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뭐야, 외국인이지?” 직접 검거나선 한국인 라이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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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서 배달원으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인 A씨는 지난달 말 식당 앞에서 배달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다 황당한 일을 당했다.
A씨는 21일 "외모가 다르다고 오해받는 것 같아 억울했다"며 "요즘 배달원들 사이에서 외국인 라이더가 보이면 곧장 신고하는 걸 자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F씨는 외국인 유학생 신분으로, 유학비자(B-2)만 받았지만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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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서 배달원으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인 A씨는 지난달 말 식당 앞에서 배달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다 황당한 일을 당했다. 갑자기 한국인 배달원이 A씨에게 다가와서 “비자를 보여달라”고 한 것이다. A씨는 거주비자(F-2)를 받았다며 관련 서류를 내밀었다.
그러나 한국인 배달원은 이를 믿지 않은 채 A씨에게 국적과 사는 곳을 거듭 따져 물었다. A씨는 21일 “외모가 다르다고 오해받는 것 같아 억울했다”며 “요즘 배달원들 사이에서 외국인 라이더가 보이면 곧장 신고하는 걸 자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인 배달원들이 도로나 식당에서 마주친 외국인 배달원을 직접 경찰에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불법 배달업자를 신고한다는 취지이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인과 외국인 간에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나거나 엉뚱한 외국인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외국인이 배달업에 종사하려면 거주(F-2), 영주(F-5), 결혼이민(F-6) 비자를 소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비자가 없는 일부 외국인이 명의를 빌리거나 구매해 배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배달 콜수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한국 배달원들은 직접 외국인의 불법 배달 단속에 나섰다. 국내 배달원 커뮤니티에는 ‘불법 배달원이 단순 이동할 때보다 음식을 픽업할 때를 노려야 검거 확률이 높아진다’는 식의 구체적인 신고 매뉴얼까지 공유되고 있다.
이따금 폭행 사건도 발생한다. 서울 성북구에서 일하는 40대 한국인 배달원 B씨는 지난 3일 ‘외모가 이국적’이라는 이유로 배달원 C씨를 불법 취업으로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지난달 26일엔 베트남어로 된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있는 D씨를 신고했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B씨는 손가락이 부러지고 팔꿈치 등에 부상을 입었다.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B·C·D씨는 폭행 사건으로 접수됐다. 불법 취업 여부 등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관악구에선 한국인 배달원 E씨가 한국어가 어눌한 배달원 F씨를 의심해 관악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F씨는 외국인 유학생 신분으로, 유학비자(B-2)만 받았지만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관악서는 F씨에게 불법 취업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달 24일 서울출입국사무소로 사건을 넘겼다.
한국인 배달원들은 불법 배달원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성북구에서 일하는 10년차 배달원 이모(52)씨는 “불법 취업자 단속 주무 부처는 경찰이 아닌 법무부라 현장 단속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불법 취업자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한국인 배달원이나 외국인 배달원이나 마찬가지다. 거주비자를 취득해 합법적으로 배달하는 중국인 류현호(41)씨는 “외국인 배달원이 모두 불법이라고 의심하는 건 잘못됐다”며 “불법 취업인 줄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외국인 인력 활용이 필수적인 시대가 된 만큼 외국인 취업제도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최근 가사 도우미 등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고용 정책의 변화는 필수적”이라며 “유학생의 경우 한국에 들어와 먹고 살 일이 막막한 만큼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외국인과 한국인 간의 ‘노노’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생계가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스며들 수 있도록 노동 시장 구조부터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예솔 한웅희 기자 pinetree2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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