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역사의 도구 됐다"…야권서 꿈틀대는 '포스트 이재명'
야권 일각에서 ‘2027년 대선 플랜 B’ 논의가 조심스럽게 부상하고 있다. 야권의 독보적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출마가 최악의 경우 가로막힐 수 있으니, 이를 대비하기 위한 ‘포스트 이재명’을 구상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이다. 지난 15일 선고받은 선거법 1심 형량대로라면 이 대표는 향후 10년간 대선을 포함한 모든 공직 선거에 나설 수 없다. 전직 민주당 의원은 20일 통화에서 “친명계에서 ‘다 죽여버리겠다’(최민희 의원)는 말이 나온 것 자체가 그만큼 커진 불안감의 발로”라고 말했다.
“이재명을 지키는 게 최선이나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는 해야 한다”는 게 현시점 야권의 물밑 기류다.
①후계자 낙점설
대표적인 게 지난 18일 나온 후계자 지명 주장이다. 야권 최대 스피커로 꼽히는 김어준씨가 유튜브에서 “대선이 대법보다 빠르면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고, 대법이 대선보다 빠르면 이재명이 손드는 사람이 다음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는 개인 이재명을 넘어서 하나의 도구가 됐다. 역사의 도구가 됐다”고 덧붙였다.
친야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대법원 판결을 가정하고 후계자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인가”, “또 ‘킹메이커’ 놀이가 시작됐다” 등의 논쟁이 벌어졌다. 김어준씨와 과거 '나는꼼수다(나꼼수)' 팟캐스트를 함께 했던 김용민씨는“(국민의힘 의원인) 주진우가 이재명이 누군가 손 들어주는 일이 먼저 생길 거라고 하나.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아직 극소수지만 당 안팎에서 ‘친명 중진이 대표 궐위(闕位)를 대신하는 시나리오’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종의 대선 후보 대행 체제를 만들자는 것인데, 4선인 김민석·정청래 최고위원 등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민주당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2032년 대선 때도 이 대표 나이(68세)가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 때(75세)보다 적다”며 “민주당에도 푸틴-메드베데프 모델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8~2012년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에게 대통령직을 한차례 맡겼다가 재집권했다.
②대체 후보 옹립설
한켠에서는 ‘이 대표 의중을 넘어 아예 경쟁력있는 주자를 새로 세우는 게 빠르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불려 나왔듯, 이 대표가 아닌 진영 차원의 후계자 옹립이 더 합리적이라는 시각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9일 뉴스1 유튜브에서 “민주당의 강성 지지파가 이재명의 빈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지금 고민해서 적당한 사람을 소환할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같은 사람을 불러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야권에서는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상왕’으로 불렸던 이해찬 전 대표의 역할이 주목받는다. 야권 전략통 인사는 통화에서 “이재명도 결국 이해찬의 낙점을 거쳐 일인자가 된 것”이라며 “본인이 수용할지는 모르겠지만, 대표적 이해찬계인 유시민은 대중성에 있어 한동훈과도 겨룰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른바 ‘비명계 신 3김’(김부겸·김경수·김동연)의 대안론에 대해선 친명 지지층에서 부정적 기류가 강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수도권 민주당 의원은 “현재 민주당 지지층의 최대 세력은 강성 친명이고, 이들의 수용 없이 대선주자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20일 친야 성향 커뮤니티에는 "이 대표를 ‘도구’라 표현한 김어준씨 발언이 기분 나쁘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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