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 중에…野 "당선무효 기준, 100만원→1000만원으로"

유성운 2024. 11. 2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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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를 전후해 처벌 기준을 높이는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이재명 방탄 입법’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판사 출신인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허위사실공표죄를 삭제하고 당선 무효 및 피선거권 박탈 기준을 벌금 100만원 이상에서 1000만원 이상으로 상향한 개정안을 14·15일 잇달아 발의했다. 박 의원은 “현행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한다”며 “자유로운 의사 표현은 사법 자제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법안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과 내용 및 시기가 맞물려서다. 이 대표는 1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가 허위 발언을 했다고 인정했다.
여당에서는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사실상 ‘이 대표 구하기’를 위한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려서라도 이 대표를 구하겠다는 일종의 아부성 법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허위사실 유포죄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난 이 대표의 범죄는 아예 면소 판결로 사라지게 되는 것, 그게 이 법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7월부터 준비한 법안인데, 국정감사로 발의 시점이 늦어졌을 뿐”이라며 “21대 국회에서도 판사 출신인 이수진 전 의원도 발의했다”고 해명했다. “부칙에 '법 개정 이전 범죄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에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 대표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 대표가 상급심에서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통화에서 “형벌 법규는 소급효(遡及效·법적 효력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발생)를 가질 수 있다”며 “최종심이 나온 뒤에도 소급 적용해 기존 형벌을 지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도 개정안의 발효 시점이 '공포 후 3개월 이후 시행'으로 명시된 점을 지적하며 “시행 시기를 멀찍이 떨어뜨려 놓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3개월 후 시행’으로 못 박은 것 역시 민주당이 이 대표 판결 결과를 ‘국회의 힘’으로 바꿔보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치권에서는 법안이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만큼 실제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법안을 발의한 박희승 의원 측도 “법이 빨리 통과되면 (상급심에서) 적용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야권이 법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장외전을 대비한 지지층 결집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추진한다는 것은 결국은 지지층 결집하고 사법부를 압박하려는 목적이 크다”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결 구도를 선명하게 하려는 것인데 법안을 정쟁화하려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항소 만료를 하루 앞둔 21일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실 특수활동비(특활비) 82억5100만원을 전액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다만 대통령경호처 특활비의 경우 사용처와 목적 등이 소명됐다며 정부 원안을 수용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풀이 예산 삭감”이라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유성운·강보현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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