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울트라 사이클’ 트럼프가 얻고 싶은 것 [스페셜리포트]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11.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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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주요 기업마다 계산기 두드리기에 분주한 가운데 최대 수혜 산업으로 조선업이 각광받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에 대한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덕분이다. 때마침 슈퍼 사이클을 맞은 ‘K조선’은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더 큰 도약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 두 번째 MRO 사업으로 수주한 ‘유콘함’. (한화오션 제공)
트럼프, 한국 조선업 SOS 왜?

미국, 中 견제 위해 MRO 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국내 조선업계에 ‘SOS’를 친 배경은 뭘까.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급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미국 의회도 ‘미국 해양 경쟁력 복원 방안’ 보고서를 통해 중국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관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로 낙점됐다는 관측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해군과 해운을 중시하는 국가다. 강력한 해군과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미국 선박은 미국의 군사력·경제력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조선·해운 산업 보호주의 정책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올 들어 미국 내에서는 중국에 밀려 미국이 ‘해양 패권’을 잃어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익집단과 정치권에서 모두 ‘중국발 조선·해운 위협론’을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전미철강노조 등 5개 노조는 “해양·물류·조선 분야에서의 중국의 불공정 관행이 미국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301조 조사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청원했다. 미국 의회는 행정부에 조선·해운 산업 보호 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관련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 이에 호응해 미국 백악관은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철강·조선 산업 보호조치’를 7월 발표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진영을 가리지 않고 조선업 위기를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문제는 이런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 조선업이 사실상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군함의 유지·보수가 힘들 정도로 산업이 무너졌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에서 중국이 59%로 절반을 넘는 가운데 한국은 23%, 일본은 13%로 뒤를 잇는다. 이에 비해 미국 점유율은 0.04%에 그쳐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직후만 해도 세계 최고 조선업 경쟁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두 차례 오일쇼크 이후 설비투자에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조선업 지원을 중단했고, 점차 수익이 좋지 않은 사양 산업으로 밀려났다. 맥킨지는 “미국의 조선 인프라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구축 사례가 존재할 만큼 노후화됐고 인력의 양과 질 모두 후퇴해 기존 조선소 공간에 새로운 활력 불어넣기가 필요하다”며 “양질 인력의 재건, 제조 시스템과 설비의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앞서 말한 조치가 잘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미국 조선업 부활을 장담할 수 없다. 세계 조선업은 이미 중국과 한국, 일본이 세계 시장 90%의 점유율을 가진 독과점 시장이 됐다. 이들 3국 경쟁력이 워낙 막강한 탓에 다른 국가가 끼어들 틈이 없다. 미국에 남은 선택지는 우방국과의 협력뿐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선박 공급 협력을 고려할 만한 우방은 ‘혈맹’으로 불리는 안보동맹 ‘오커스(AUKUS)’ 소속인 호주와 영국, 그리고 유럽연합(EU), 일본, 한국이다. 여러 선택지를 두고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을 최종 파트너로 낙점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즉흥적으로 내린 판단이 아니다. 미국 보수 진영 전문가들이 전략적으로 내린 결론이다. 공화당 진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을 비롯, 다수의 조선·해운·방산업계 관계자들이 최적의 파트너는 ‘한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는 ‘한국 조선소가 거대한 전략적 자산’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번 윤 대통령과 전화에서 언급된 트럼프 당선인의 ‘협력 요청’ 발언 역시 막후에서 보수 진영 참모들이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12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서울 국제 잠수함 콘퍼런스’에 방문한 브렌트 새들러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 상용 조선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치켜세웠다. 새들러 연구원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진영의 해양 전략과 관련 정책을 설계한 인물이다. 조선업은 미국 내 고용 창출 효과가 뛰어날 뿐 아니라 고용되는 상당수 백인 노동자 계층이 트럼프 지지 세력인 점도 트럼프 당선인이 조선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을 도울 수 있는 조선사로 HD현대중공업을 조명하기도 했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HD현대중공업 제공)
미국도 인정한 韓 조선업

군함부터 상선까지…탄탄한 경쟁력

그렇다면 왜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은 조선업 부흥을 위한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을까. 이유는 크게 3가지다. 타국 대비 높은 조선업 경쟁력, 한국 조선소 역량, 한국 조선업계의 활발한 미국 진출이다.

첫째, 타국 대비 조선업 경쟁력이 높다. 중국을 제외한 미국 우방 국가 중에서, 조선업 경쟁력을 갖춘 국가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뿐이다. 오커스 소속인 호주와 영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조선업 기반이 없다.

EU는 일부 국가가 조선업에서 두각을 드러내지만, 동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경쟁력이 한참 떨어진다. 산업연구원의 선종별 경쟁우위 종합평가에 따르면 한·중·일의 선종별 선박 건조 경쟁력이 80~90인 반면, EU는 70에 머물렀다.

남은 선택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한국과 일본은 선박 건조 전문성과 중국 밖에서 대규모로 건조할 능력을 갖췄다”며 “그들이 우리와 의미 있는 방식으로 협력하게 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선택지로 제시됐지만, 일본 조선업 현황이 녹록지 않다. 다른 국가에 비하면 경쟁력이 높지만, 한국과 중국에 비하면 크게 밀린다. 일본은 1970~1980년대 조선업 1·2차 합리화 조치를 통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대형도크 폐쇄, 기술개발·설계인력 퇴출 등 조치를 취했다. 과도한 거품이 낀 자국 조선업을 살리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는 곧 인력 고령화와 기술 단절, 선박 품질 하락으로 이어졌다. 일본 조선업계 물량 대다수가 내수 물량이다.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국이 사실상 ‘최적의 파트너’다.

둘째, 국내 조선소 역량이다. 한국 조선소는 최고 수준 생산성과 설비를 보유 중이다. 우수 기술 인력, 축적된 연구개발(R&D) 경험, 기술력, 설계능력은 중국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글로벌 선박 소유주나 화주가 가장 선호하는 국가가 한국이다. 배를 만들 때 제일 먼저 찾는 곳이 한국 조선소라는 의미다.

주문이 몰리는 덕분에 국내 조선소 수주 물량은 세계에서 가장 많다. 단일 조선소 수주 잔량 기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D현대삼호 등 국내 대형 4사가 세계 1~4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전체적으로 보면 수주 물량이 많은데, 이는 조선소 숫자가 많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단일 조선소로 보면 여전히 한국 조선소의 경쟁력이 높다”고 귀띔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월 ‘미국, 세계 최대 조선소에서 중국에 맞설 동맹을 찾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을 도울 수 있는 기업으로 세계 1위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을 조명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경우 10개의 드라이독(선박건조설비)에서 매년 40~50척의 군함과 상업용 선박 주문을 소화한다. 한꺼번에 20여척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이는 미국의 지난해 선박 건조량(4~5척)과 비교해 4배 이상 규모다. 수많은 선박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만큼 건조 기간을 단축하고 생산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같은 사양의 함정을 미국에서 건조할 경우 한국보다 2배 이상 비용이 들고, 건조 기간도 3분의 1 정도 더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상선 경쟁력만 높은 게 아니다. 미국이 당장 필요로 하는 군함 건조·수리·정비에도 두각을 드러낸다. 한국은 현재 휴전 중인 국가다. 타국 대비 군함·잠수함 등 군용 선박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 군함에 탑재되는 무기 체계까지 자국 내에서 조달이 가능한 국가다. 한국과 조선 협력을 진행하면 추후 무기 공유 등 다른 분야까지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국내 업체의 높은 미국 진출 의지다. 국내 조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이다. 시장 진출 기반을 이미 상당 부분 닦았다. 당장 협력이 가능한 기업이 2곳인 만큼,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 조선업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조선업이 쇠퇴한 미국으로선 당장 중국의 해군 군비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함정 MRO 사업 강화가 절실하다. MRO는 함정과 지원 선박의 유지, 보수, 정밀검사를 의미한다. 해상에서 함정이 최적의 성능을 유지하려면 엔진을 관리하고 정밀검사, 보수도 수시로 해야 한다.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함정 내 시스템을 관리하기도 한다. 영국 군사정보업체 제인스에 따르면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달러(약 81조원) 수준으로 미국만 따져도 연간 약 20조원에 달한다.

조선업계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MRO를 맡기고 미국 내에서 함정을 건조해 해군력을 증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대만이나 필리핀을 둘러싼 분쟁 중 자국 군함이 손상될 경우 이를 미국령인 괌이나 하와이, 미국 서부 해안으로 끌고 와서 수리해야 한다. 믿을 수 있는 동맹인 한국의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에 수리 외주를 맡기면 수리 시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최근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MSRA는 미 함정 유지, 보수, 정비를 위한 미국 정부와 조선업체 간의 협약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두 회사는 향후 5년간 미국 해상수송사령부 소속의 지원함뿐 아니라 미 해군이 운용하는 전투함 MRO 등 다양한 함정 정비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얻게 됐다.

두 회사 모두 미국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의 4만t급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함’의 MRO 사업을 수주했다. 최근에도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USNS YUKON)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따냈다. 유콘함은 전장 206m, 전폭 29.6m, 배수량 3만1000t 규모 함정으로 한화오션은 이 함정을 내년 4월까지 수리해 미국 해군 측에 다시 인도할 예정이다.

향후 수주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0월에는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인 스티븐 쾰러 제독(대장)이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 방문해 정비 중인 윌리 쉬라함을 둘러보며 국내 조선소 MRO 사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쾰러 제독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MRO 사업 추가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 아니다. 한화오션은 지난 6월 한화시스템과 함께 총 1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필리조선소는 동부 연안 해군기지 3곳과 인접해 글로벌 MRO 사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조선사들은 ‘미국 군함은 현지에 있는 조선소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존스법에 따라 현지 조선소를 인수해야 군함 수주를 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이를 위해 필리조선소에 투자해 군함 건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미국 해군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1468억달러(약 206조원)를 들여 55척의 함정(급유함, 구조선, 유도미사일함 등 포함)을 건조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도 내년부터 미 함정 MRO 사업에 참여한다.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는 오는 2030년까지 군함 신조, MRO 사업 부문 매출을 3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올 2월 방한 기간 중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 조선업 수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 연료 중심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에너지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보이는 우리 조선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삼정KPMG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이 화석 연료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돼 LNG, LPG 수요와 수출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친환경에너지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 여겨지는 브리지 에너지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지닌 한국 조선업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오션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연이 화제다. 트럼프 당선인(왼쪽 네 번째)은 1998년 6월 5일 경남 거제 대우중공업(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조선업 위험 요인은 없나

수주 점유율 급감, 선종 다변화 절실

물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내년 조선 업황이 악화될 수 있는 데다 중국 공세도 거세 트럼프발(發) 호재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보릿고개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올 1~3분기 전 세계 누적 신조선(신규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1% 증가한 4976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이 중 중국은 3467만CGT를 수주하며 점유율 69.7%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872만CGT 수주량을 기록하며 17.5%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오랜만에 ‘슈퍼 사이클’을 맞아 수주잔고가 넘쳐나는 만큼 선별 수주에 나서기는 했지만, 1위 경쟁 상대인 중국과의 수주량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연말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한국의 연간 수주 점유율은 사상 처음 2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한국의 글로벌 수주 점유율은 2021년 37%에 이어 2022년 33%, 지난해 24%로 매년 하락세다.

고부가가치 선박이자 한국이 독보적 경쟁력을 보유한 LNG 운반선 시장도 안심할 때는 아니다. 중국이 대대적인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선박 건조 기술력을 높여 이 시장을 공략하면서 한국의 LNG 운반선 수주 점유율은 2021년 87%에서 2022년 70%, 올 1~3분기 60%까지 떨어진 상태다.

특히 내년 신조선 시장에서 LNG 운반선 발주가 급감할 것으로 우려돼 국내 조선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내년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은 올해 대비 28.8% 감소한 4200만CGT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 수주량은 950만CGT로 9.5%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그나마 수주 경쟁력이 높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빅3’ 업체와 달리 중소 조선사들은 더 심각한 수주 가뭄에 시달릴 수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조선업체 수주 물량 중 87.4%가 대형 조선사 물량이었다. 대형사를 제외한 중소 조선사의 물량 비중은 12.6%에 그쳤다. 이 같은 양극화는 2010년대 조선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조선업 경기가 절정이었던 2008년 국내 중형 조선사는 27곳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 금융위기로 인한 조선업 불황이 겹치며 중소 조선사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현재 남은 중소형 조선사는 대한조선, HJ중공업, 케이조선, 대선조선 4곳에 불과하다. 이들마저도 수주 물량이 부족해 고군분투 중이다.

조선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난도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일부 조선소에서는 숙련공 부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납기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사태까지 나타나는 모습이다. 인력난 해결을 위해 공정의 디지털화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조선업이 호황을 보이지만 중국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한때 글로벌 조선 시장을 풍미했다가 쇠락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LNG, LPG 운반선 등 가스선에 집중된 수주 편중을 개선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친환경, 스마트 기술력을 다른 선종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 산업재해 위험에 내몰린 데다 노동 강도가 센 조선업 이미지를 개선해 젊은 우수 인재들이 조선사로 몰려들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의견은 눈길을 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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