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 최대 ‘낙월해상풍력’ 지분 구조 변경… 법제도 틈새 노려

전성필,황민혁 2024. 11. 22.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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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2조5000억… 올 상반기 착공
“국내 자본” 강조하며 사업권 따내
법 허점 악용 지분 권한 외국자본에
수조원 간접 보조금 해외 유출 우려
영광 낙월해상풍력 조감도 이미지. 낙월블루하트(주) 홈페이지


사업비만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인 낙월해상풍력 사업자 명운산업개발이 지분 100% 권한을 해외 자본에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외형적으론 이 사업 단순 투자자인 태국 비그림파워의 계열사는 21일 현재 근질권 설정을 통해 명운산업개발 주식에 대한 처분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명운산업개발은 지난해 12월 정부의 간접적인 보조금을 받을 사업자 입찰 과정에서 지분 권한에 대한 근질권 설정 내용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명운산업개발 지분 권한을 갖고 있는 태국 법인과 해당 법인 대표는 허위 주주명부 제출 등의 위반 사항이 적발돼 지난 7월 사업허가 취소 결정이 내려진 새만금해상풍력 사업에 관여돼 있다. 감사원은 관련 감사에서 “유사 사례에 대한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산업부에 통보한 바 있다.

명운산업개발 측은 근질권을 설정하면서 회사 인감을 국내 한 대형 법무법인에 위탁했다. 이후 자금 조달 등의 사안을 태국 측과 공동 결정했다. 특히 인감 보관 장소는 이 사업의 숨겨진 관여자로 의심받고 있는 중국 에너지 국영 기업의 한국사무소 소재지와 일치했다.

명운산업개발은 근질권 설정 등 복잡한 구조를 만들기에 앞서 법 규제를 피해갈 방안을 사전 논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산업부는 “사안을 자세히 살펴보고 문제가 발견될 경우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국책사업 주체 모호

한국 공유수면에서 추진하는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사업자에게 해상 수면 점유 권리를 빌려주는 개념이다. 이런 탓에 정부는 엄격하게 사전 인허가 절차를 거친다. 이 절차에서 사업자는 지분 구조, 거래 관계 등에 대한 명확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명운산업개발은 태국 비그림파워에 지분 28%를 줬지만 단순 투자자일 뿐 국내 자본임을 강조하며 사업 권한을 따냈다. 낙월해상풍력 사업은 운영 후 20년간 장기 고정가격 계약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발급인증서(REC) 보조금이 얹어진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수익을 얻는다. 이 수익은 최소 3조1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사업권을 따낸 명운산업개발은 지난해 8~10월 우회·간접 투자 등의 방식으로 태국인이 1인 주주로 이름을 올린 조도풍력발전이라는 기업에 모든 지분 권한을 넘겼다. 이런 근질권 설정은 명운산업개발이 지난해 12월 정부로부터 해상풍력 고정가격 계약 사업자로 선정되기 전에 이뤄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주식에 대한 질권은 (채무 변제를 담보하기 위해) 주식의 처분 등 권리 행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주식을 처분해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담보권”이라며 “실질적으로 질권자가 주식 지분에 대한 권한을 가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당국인 산업부는 이런 사안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다. 전기사업자가 지분에 대해 근질권이 설정됐는지 여부는 전기사업법상 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고정가격 경쟁입찰 공고에서도 입찰 참여자는 지분 확인이 가능한 공적 서류(주주명부, 법인등기부등본, 출자금확인서, 출자 주주 간 협약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자기자본과 지분 구조, 사업 구조까지 밝혀야 하지만 근질권 설정 여부에 대해선 별다른 조건이 없다. 사업자의 지분 권한이 제3자에게 넘어간 상태라도 이를 밝히지 않는다면 인허가 당국이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낙월해상풍력 사업의 경우 낙월블루하트의 지분 28.2%만 비그림파워코리아로부터 투자 받았다고 인지하고 있다”면서 “지분 권한이 타인에게 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런 법적 허점은 법무법인과 사전 법률 검토를 통해 논의됐다. 법무법인 지평은 지난 6월 “명운산업개발의 발행 주식 총수 29%를, 낙월블루하트의 발행 주식 총수 28.2%를 취득하게 되므로 지분율 요건만으로는 전기사업법에서 정하는 양수도 인가 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이런 구조는 전기사업법을 우회해 지분을 취득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업자 인감은 중국 기업 사무실에 위탁

이 사업 주체인 명운산업개발의 인감 권한은 현재 지평에 있다. 명운산업개발 인감은 준법감시인으로 지정된 지평으로부터 확인과 검증을 받은 후 사용할 수 있다. 또 거래를 체결하거나 수행하기 전 지평으로부터 거래 관련 법률 및 규정 검토, 프로젝트 관련 거래 문서의 조건 준수를 위한 확인을 받아야 한다. 명운산업개발이 사업자이지만 인감 및 인감증명서를 자발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인감은 지평 측이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 이 사무실은 등기부등록상 중국의 국영 기업 차이나에너지그룹(CEEC) 한국사무소와 일치한다. 낙월해상풍력 사업이 중국 CEEC의 조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비그림파워는 중국 CEEC와 2016년 12월 아시아 지역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컨소시엄 형태로 여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겉으로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국내 사업자가 하는 것으로 포장하고 실질적 권한을 제3자에게 넘기는 것이 허용될 경우 국부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낙월해상풍력 사업은 지난 2021년 풍력발전 평균 이용률(24%)을 기준으로 할 때 향후 20년 동안 전기 판매로 3조1000억원가량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수익 역시 지분 권한을 따라 해외 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산업부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명운산업개발 측은 “조도풍력발전은 비그림파워코리아의 계열사로 명운산업개발이 자금 조달을 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 근질권을 설정했다”면서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인 만큼 어느 한쪽의 일방적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평에 일부 권한을 주고 법률적 검토를 받고 있을 뿐 경영권은 명운산업개발에 있다”고 밝혔다.

■낙월해상풍력은
전남 영광군 낙월면 안마도와 송이도 일원 공유수면에서 추진 중인 국내 최대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다. 올해 상반기 착공, 이르면 2026년 하반기부터 연평균 900GWh 이상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1년 동안 25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전성필 황민혁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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