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적자 이어 조업정지까지 ‘첩첩산중’…고려아연 인수 명분 퇴색되나

김재민 2024. 11.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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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분기 영업손실 179억원, 1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 조업정지 최대 70일 가능성도…적자 폭 확대 우려
- 공개매수 선언 이후 첫 실적 “시장 신뢰 얻으려면 영풍 경영부터”
강성두 영풍 사장(왼쪽)이 지난 9월27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재민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지분 매입, 임시주주총회 표 대결 등을 추진하고 있는 영풍그룹이 실적 악화, 조업정지 등 정작 본진에서 악재를 거듭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추진하는 경영권 분쟁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의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6567억원, 영업손실은 179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 적자 전환했다. 전 분기인 2분기 영업이익 8338억원을 기록했으나 1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이 떨어진 것이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분기 58.4% 수준이었던 석포제련소의 평균 가동률은 3분기 53.54%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평균 80%대였던 가동률은 그해 12월 탱크 모터 교체 작업 중 비소 중독으로 근로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사고 조사를 위한 작업중지, 각종 제재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후 올 3월 하청 근로자 1명이 냉각탑 내부 이물질 제거 작업 중 낙하물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또 발생해 일부 설비가 중단되고, 대내외적 업황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2분기 이후에도 좀처럼 가동률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전례없는 장기간의 조업정지가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9년 오염 방지시설에 유입된 폐수를 무단으로 배출하다 적발돼 60일(1개월 30일)의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 처분은 석포제련소가 제기한 취소소송에서 최근 석포제련소 측이 최종 패소하면서 확정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환경부와 지자체, 석포제련소 간 협의를 통해 조업정지 기간을 정할 예정”이라며 “공장 규모와 특성, 안전 우려 등을 고려해 사전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추가 조업정지도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일 대구지방환경청 수시 점검에서 황산가스 감지기 7기를 끈 채 조업한 것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통합 허가 조건을 어겼다며 석포제련소에 10일 조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하고 절차에 따라 석포제련소 측 의견을 요청했으나, 감지기를 끈 사실 자체에 대한 이견이 나오긴 어려워 업계에선 사실상 조업정지 처분이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 봉화군 소재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영풍 

만약 10일 조업정지 처분이 확정되면 경북도는 60일 조업정지와 이어지도록 협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을 멈추고 다시 가동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큰 만큼, 석포제련소 입장에서도 조업정지 기간이 이어지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2021년에도 물환경보전법 위반 사실이 적발돼 10일 조업정지가 시행된 바 있다. 당시 800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조업정지 70일의 손실액은 단순계산으로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영풍이 2021년부터 환경개선 사업에 매년 1000억원씩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환경·안전과 관련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3분기 실적의 경우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의 정상화를 위해 지난 9월13일 공개매수를 선언한 직후의 분기에 해당해 어느 때보다 대외적으로 나타나는 성적표가 중요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풍이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4300억원의 환경개선 비용을 투자했고, 하반기 500억원, 내년 1000억원을 마무리하면 그 뒤로는 투자금이 적게 들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했지만, 조업정지로 인한 막대한 손실 등을 고려하면 향후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면서 “아마 주주들은 고려아연의 경영 정상화 이전에 영풍의 실효성 있는 환경·안전·실적 개선 로드맵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연간 아연 생산량 약 32만5000톤으로 세계 6위에 해당하는 석포제련소가 가동을 멈추면 아연값 상승도 예상된다. 석포제련소는 국내 점유율 30%대, 글로벌 점유율 2%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만약 아연값이 상승하면 세계 1위 아연 생산 기업인 고려아연(온산제련소)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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