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박람회에 전시된 충격적인 '무기', 쿠팡에서 살 수도
[김한민영]
지난 10월 23일부터 2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경찰청과 인천시 주최로 2024 국제치안산업대전이 열렸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이 박람회에서는 치안, 보안, 안전에 관한 최첨단 기술들과 장비들이 소개되었고, 30개국의 경찰 구매 담당관들과 민간 구매업자, 군, 소방, 해경,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기업 종사자들이 교류하며 치안장비를 거래했다. 주최 측은 이번 치안산업대전에 역대 최대 규모인 205사가 참가했으며, 총 4억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 실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저살상 무기 |
대상을 죽이거나 치명상을 입히지 않고 제압할 수 있다고 알려진 무기로, 일반적으로는 비살상무기, 비치사성무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러나 해당 무기 역시 사람을 죽이거나 치명상을 입힐 위험성이 충분하며, 실제 사례도 빈번하기 때문에 관련 캠페인에서는 주로 "저살상 무기"라고 부른다.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지난 10월 25일 국제치안산업대전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하고, 전시 품목 중에 위 보고서가 언급한 금지 및 규제 권고 품목 중 일부가 전시 및 홍보되고 있음을 파악했다.
금지된 것으로 간주되는 품목의 예비 목록
다중 운동 충격 발사체 |
운동 충격 발사체는 고무탄, 플라스틱탄, 화학자극제 등 운동 충격 또는 화학적 자극을 주는 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는 저살상 무기로, 단발, 연발, 압축 공기 발사 등 그 형태와 종류가 다양하다. 다중 운동 충격 발사체의 경우, 분산되는 발사체를 정확하게 조준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없다. |
▲ 유일기기산업에 생산하는 엄지수갑. 유엔특별보고관이 금지를 권고한 이 제품은 2024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전시되었고 심지어 쿠팡에서 구매할 수 있다. |
ⓒ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
한국의 군사경찰장비 업체인 인포스는 다양한 형태의 곤봉을 소개했다. 일부 장봉과 다단봉의 경우, 6만 볼트 전압의 전기 충격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전기 충격이 인체에 직접 전달되는 장비는 목, 머리, 생식기 등 취약한 신체 부위를 포함해 전기 충격을 지속적으로 여러 번에 걸쳐 가할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
▲ 1m가 넘고 전기충격기능까지 탑재되어 이중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장봉. 역시 치안산업박람회에서 전시 중이었고 유엔특별보고관이 금지를 권고한 물품이다. |
ⓒ 국제엠네스티한국지부 |
규제 권고 품목의 예비 목록
합법적인 용도로 사용되지만 고문이나 기타 잔인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을 가하는 데 오용될 수 있는 품목들로, 고문이나 기타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허리고정형 구속 도구, 운동 충격 발사체, 전기 충격기, 화학 자극제 등을 국가 및 국제적 차원에서 규제할 것을 권고했다.
테이저건_인포스(Infos), 액손(AXON)
2024 치안산업박람회에서는 다양한 업체의 테이저건이 전시되었고, 일부 부스의 경우 테이저건 발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테이저건은 보통 권총 모양의 소형 무기로, 가는 와이어에 두 개의 발사체가 달린 카트리지가 하나 이상 장착되어 있다. 이 발사체는 카트리지에서 발사되어 와이어에 의해 총기에 부착된 채로 표적에 전기 충격을 전달하는데, 일반적으로 고전압이지만 범위와 전압 및 지속 시간에 따라 충격의 정도는 다를 수 있다.
이러한 무기는 폭력적인 사람을 원거리에서 무력화하는 데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신체의 취약한 부위를 겨냥하거나 반복적으로 혹은 장시간 충격을 가하는 경우 오용될 가능성이 크다. 전기 충격은 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대상을 무력화하며 근육을 제어할 능력을 해쳐 이차적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 규제권고품목 예비목록에 올라 있는 테이저건도 국제치안산업박람회에서 전시되었다. 사진처럼 연습해볼 수도 있게 해두었다. |
ⓒ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
한국의 저살상 무기 제조업체 로터스 인터내셔널(Lotus International)은 시위 진압 목적의 운동 충격 발사체를 최루탄처럼 보이는 모형과 함께 전시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총기회사 SNT 모티브 역시 다양한 종류의 저살상/저위험 권총을 전시하고, 관람객들에게 체험 부스를 제공했다.
운동 충격 발사체는 고무탄, 플라스틱탄, 화학 자극제 등 운동 충격 또는 화학적 자극을 주는 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는 저살상 무기로, 단발, 연발, 압축 공기 발사 등 그 형태와 종류가 다양하다. 이러한 장비는 필요성의 원칙에 따라 사용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군중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발사하는 것이 금지된다.
▲ 로터스 인터내셔널(Lotus International)에서 만든 운동 충격 발사체 또한 규제 권고 품목 예비 목록에 올라가 있다. 사진 오른쪽 하단에는 마치 최루탄처럼 생긴 모형이 같이 전시되어 있다. |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
2023년 1월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30개 이상의 국제단체는 전 세계에서 평화적 시위를 진압하고 구금자를 학대하는 데 사용되는 고문 도구의 거래를 통제하기 위한 국제조약 체결을 요구하는 쇼디치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은 전기충격기와 스파이크 곤봉 등 학대적인 장비의 제조와 거래를 금지하고 페퍼 스프레이, 고무탄, 수갑 등 법 집행 장비의 거래에 인권을 기반으로 한 통제 장치를 도입하는 조약(고문 없는 무역 조약: Torture-free trade treaty)을 체결할 것을 국제 사회에 촉구했다.
고문 및 기타 부당대우에 사용되는 저살상 무기와 경찰 및 군사 장비는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통제 없이 사용되고 거래되어 왔다. 시위대들이 고무탄, 최루탄, 물대포에 맞거나, 곤봉으로 구타당해 부상당하는 사례들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만연하다. 이런 장비들은 곳곳의 시위 현장과 구금 장소에서 시위 참여자들과 인권 옹호자들을 억압하고 부당하게 처벌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
이번 치안산업박람회 현장조사에서 특히나 충격적이었던 것은 한국에서는 금지된 장비들이 수출용으로는 여전히 활발하게 생산되고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정 구속 장치에 대해 "한국에선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 수출용으로만 생산하고 있다"고 답한 모 업체의 설명은 치안장비산업 전반에 걸친 국제적 규범과 통제가 필요함을 통감하게 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1999년부터 집회·시위 대응 과정에서 사용이 금지된 최루탄이 다른 국가로는 여전히 적극 수출되어 집회·시위 탄압과 인권 침해에 사용됨에 따라 국제적인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고문 없는 무역 조약은 고문과 기타 부당대우로부터 자유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중요한 걸음이 될 것이다. 이 조약의 체결을 위한 국제적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며,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무기 및 장비 제조업체들은 단기적 이익을 위해 인권을 침해하는 장비의 생산과 거래를 지속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국제치안산업박람회 역시 박람회에서 전시되고 거래된 장비들이 고문과 기타 부당대우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쓰이지 않도록 엄격한 인권기준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국제앰네스티는 박람회 주최 측과 정부기관에 대해, 전시 및 거래되는 모든 치안 및 법 집행 장비가 국제적 인권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정부와 민간업체들이 국제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권 보호 기준에 부합하는 윤리적 책임을 다하며, 이를 통해 "함께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 "함께 안전한" 세상은 강력한 기술과 장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기술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깊이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인권과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함께 안전"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필자 소개: 김한민영 기자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이너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쟁없는세상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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