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이 쓴 "황금 변기나 받아라"…트럼프 부부 굴욕사건
■ 추천! 더중플- 권근영의 ‘아는 그림’
「 오늘의 ‘추천! 더중플’은 풍부한 명작 슬라이드를 함께 보는 시리즈 ‘권근영의 아는 그림’입니다. 미술경영학 박사(서울대)인 권근영 기자가 왜 거장일까, 왜 좋을까 안내합니다.
생전에 그림 한 점밖에 못 판 빈센트 반 고흐(1853~90), 이젠 가장 널리 사랑받는 화가가 됐습니다. 내년 1월 백악관에 다시 들어갈 예정인 트럼프 내외도 그의 팬이었던 모양입니다. 2018년 재임 당시 백악관에 반 고흐의 풍경화를 걸고 싶었습니다.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에 소장품 ‘눈 덮인 풍경’(1888)을 빌려달라 요청합니다. 아를에 처음 도착한 반 고흐가 설레는 마음으로 그린 풍경화입니다. 구겐하임의 낸시 스펙터 당시 수석 큐레이터는 이를 거절하며 대신에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아메리카’(2016)를 빌려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 큐레이터에게 그가 보낸 회신을 인용했습니다.
" 매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동이 금지된 ‘눈이 있는 풍경’은 스페인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에 전시될 예정입니다. 다행히도 최근 전시를 마친 카텔란의 ‘아메리카’는 대여가 가능합니다. 원래 요청을 들어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이 특별한 제안에 관심이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
작품 사진도 첨부했습니다.
‘아메리카’는 18캐럿 금으로 만든 화장실 변기로 1년 동안 구겐하임의 공중 화장실에 '전시', 10만 명 넘는 관객들의 '급한 용무'를 해결해 줬습니다. 카텔란이 "99%를 위한 1%의 예술"이라며 “200달러짜리 점심을 먹든 2달러짜리 핫도그를 먹든 ‘결과’는 같다”고 풍자했던 작품입니다. 백악관 큐레이터실은 구겐하임의 이같은 반응에 따로 회신하지 않았습니다.
카텔란은 지난 21일(한국시간) 뉴욕 소더비에서 87억원에 경매된 벽에 붙인 생 바나나, ‘코미디언’(2019)의 작가입니다. 대통령 내외가 미술품을 빌려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나 가족 거주지에 거는 건 일반적입니다. 스미소니언은 케네디에게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빌려줬고, 오바마는 마크 로스코나 재스퍼 존스의 그림을 걸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대통령실에 순환 근무를 합니다.
반 고흐의 그림, 또다른 정치인과도 인연(?)이 있습니다. 영국 대처 총리는 재임(1979~90) 중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딱 한 번 방문했을 정도로 미술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때 “반 고흐의 ‘국화’를 보고 싶다”고 굳이 콕 집어 요구했다고 전해집니다. 아무도 “국화가 아니라 해바라긴데요”라고 하지 못했다는군요.
반 고흐의 그림은 무엇이 특별할까요. 황금 변기부터 생바나나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도발하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에 사람들은 왜 열광할까요. ‘권근영의 아는 그림’은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51
」
요즘 런던 트래펄가 광장 내셔널 갤러리 앞은 길게 줄 선 사람들로 붐빕니다. 개관 200주년 특별전 ‘반 고흐: 시인과 연인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반 고흐가 생의 마지막 2년 동안 그린 61점을 모은 전시입니다.
3주치의 온라인 예약이 이미 다 찼기에, 1~2시간 기다려서라도 전시를 보려는 겁니다. 런던에 가지 못한다고, 예약이 다 찼다고 너무 아쉬워 마세요. 먼저 다녀온 ‘아는 그림’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반 고흐 그림은 왜 특별할까요.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반 고흐의 대표작 ‘해바라기’ 두 점이 나란히 걸린 벽입니다. 내셔널 갤러리 소장 ‘해바라기’(1888)가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온 ‘해바라기’(1889)와 135년 만에 만났습니다. 이 만남을 위해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아끼던 ‘해바라기’를 처음 미국 밖으로 반출했습니다.
사실 반 고흐가 그림을 그린 기간은 10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화랑 직원, 교사, 책 판매원, 선교사로 일하며 그 어느 직종에도 자리를 잡지 못한 그는 27살에야 그림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37살에 남프랑스로 떠나 세상을 뜨기 전까지 17개월 동안 200점의 유화, 100점 넘는 드로잉과 수채화를 완성했습니다.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을 20년처럼 밀도 높게 살았습니다.
이 기간 반 고흐는 자기 귀를 자르고, 정신병원을 드나들면서도 재능을 불태웁니다. 그러나 그는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한편, 명료한 의도로 작품을 제작한 지적인 예술가였습니다. 내셔널 갤러리의 전시는 반 고흐의 이런 덜 알려진 면모를 강조하면서 그의 기획에 따라 그림을 걸었습니다. 그게 바로 해바라기가 나란히 걸린 벽입니다. 반 고흐는 아를에서 해바라기를 여러 번 그립니다. 또 가까운 이웃 룰랭 부인의 초상화를 그리고 ‘자장가’라고 이름 붙입니다. 이 ‘자장가’ 좌우에 해바라기를 나란히 건 스케치를 동생 테오에게 보냅니다. 이 ‘자장가’ 좌우에 해바라기를 나란히 건 스케치를 동생 테오에게 보냅니다. 편지엔 “배에 이렇게 걸어두면 집 떠나 멀리 있는 선원들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는 자기 그림이 위안과 희망을 주길 바랐습니다.
전시장에는 작품의 제목과 제작 연도만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긴 설명은 없습니다. 반 고흐가 편지에 썼듯 그림에 집중하고 스스로 감탄해 보라는 겁니다.
" 될 수 있으면 더 많이 감탄해라. 대부분의 사람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1874년 1월 테오에게 쓴 편지) "
기획자이자 야심가, 새로운 스타일의 혁신가 반 고흐의 이야기, 다음 기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35년 만에 만난 두 해바라기…반 고흐의 꿈, 마침내 이뤘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8633
■ 왜 거장일까, 왜 좋을까
「
반 고흐의 자화상과도 같은 해바라기, 한 점은 일찌감치 일본의 개인 소장가에게 갔지만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지던 날 불타버렸습니다. 독일에 간 또 다른 해바라기도 나치의 탄압 속에 위기를 맞습니다. 명화에 얽힌 사연부터 지금 뜨거운 전시까지 상세히 알려드립니다.
▶2만원이 돌고 돌아 451억 됐다…고흐 억울할 ‘해바라기 효과’
:도쿄의 한 고층빌딩 미술관에서도 ‘해바라기’를 볼 수 있는데, 반 고흐 유족이 2만원에 팔았던 이 그림은 1987년 451억원에 경매되면서 미술품 경매의 현대 미술 시대를 열었는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0322
▶“87억 바나나? 그건 양반”…‘똥 통조림’도 4억에 팔렸다
:생바나나를 테이프로 덜렁 붙인 ‘작품’이 최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87억원에 팔렸다. ‘트럼프의 황금 변기’로도 이름을 날린 마우리치오 카텔란과 ‘반항적 예술’의 세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3800
▶대작 그려놓고 먼지로 만든다…355억 작가 ‘이유 있는 사포질’
:지금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10만 관객몰이를 하는 니콜라스 파티의 세계. 애써 그린 파스텔 벽화를 전시가 끝나면 지워버리는 이유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2014
▶한강 “영혼의 피 냄새” 느꼈다. 로스코 그림은 뭐가 달랐나
:노벨문학상의 작가 한강이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쓴 유일한 시. 마크 로스코(1903~70)의 사각형은 왜 그를 사로잡았을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5009
▶매일 ‘점’ 찍던 185㎝ 사내, “우습겠지만” 아내에 한 고백
:우리의 거장.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한국 미술품, 김환기의 전면 점화는 무엇이 특별할까. 경매 가격 뒤에 가려진 진짜 그림 이야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3321
」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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