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위기에도 '비명횡사' 현재진행형?…"움직이지마" 압박 점입가경
'플랜B' 손사래치거나 내년 정치복귀
곳곳 "지금 대안세력 언급할 수 없어…
속으로 어떤 생각 있어도 행동 안돼"
정치권 안팎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화를 기점으로 '플랜B' 거론 빈도가 잦아지고 있지만, 정작 대안세력인 비명(비이재명)계의 운신 폭은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당 전방위에서 "비명계가 움직이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고, 급기야 "움직이면 죽는다"는 위협까지 나오고 있다.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들조차 지금은 플랜B를 얘기할 때가 아니라며 이 대표의 재판 추이를 관망하고 있고, 동시에 몸을 숙이는 것이 대체적 분위기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 내 차기 대권 잠룡 목록 상단에 자리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자신이 '플랜B'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지금 '新(신)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이니 '플랜B'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 국회 방문 일정에서도 "지금 그런 얘기를 가지고 논의하거나 검토할 때가 아니다"라고 하는 등 신중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내 강성으로 꼽히는 최민희 의원이 "비명계가 움직이면 내가 죽이겠다"는 극언을 하며 논란을 빚은 데 대해서도 "내가 코멘트할 필요가 없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자신이 받고 있는 재판들 중 첫 1심 선고가 나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에서부터 피선거권 박탈형에 해당하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당내 기류는 이 대표의 위기에도 지난 4·10 총선 정국에서의 '비명횡사 친명횡재'의 연장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내 대표적 강성으로 꼽히는 최민희 의원은 이 대표의 '징역형의 집행유예' 1심 선고 이튿날인 지난 16일 유튜브 인터뷰에서 "일부 언론이 '민주당에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며 "움직이면 죽는다. 내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논란이 확산함에 따라 최 의원은 "발언이 너무 셌다"는 해명을 했지만, 같은날 또 한번의 고강도 발언을 이어가 그나마의 해명도 빛이 바랬다. 과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의원은 박장범 KBS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중 이례적 신상발언을 통해 "은유적 표현이 너무 셌다"면서도 "분열하거나 권력투쟁을 하거나 정치검찰과 손잡고 민주당을 장악하려고 하면 그 해당 당사자들이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을 것"이라고 재차 위협을 가했다.
이처럼 당 내부에서 비명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낮추지 않는 것은, 이 대표의 대법원 형 확정 시 '플랜B(포스트 이재명)'가 가동돼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친명계 내부에서 주자를 만들어 기존 기득권을 공고히 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강성 당원들을 등에 업고 비명계 유력주자들의 싹을 초장부터 잘라버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또다른 비명계 유력주자이자 독일에서 유학 중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올 연말이 아닌 내년 초 귀국이 예상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아예 정치 현안이 아닌 롤(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연설을 들은 감상 정도나 밝히는 등 극도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 전 의원 등 비명계 전직 의원들이 주축이 된 '초일회'는 다음달 1일 김 전 총리의 특강을 주최를 예고했고, 김 전 총리는 강연정치를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 중이다.
김 전 총리는 초일회 월례모임에서 '미국 대선 평가와 한미관계 국제정세 전망'이란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나, 다만 특강은 미국 대선 얘기로 한정하며 국내 정치 부문은 다루지 않을 방침이라고 못박았다. 초일회 내 잠재적 대권주자인 박용진 전 의원도 당장이 아닌 내년 초에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8·18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독주와 '일극체제'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았던 김두관 전 의원은 공교롭게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혐의 1심 선고 직후 중앙정치에 복귀했다. 정치 재개는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임기단축 개헌'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 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자신의 대선 도전 가능성을 암시하듯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민주당 내의 다양한 대권주자들이 경쟁을 하는 것이 본선경쟁력을 키우고 정권교체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을 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그러면서도 "지금 당이 생존의 위기에 있는데 플랜B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며 일단 손사래를 쳤다.
민주당 내부에선 최 의원의 '살해 위협' 정도에 이르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비명계 인사들이 공개적인 활동을 당장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우상호 전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지금 당의 대표이고 유력한 대선후보가 이렇게 어려운 일을 당하고 있는데 당신 혼자 당신 밥그릇 챙긴다고 뛰어다니냐, 이 사람 지금 제정신이냐'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럴 경우에 손해가 크다"고 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잠재적 경쟁자나 혹은 비명계라고 불리는 분들이 있다면 이런 분들이 공개적인 활동을 할 수가 없다"고 바라봤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박수현 의원도 최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지금은 어떤 그런 대안세력을 언급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번 1심 억울한 판결, 말도 안되는 판결 이후에 (이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한) 그런 기류는 현재는 더 강해져 있는 분위기"라며 "소위 대안으로 거론되는 분들도 '3김 3총(이낙연·정세균·김부겸·김경수·김동연·김두관)' 이런 말들이 있던데, 그러나 그분들도 지금은 아무리 속으로 어떤 생각이 있으셔도 그렇게 행동하거나, 그런 마음과 속내를 비칠 때가 아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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