 근거로 13개 혐의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마피아 등 조직폭력배 처벌에 사용하는 조직범죄처벌법(RICO)을 적용했다. 트럼프 측은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정치인의 헌법상 보장된 정당한 권리라고 반발했다.

기소의 정당성은 검사장의 윤리 문제로 더욱 훼손됐다. 검사장이 자신이 임명한 특별검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호화 휴가를 즐긴 사실이 드러났으며, 금전적 이해충돌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로 인해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고, 트럼프 진영의 '정치적 박해'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연방 특별검사의 기소 역시 정치적 역효과를 낳았다. 기밀 문서 무단 반출 혐의(40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재직 시의 유사 사건과 비교되며 '정적 제거용 기소'라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바이든은 불기소 된 반면 트럼프만 기소되어 '정치적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일었다. 의사당 난입 사태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트럼프 측은 선거 결과 문제 제기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라고 반박했다. 또한 2024년 대선을 앞둔 시점의 기소는 '선거 개입' 논란을 야기했다.

이런 일련의 기소는 역설적으로 트럼프를 기성 정치와 기득권 질서에 도전하는 개혁적 리더로 인식되게 했다. 그를 향한 끊임없는 법적 공세는 '기득권 체제'에 맞서는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강화했다. 특히 지난 7월과 9월의 암살 시도 실패 사건은 이러한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최상위 0.1% 기득권 계층 출신인 트럼프가 오히려 저소득, 저학력 계층, 심지어 이민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민주당은 트럼프를 중범죄자이자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규정하면 쉽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안일하게 판단한 듯하다. 바이든의 고령 문제나 경제, 이민 정책의 실패를 덮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유권자들의 실제 우려와 기득권 질서에 대한 불만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전략적 오판이었다.

트럼프를 기소한 검사들의 정치적 배경도 주목할 만하다. 연방 특별검사는 법무 장관이 임명했고, 맨해튼과 조지아주의 기소는 민주당 소속 검사들이 주도했다. 미국은 44개 주에서 약 2300명의 지방검사를 4년 임기로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데, 이 기소 검사들도 선출직이다. 이로 인해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무리한 법 적용과 기소를 남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룰라 대통령의 몰락과 부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2023년 12월 20일 수도 브라질리아의 플라날토궁에서 열린 장관급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사례 또한 사법의 정치화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룰라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빈곤 퇴치와 경제 성장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2014년 3월 시작된 '라바 자투(Lava Jato)' 수사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돈세탁 혐의로 시작된 이 수사는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 여러 건설회사, 정치인들 간의 대규모 부패/선거자금 스캔들로 확대되며 브라질 사회를 뒤흔들었다. 당시 이 조사를 주도한 연방 형사법원 판사 세르지우 모루는 룰라와 가족, 변호인의 통화를 불법 감청하고 이를 언론에 유출했으며, 체포 영장까지 언론에 흘리는 등 인권과 무죄추정의 원칙도 무시한 편파적 수사를 진행했다.

결국 룰라는 페트로브라스 자금으로 해변 아파트와 시골 별장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2017년 7월 9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1월, 연방 고등 법원에서 형량이 12년으로 늘어나면서 구속수감 되었다. 이로 인해 그는 같은 해 대선 출마 자격을 잃었고,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후 수사를 주도했던 모루 판사가 보우소나루 정부의 법무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졌다.

2019년 6월 상황이 급변했다. 탐사보도 언론매체였던 <더 인터셉트 브라질>이 모루 판사와 검찰 간의 비밀 대화를 공개한 것이다. 이는 수사와 재판 과정의 심각한 편향성과 불법성을 드러냈다. 2021년 3월, 브라질 대법원은 모루 판사의 편파성을 인정하고 룰라에 대한 모든 유죄 판결을 무효화했다. UN 인권위원회도 2022년 4월,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기소 과정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생활권, 정치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브라질 시민사회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룰라 지지자들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민단체들은 지속적인 집회와 온라인 캠페인을 통해 사법 정의 회복을 요구했다. 언론인들의 끈질긴 취재와 폭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힘이 결국 대법원의 판결 무효 결정과 룰라의 정치적 복귀를 이끌어냈다. 이후 2022년 10월 대선에서 룰라는 극적으로 승리를 거두며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한국의 '사법 정치화'에 던지는 교훈
 2019년 9월 25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트럼프와 룰라의 사례는 민주주의 성숙도와 무관하게 어떤 나라든 사법의 정치화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적 갈등을 사법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다. 한국도 민주화 이후 판사-검사 유착 카르텔이 주요 정치적 국면마다 개입해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이런 퇴행을 막으려면 사법 기득권 구조의 개혁이 시급하다.

현 정치 상황은 이런 구조 개혁의 시급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검사가 수사로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를 지었으니 거부하는 겁니다"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발언은 현 정부의 행태와 극명히 대비된다. 자신과 가족에 대한 수사는 막으면서 반대편만 검찰을 동원해서 탈탈 터는 식의 권력 행사는 누가 봐도 편파적이고 불공정하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위험한 행태다.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법과 권력은 공명정대하게, 그리고 투명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권력에 정당한 권위가 부여된다. 검찰권을 동원한 협박과 겁박으로는 결코 민주시민을 굴복시킬 수 없다. 피로 쓴 우리의 민주화 역사와 세계의 수많은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칼을 함부로 휘두르면, 그 휘두른 자가 베이고 다친다. 동서고금의 진리다. 역사가 되풀이하여 일깨우는 준엄한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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