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 속에 3000원" 붕어빵 이어 겨울 간식된 타코야끼의 역사 [日요일日문화]
향토음식과 접목…문어 넣어 '타코야끼'로 탄생
편집자주
몸도 마음도 나른한 일요일. 국제부 출신 기자가 일본 문화와 관련한 재밌는 읽을거리를 전해드립니다.
이제 날씨가 제법 쌀쌀하네요. 외투에 현금 3000원 넣고 다니는 계절이 됐죠. 붕어빵 파는 곳 있으면 언제든지 사 먹어야 하니까요.
이 시기 붕어빵에 이어서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이 타코야끼인데요. 예전에는 문어빵이라고도 많이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일본 이름 타코야끼로 그대로 부르더라고요. 이 타코야끼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음식일까요? 오늘은 겨울 간식으로 떠오른 타코야끼의 역사에 대해 들려드립니다.
포장마차에서 시작된 타코야끼
타코야끼의 시초는 쇼와시대라고 합니다. 쇼와시대는 2차세계대전 전후를 포함한 시기인데요. 당시 오사카에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오사카에 노동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이들을 위한 간식 포장마차들이 많이 생겨났는데요. 이때 유행하던 것 중 하나가 '쵸보야끼'라고 불리던 것입니다. 사실상 타코야끼의 초기 버전이라고도 불리는데요. 물에 푼 밀가루에 간장으로 간을 하고 작은 구멍이 있는 틀에 붓고 다진 곤약, 파, 생강 등을 넣고 직사각형으로 구워내는 음식입니다. 원래 동네 구멍가게에서 아이들의 인기 간식으로 판매되고 있던 것이라고 해요. 이것이 포장마차 간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당시 기술의 최첨단으로 불리던 라디오의 출시에 발맞춰 '라디오야끼'라는 이름으로도 파는 곳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지금의 타코야끼 모양과 흡사한 음식이 또 있는데요. '아카시야끼'라고 부르는 음식입니다. 밀가루에 달걀, 육수를 섞은 반죽에 문어를 넣어 구워 가다랑어나 다시마로 우린 국물에 찍어 먹는 아카시시의 향토 음식인데요. 아카시시 인근 바다가 일본에서 대표적인 문어 서식지로 꼽히기 때문에 많이 잡히는 문어를 넣는다고 해요. 형태는 타코야끼와 비슷한 동글동글한 모습인데, 사실상 달걀을 구워낸 거라 맛은 좀 달랐다고 하네요.
이 쵸보야끼와 아카시야끼를 합친 것이 지금의 타코야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초는 1933년 엔도 토메키치라는 사람이 시작한 라디오야끼 포장마차인데요. 여기서는 원래 간장으로 양념한 소고기를 잘게 썰어 넣어 판매해 아이가 아니라 어른들이 많이 찾았다고 해요. 그러다 앞서 말씀드린 아카시야끼의 고향 아카시시에서 온 손님이 "우리 고장에서는 문어를 넣는데 한번 시도해보세요"라고 조언한 것에서 힌트를 얻게 됩니다. 고기 대신 문어를 넣고 간장 육수를 반죽에 넣어 맛을 내기 시작했는데요. 일본어로 '타코'로 불리는 문어가 들어갔기 때문에 라디오 야끼 대신에 '타코야끼'라고 이름을 지어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원조 타코야끼의 특징은 소스가 없다는 겁니다.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갈색 소스, 마요네즈, 파래김, 가쓰오부시 없는 기본에 충실한 형태인데요. 원래 소스 없이 손을 더럽히지 않고 식어도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엔도씨가 고안한 타코야끼라고 해요. 그래서 아이즈야에서는 개업 후 80년이 넘는 지금의 시점까지도 타코야끼에 소스를 뿌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2차세계대전 이후 들어온 '타코야끼 소스'
타코야끼에 소스를 뿌리는 것은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부터입니다. 영국 우스터 소스를 기반으로 일본에서 돈가스 소스를 개발하면서 뿌리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후 1964년 우리나라에도 요즘 알려진 오코노미야키 소스 '오타후쿠 소스'가 개발되면서 이것이 널리 쓰이게 됐다고 해요. 지금처럼 갈색 타코야끼 소스를 뿌리고 김 가루와 가쓰오부시를 얹고 배 모양의 접시에 이쑤시개를 꽂아 올려주는 지금의 스타일은 이때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저는 타코야끼에 마요네즈를 뿌리는 것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더해준다고 생각하는데, 마요네즈를 뿌리는 역사는 얼마 안 됐다고 해요. 예전에는 뿌리면 하와이안 피자에 경악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굉장히 반감을 샀다고 합니다. 1974년 코가류라는 가게에서 마요네즈를 격자 모양으로 얇게 뿌려주는 타코야끼를 선보였는데, 부정적 여론에도 "싫은 분은 빼달라고 말씀하세요"라고 꿋꿋하게 고수한 결과 타코야끼에 마요네즈를 뿌리는 것도 굳혀졌다고 합니다.
정석인 오사카 타코야끼는 반죽을 틀에 부은 뒤 문어와 파,홍생강을 넣고 마지막에 '텐까스'로 부르는 튀김 부스러기를 골고루 뿌려준 뒤 굽는 것이라고 해요. 우리나라 휴게소 우동에 넉넉히 올려주는 바삭한 튀김 부스러기인데요. 이것을 마지막에 넣어줘야 겉이 바삭해지고, 튀김 부스러기의 기름이 나오면서 감칠맛도 생긴다고 하네요.
타코야끼와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우리나라 부산과 많이 닮았다고 부르는 오사카에서는 타코야끼를 빨리 구워 내주지 못하면 손님들이 "됐다"며 다른 가게로 옮겨 버리는 경향도 있다고 해요. 대신 도쿄에서는 천천히 구워내도 기다려주는 편이라고 하는 믿거나 말거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 같은 관서 지방이지만 오사카와 교토에서 타코야끼를 취급하는 방법도 다르다고 하는데요. 오사카에서는 낮 매출이 크지만, 교토에서는 술안주로 타코야끼를 곁들이기 때문에 저녁 시간 매출이 더 높다고 합니다. 영업시간도 오후 5시 이후인 곳들이 많다고 해요.
가게에서 사용하는 타코야끼 철판도 동판파와 철판파로 갈린다고 하는데요. 동판은 열전도율이 높아 타코야끼가 빠르게 구워진다고 해요. 철판은 천천히 구워지는 대신 맛이 좀 더 깊다는 이야기가 있네요. 그래서 유명한 가게여도 동판에 굽는 곳, 철판에 굽는 곳으로 갈린다고 합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오사카 사람들에게는 타코야끼에 대한 자부심을 은연중에 발견할 수 있답니다. 오사카 사람이라면 집에 타코야끼 틀은 무조건 갖고 있다라는 이야기도 유명하죠. 또 홈파티 개념으로 집에 친한 사람들을 불러 타코야끼를 같이 구워 먹으며 이야기하는 '타코파'도 있는데요. '타코야끼 파티'의 줄임말입니다. 시중에 파는 것과 달리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김치, 옥수수, 명란 등 집마다 다양한 재료를 넣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한국 김'도 집에서 만드는 타코야끼의 참신한 재료로 떠 올랐다고 하네요.
이렇게 음식 하나에도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니 신기하죠. 요즘은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닭볶음면과 타코야끼를 곁들여 먹는 게 최고의 조합이라고 하는데요. 일본에서도 젊은 친구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좀 나고 있는 것 같아요. 하긴 맛있게 먹는데 국적이 어디 있나요. 진정한 한일합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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