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전 알아야 할 '이재명 위증교사 사건' 세가지 맥락
[김종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오는 25일 위증교사 혐의 재판을 앞두고 "저는 헌법에 따라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온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는다"고 말했다. |
ⓒ 유성호 |
위증교사 사건 1심 판결을 코앞에 두고, <오마이뉴스>는 이 사건을 둘러싼 세가지 맥락을 짚어봤다.
[① 22년간 끝나지 않는 재판]
시작은 2002년... 2023년 별건 사건 통해 부활
이번 사건의 발단은 22년 전인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남 지역에서 인권변호사 활동을 하던 이 대표는 KBS 최아무개 PD와 함께 김병량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1번 사건). '분당 백궁 정자지구 파크뷰 용도변경 및 특혜분양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이 사건으로 이 대표는 2003년 7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고, 2004년 12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시 재판 과정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둔 김병량 시장과 검사 사칭 관련 책임을 덜고 싶은 KBS 측이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 위해 일종의 야합이 있었다. 김 시장이 최 PD 등 KBS 취재진에게 이재명 가담 부분에 관해 허위진술을 하도록 사주했다"라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변호사 이재명은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도지사에 도전하게 된다. 2018년 5월, 경기지사 후보 초청 방송 토론회에서 이 대표는 "저는 검사를 사칭해 전화를 한 일이 없다. (최) PD가 한 거를 옆에서 인터뷰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제가 도와준 걸로 누명을 썼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에 당선됐으나, 이 발언으로 인해 2018년 12월 11일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2번 사건).
이때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였던 김진성씨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언을 한다. 2019년 5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이 대표에게 "허위 사실의 주장 없이 누명을 썼다는 내용이 있는 표현은 확정판결에 대한 구체적 사실의 공표까지는 되지 못하고 피고인의 입장표명 내지는 평가 정도"라고 무죄를 선고했고, 2020년 7월 대법원도 이 판결을 확정했다. 18년을 끈 사건은 이렇게 마침표를 찍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초, 검찰은 별개 사건인 백현동 개발 관련 알선수재 혐의(3번 사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증언을 했던 김진성씨가 백현동 개발사업자 중 한명이었는데, 검찰은 김씨의 휴대전화에서 2018년 이 대표와 통화한 녹음파일을 발견한다. 이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가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증을 교사했다고 판단하고 기소했다(4번 사건).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차인 2023년 10월의 일이다.
▲ 끝나지 않는 재판 25일 1심 선고가 예정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약 22년간 변주된 오래 묵은 사건이다. 사진은 지난 2020년 7월 16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 뉴스를 시청하는 모습이다. 이때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이 되면서 이 사건은 끝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또 부활했다. |
ⓒ 연합뉴스 |
중단된 김진성 개인비리 수사
지난 10월 14일 공수처 국정감사 현장.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동운 공수처장을 향해 "김진성을 아냐"면서 아래와 같이 질문한다.
- 박균택 의원 : "이재명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위증죄로 기소된 건 김진성씨다. 그런데 김진성씨는 처음 검찰조사에서 '위증을 안했다', '이재명도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다'고 했다. 위증이나 위증교사를 부인했다. 나중에 자기가 위증을 했고, 이재명 대표가 위증을 교사했다고 말을 바꾼다. 그런데 위증교사 수사 당시 김진성씨에게는 3가지 사건이 있었다. 백현동 관련해 74억 알선수재 사건, 독자적으로 진행한 도감청 탐지장치 납품 관련 알선수재 사건, 마지막으로 골프장을 상대로 납품 관련 사기 사건이다.
검찰이 김진성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백현동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기소를 안하고 공범 김인섭씨만 공소를 제기해서 유죄를 받게 만들었다. 1심과 2심 모두 징역 5년을 받았다. 김진성씨는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독자적인 알선수재 사건도 기소를 안했다. 마지막 사기 사건도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보냈는데 검찰이 조사도 안하고 무혐의 처리했다. 결국 이재명을 잡기 위해 협조하는 이유로 회유와 협박을 했다고 보인다. 플리바게닝을 넘어 (검찰의) 직무유기 직권남용 강요범죄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공수처에서 수사할 용의가 있나?"
- 오동운 공수처장 : "범죄가 되는지 검토는 해보겠다."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은 피고인이 자신의 형량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을 적용받기 위해 검찰 측과 협상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다. 박 의원의 지적처럼 김씨가 먼저 수사를 받던 백현동 건을 비롯해 세 가지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리되거나 아직 기소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 사이 백현동 개발업자 김인섭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는데, 판결문에는 아래와 같이 김씨의 역할이 명시됐다.
김진성은 김인섭과 정바울 사이를 중간에서 연결·조율하면서 피고인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죄 등으로 구속된 2015년 4월 이후에도 피고인을 자주 면회하거나 피고인과 서신을 주고받는 방법으로 피고인의 지시를 받아 지구단위계획 등 이 사건 사업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여 보고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중략) 김인섭은 정바울로부터 받는 지분 25% 중 4%를 김진성의 몫으로 하기로 약속하였다.
[③ 같은 통화, 다른 해석] 한명이 '난 위증했다' 인정하는 상황...핵심은 통화 파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 유성호 |
이 사건은 위증 교사의 증거로 객관적인 물증이 제시되어 있다. 2018년 12월 말 이재명-김진성 통화 파일(12월 22일, 24일)이다. 양쪽 모두 통화 자체를 부정하거나, 조작을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같은 전화통화를 두고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재명은 잘 알지 못한다는 김진성에게 '그런 상황만 얘기해 주면 된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주장에 부합한 증언을 해달라고 했다"며 "2018년 12월 24일자 통화 녹취를 보면 이재명은 '하여튼 이 사건에 대해 증언을 한다면 그렇게 가는 수밖에 없는 거 같다. 꼭 좀 부탁드리겠다. 당시 분위기가 그랬다'는 취지로 말했고 김진성이 '잘 수시로 말씀하시면 잘 인지해서'라고 말하자 이재명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한 게 확인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은 "통화에서 김진성이 '모른다'고 하니까 이재명이 '들었다고 하면 되지 뭐'라고 자신이 말한 내용에 부합하게 말해달라 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대표는 재판 내내 2002년 당시 KBS와 김병량 전 시장 사이에 자신을 주범으로 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번 위증교사 재판을 넘어 2002년 검사 사칭 재판부터 22년간 일관된 이 대표의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은 2018년 12월 통화에서 이 대표가 김씨에게 "김 비서관(김진성)이 안 본 거, 뭐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고, 그쪽이 어떤 입장이었는지 그런 거나 좀 한번 상기해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 부분을 강조했다. 즉 거짓을 말하라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30일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 측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2019년 1월 8일 이 대표 측 변호인과 김씨와의 통화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해당 통화에서 김씨는 "제 기억으로는 KBS하고 우리 캠프 관계자하고 또 (김병량) 시장님이 교감을 갖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아마 그 분위기를 그렇게 계속 몰아갔던 거는 있었던 거 같다"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녹취내용은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행위 후에 김진성이 이재명 대표 측에서 증언을 원하는 허위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대화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거짓을 증언하라고 한 것이냐, 사실대로 증언하라고 한 것이냐. 결국 객관적인 통화 내용을 놓고 재판부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재판의 결론이 달라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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