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400만원에 통째로 털렸다…'신주단지' 당원명부 흑역사
“특정 캠프 핵심관계자가 책임당원 명부를 명태균씨 측에 통째로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무 감사는 강제 조사권이 없고, 일방적으로 당원 명부를 공개할 수도 없다.”(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
최근 여의도에서 ‘당원 명부’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시작은 지난달 국정감사 기간 불거진 명태균씨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었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의원 및 당원 56만8000여명의 전화번호를 입수해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의 압도적 우위였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해당 여론조사가 윤석열 대세론을 유포하는 데 쓰였다면 여론조작으로 경선결과에 영향을 미친 범죄”라며 당원명부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그렇게 비화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미래한국연구소에 넘겨진 당원 연락처는 안심번호(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가상번호)로 실명과 진짜 전화번호는 노출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논란 직후 국민의힘은 “조사 후 필요하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달 들어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가족들 명의로 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 비방글이 올라왔다는 ‘당원게시판 논란’을 통해 당원 명부가 재차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친윤계의 당무감사 요구에 친한계가 “당원명부 강제 공개는 불법”이라고 맞섰기 때문이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 TV방송에 출연해 “당무감사는 당직을 수행하는 사람에 대해 하는 것인데, 일반 당원에 대해 어떻게 하느냐”며 “명태균씨 쪽에 당원 명부 50만 개가 넘어갔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당무감사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정당법 56조는 ‘당원명부의 열람을 강요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원 명부가 당의 핵심 자원이자 당내 선거의 유권자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예외적으로 ▶범죄 수사(영장발급) ▶법원의 재판상 요구 ▶선관위의 확인 요구 때는 외부에서 당원명부 열람을 요구할 수 있게 했는데, 이마저도 정당들은 거부하기 일쑤였다. 2012년 5월 검찰이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의혹 수사에 나섰을 때 이를 막으려는 통진당 당원들과 18시간 대치 끝에 경찰력을 동원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당원 명부는 신주단지 모시듯 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정작 어처구니 없게 당원 명부가 팔려나간 사례도 있다. 2012년 4·11 총선 직전 당시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이 당원 220만명의 개인정보가 든 당원 명부를 문자메시지 발송업체에 넘긴 것이다. 해당 전문위원은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그가 당원명부 유출 대가로 받은 돈은 400만원에 불과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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