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부는 콘솔 바람
아시아 게임 시장에 콘솔 게임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에서는 성공적인 콘솔 게임 사례를 기반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대기업들이 새로운 콘솔 타이틀 개발에 나서는 등 변화의 흐름이 뚜렷하다.
먼저, 중국에서는 검은 신화: 오공이 콘솔 게임의 주요 전환점이 됐다. 오공은 게임 사이언스에서 개발한 액션 RPG로, ‘서유기’의 손오공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게임은 뛰어난 그래픽과 탄탄한 스토리라인, 독창적인 액션 공식 등의 강점으로 2024년 8월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2,100만 장 이상 판매되며 약 1조 4,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심지어 중국 현지에서는 출시 초기 중국 현지의 PS5가 일시적으로 품절될 만큼 현지인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런 오공의 성공은 중국 콘솔게임 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텐센트는 자사의 신작 슈팅 게임 ‘마블 라이벌즈’를 PC는 물론 PS5, 엑스박스 시리즈 X/S에도 발매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으며, 텐센트는 다양한 콘솔 IP를 가진 유비소프트를 인수하기 위해 비공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공만이 원인은 아니겠지만, 오공의 성공이 중국 게임 산업 전반에 콘솔 게임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디지털 콘텐츠 육성 정책도 이러한 흐름에 시너지를 더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규제 중심의 게임 정책에서 벗어나, 국가 주도의 소프트파워 강화 산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진흥 정책은 ‘품질 고도화’와 ‘해외 진출’을 목표로 게임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과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소규모 콘솔 개발사들도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역시 콘솔 게임 시장의 부상을 실감하고 있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와 같은 타이틀이 성공을 거두며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콘솔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넥슨은 멀티플랫폼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것은 물론, 기대작인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준비 중이다. 네오플이 개발한 인기 게임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하드코어 액션 게임으로, PC와 콘솔로 발매될 예정이다. 게임은 최근 국내 게임쇼 ‘지스타’에서 약 30분 가량의 시연 버전을 공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큰 호평을 받았다.
이어 크래프톤은 ‘심즈’에 대적할 만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를 PC와 콘솔로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2025년 초 얼리액세스를 앞두고 있는 게임은 지난 8월 공개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인조이 캐릭터 스튜디오’에서 이틀 동안 10만 개의 캐릭터가 생성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외에도 회사는 2024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서브노티카2를 PC와 콘솔 플랫폼을 통해 얼리액세스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넷마블 역시 콘솔 플랫폼 진출을 본격화한다. 회사는 신작 액션 RPG ‘몬길: 스타다이브(이하 스타다이브)’를 PC, 콘솔, 모바일 플랫폼을 지원하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다이브는 넷마블의 자체 IP ‘몬스터길들이기’를 계승한 게임으로,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해 구현한 카툰 렌더링 기반의 수려한 그래픽과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하며 쉽게 즐길 수 있는 액션이 특징이다.
아울러 넷마블의 한 관계자는 지스타 2024에서 출품된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 역시 PC와 모바일로 기본 출시되지만 플랫폼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현재 콘솔 게임 시장 진출은 여전히 큰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된 이유는 개발 비용이 높고, 성공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수집형 게임이나 MMORPG에 비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도 상대적으로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게임사들이 콘솔 게임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다. 콘솔 게임은 모바일이나 PC 게임에 비해 기술적 완성도와 품질 측면에서 더욱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콘솔 게임 출시는 해당 스튜디오나 기업의 기술력과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한 콘솔 게임은 아시아권보다는 서구권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차세대 플랫폼 변화에 대한 대비를 위해 콘솔 게임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받았다. 클라우드 게이밍과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PC와 콘솔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고, 장기적으로 다수의 콘솔 기기가 출시될 수 있는 만큼 미리 콘솔 개발 경험을 축적해 둔다는 판단이다.
넥슨의 한 관계자는 “넥슨은 글로벌 시장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PC 플랫폼과 콘솔을 연계하는 개발력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서구권 유저가 선호하는 장르 및 콘텐츠를 더한 신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퍼스트 디센던트’는 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형성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는 “리니지 라이크’를 만들면 연간 1천억 원씩 깔아 두고 편하게 사업할 텐데 왜 콘솔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남들과 똑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야 말로 함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게임 강국임에도 콘솔 시장이 아주 작다. 시장 확장을 위해 다양성을 줄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콘솔 게임은 여전히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며, 특히 서구권을 중심으로 높은 선호도를 유지하고 있다. PC/콘솔 게이밍 보고서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콘솔 시장은 코로나 특수가 종료되고도 1.7% 성장한 531억 달러(약 71조 7,500억 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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