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촛불에도 우리는 윤석열 정권이란 반동을 맞았나

이도흠 2024. 11. 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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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차고 넘치는 윤 대통령 퇴진 사유... 촛불 불씨와 내딛어야 할 '한 걸음'

[이도흠 기자]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야5당(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과 거부권을거부하는전국비상행동이 주최한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지지율이 10%대에 이른 대통령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가. 이 무도한 정권을 맞아 대한민국은 정치와 민주주의, 경제, 사회문화, 외교와 안보, 노동, 국민의 보건과 복지, 안전,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군사독재정권 수준으로 반동과 퇴행이 자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 심각한 국정농단이 선을 넘고 전쟁 직전의 위기에까지 처하였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대통령은 성찰도, 협치로 전환할 의사도 없다. 대통령이 퇴진해야 하는 사유는 차고도 넘친다. 이미 여러 지면을 통하여 언급했으니 생략한다.

탄핵은 쉽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민의힘이 2016년 촛불 때 너무도 쉽게 권력을 내주었다고 학습된 것이 있어 이번에는 탄핵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 범법 사례에도 검찰이 수사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법적 근거를 갖는 위법·위헌 사항을 구성하기 어렵다. 헌재도 보수 쪽 재판관이 더 많다. 무엇보다 공론장이 붕괴되어 여론이 갈라치기가 되고 광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 설혹 국회에서 의결한다고 하더라도 헌재에서 인용되지 않으면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되고 역풍이 불 것이다.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은 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불기소를 조건으로 한다면 미리 사면해 주는 형국이 되고 나쁜 사례를 남기게 된다. 개헌을 4년 중임제 등 정치공학적인 논의로 한정하면, 이미 시효가 다한 6공화국을 답습하게 된다. 임기 이후 재판은 재판대로 받게 하되, 국민발안제, 경제민주화, 권력기관의 시민 통제, 시민저항권, 동물권, 인공지능의 평화적 이용과 규제 등 21세기의 시대정신을 담고 간접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헌법을 담아야만 그나마 한국 사회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국민 3.5%가 모이면 정권은 바뀐다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에 참석한 야5당(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과 거부권을거부하는전국비상행동, 일반 시민들이 광화문앞에서 명동입구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퇴진 운동으로 대통령을 내쫓는 것이다. 2016년부터 누차 말하였듯, 에리카 체노웨스가 여러 나라의 대중운동을 조사하여 내린 결론대로, 국민의 3.5%가 지속적으로 비폭력투쟁을 하면 정권 교체가 100% 성공하였다. 그러니 180만 명이 광장으로 다시 나와 촛불을 들면 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인데도 왜 민주당의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비슷하고 시민들은 선뜻 광장으로 나서지 않는가. 분노가 아직 무르익지 않은 탓이 아니다. 기대나 비전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이게 나라냐?"라며 촛불을 들며 다른 나라를 꿈꾸었지만 국민을 위한 새로운 나라는 없었다. 민주당은 이미 기득권 카르텔의 일원이 되었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과 약속한 사회대개혁을 하지 않았고 이재명 대표 체제는 사법리스크가 심할 뿐만 아니라 금투세마저 폐지할 정도로 보수화를 가속하고 있다. 진보는 분열된 채 비전을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 민주당과 진보정당 모두 쇄신하고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일터와 교실과 지역, 사회관계망에서 공론장을 복원하고 담론투쟁을 전개하여 아직 국민의 가슴에 남아있는 촛불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하나로 힘을 모아 지금 당장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켜야 하지만, 또 다시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제가 있다. 민주당이 성찰과 쇄신을 하고 사회대개혁, 좌우동거정부를 수용해야 한다.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에 참석한 야5당(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과 거부권을거부하는전국비상행동, 일반 시민들이 광화문앞에서 명동입구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 권우성
2016년 11월 7일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의 진로'라는 칼럼을 한 신문에 게재하면서 1차 목표로 퇴진과 구속, 2차 목표로 기득권층의 교체와 개혁, 3차 목표로 정의롭고 평화로운 생태복지국가로서 민주공화국의 건설을 주장하였다. 이를 관철하기 위하여 퇴진 행동에 들어가서 나름 노력했는데 절대 다수가 탄핵에만 몰두하였다. 에드워드 카아의 말대로 역사가 나선형으로 반복되며 나아간다면, 그 차이와 진전을 만드는 것은 성찰과 실천이다. 성찰이 없는 과거는 미래가 된다.

"위기는 낡은 것이 다 죽어가는데 새것이 오지 않을 때 생겨난다."(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 왜 촛불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이 오히려 윤석열 정권이라는 반동을 맞았고 우리는 불평등의 극대화, 기후위기, 패권의 변화와 전쟁의 위기, 공론장의 붕괴와 민주주의 위기 등 복합위기를 맞고 있는가. 신자유주의 체제의 본산인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이 체제의 실패를 인정하였고 데이비드 코츠는 실증적 조사를 거쳐 신자유주의 축적구조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와 달러패권은 이미 무너지고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장기침체의 토대에서 가짜뉴스, 딥페이크, 확증편향으로 공론장이 붕괴하고 이주노동의 문제가 더해지자 극우 포퓰리즘과 극단적인 종교가 빠르게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당연히 퇴진운동은 신자유주의 체제를 넘어 불평등과 기후 위기를 극복한 사회, 공존공영의 세계체제와 한반도 평화 체제, 참여 민주제를 향하여 단 한 걸음이라도 내딛어야 한다. 사회대개혁을 결합하여 기득권 카르텔에 작은 균열이라도 내야 한다. 그것이 시대정신이자 제2의 윤석열 정권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도흠은 한양대 교수로 학계를 대표하여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본부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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