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경기째 무득점' 이강인, 개인 기량 탓하기엔 홍명보 감독 '전술적 지시'가 불명확하다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이강인의 침묵은 단순 개인 기량 문제가 아닌 전술적 지시 부족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6차전을 치러 팔레스타인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조 1위(승점 14)를 지키기는 했지만 2위권과 격차를 확실히 벌리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날 이강인은 변함없이 오른쪽 윙어로 나서 이따금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전반 25분 먼곳에서도 페널티박스 쪽으로 정확하게 공을 공급해 오세훈의 슈팅까지 이끌어내거나 후반 7분 훌륭한 크로스로 오세훈의 헤더에 이은 황인범의 슈팅을 만들어낸 장면, 후반 12분 손흥민과 약속된 세트피스를 통해 수비에 맞고 나가는 위협적인 슈팅을 만들어내 장면 등이 있다.
하지만 그간 이강인이 대표팀에서 보여줬던 놀라운 모습에 비해서는 아쉬웠다. 우선 이강인은 3차 예선 들어 득점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6월 A매치에서 싱가포르 상대 2골, 중국 상대 결승골을 넣은 것과 대비된다. 전체 공격포인트도 9월 오만전 도움을 기록한 게 마지막이다. 그렇다고 이번 팔레스타인전에서 10월 이라크전처럼 경기 영향력이 공격포인트 그 이상으로 뛰어나지도 않았다.
이강인의 경기력 자체를 지적할 수도 있다. 이강인은 11월 A매치 2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날도 번뜩이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지만 경기 전체로는 보이지 않는 순간이 더 많았다. 득점을 비롯해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팔레스타인 수비를 위협한 손흥민이나 2선에서 헌신한 이재성에 비해 이강인은 오른쪽을 넘어 공격 전반에 위협적인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마냥 이강인만 탓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다. 이강인은 11월 A매치에 차출되기 직전 파리생제르맹(PSG)에서 앙제전 2골 1도움으로 날아올랐다. 득점 장면에서 전술적 움직임도 훌륭했고, 브래들리 바르콜라의 득점을 도울 때는 날카로운 왼발 킥이 빛났다. PSG와 앙제의 전력차가 크다는 걸 지적하기에는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차이도 그에 못지 않다.
차이는 이강인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이 최대한 중앙으로 들어오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끔 상황을 조성한다. 이강인의 날카로운 킥을 활용하기 위해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이강인이 상대 수비 한두 명은 제칠 수 있는 공격수라는 점도 이강인을 중앙으로 좁혔을 때 리스크를 줄인다.
홍 감독이 사용하는 이강인은 조금 다르다.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들어오기보다 측면에 머물거나 뒤로 무르는 플레이를 펼친다. 상대 수비 간격을 벌리는 목적으로 이강인을 활용하는 건 나쁘지 않은 착안이지만 조직적인 두 줄 수비를 갖춘 팔레스타인에는 통하기 힘들다. 게다가 홍 감독의 공격 전술에서 중요한 건 상대 수비를 끌어낸 다음 뒷공간으로 침투를 하는 선수에게 공을 주는 것이다. 이강인보다는 설영우가 잘하는 플레이로 이강인이 설영우의 보조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이강인을 살리는 게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는 이강인을 살렸어야 한다. 특히 중앙을 단단히 틀어막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이강인의 정교한 크로스는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전술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오현규와 주민규를 투톱으로 세우며 정말로 크로스가 필요할 때 이강인을 교체했다. 최근 폼이 좋았던 배준호를 믿은 용병술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패착에 가까웠다.
대표팀에서 이강인의 부진은 홍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다. 사실 이강인뿐 아니라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지 못한 2선 자원들은 미묘하게 존재감이 옅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재성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재성은 쿠웨이트전처럼 공격적인 위치선정에 집중할 때에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팔레스타인전 후반처럼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으면 경기력이 하락한다. 손흥민은 스스로 수비가담이 뛰어난 선수여서 그렇지 공격 상황에서는 오로지 상대 골문만 노릴 수 있는 전술적 수혜를 받고 있다.
반면 이강인에 대해서는 공격 상황에서 명확한 역할이 부여되지 않는다. 이라크전처럼 좋게 풀린다면 '프리롤'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전술적인 부분만 놓고 봤을 때는 방치에 가깝다. 사실 홍 감독 부임 후 이강인이 보여준 모습들은 오히려 개인 기량을 통해 세부 전술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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