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이 박수 친 한동훈의 말, 현실 알면 섬뜩하다

이동철 2024. 11. 2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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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철의 노동 OK] 이주 노동자 확대 정책과 업무 자동화 기술, '인력난' 대안 될 수 없어

[이동철 기자]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판매직 고용 상황이 코로나19 팬데믹 수준으로 다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10월 월평균 판매 종사자는 251만8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명 줄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고용센터.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모처럼 신났습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경제 성과 및 향후 추진 계획'을 통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년 연속 46%대 청년 고용률을 유지했다"라며 스스로를 칭찬했습니다.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높은 청년 고용률을 달성했다는 점을 경제정책의 성과로 꼽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산업현장에서는 일손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입니다. 건설업과 제조업, 보건 복지서비스업에서는 기업이 구인난에 시달리는데요. 정확하게는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 청년 노동자들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입니다. 실제 통계청의 '업종별 연령 분포 분석'을 보면 2013년 건설업에서 30대의 비중은 19%에서 2023년에 14%로, 섬유제조업에서는 17%에서 2023년에는 15%로 감소했습니다.

보건 복지서비스업의 연령 분포는 더 심각합니다. 2013년에 30대 노동자의 비중이 24%였는데 2023년에는 15%로 줄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32년까지 보건 복지서비스업과 제조업, 도소매업에서 약 40만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합니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여기에는 안 가고 "그냥 쉬겠다"라고 합니다.

높은 청년 고용률? 현실은 처참하다

통계청이 올해 7월에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쉰 청년은 44만 2000명으로 역대 최대(7월 기준)를 기록했습니다. 39세까지로 넓히면 약 77만 명이 '그냥 쉬었습니다'.

그럼 빈 일자리는 누구로 채워졌을까요. 그 자리는 60대의 고령 노동자들이 메우고 있습니다. 이들 주요 업종 모두에서 2013년에 비해 2023년에는 60대의 고령노동자 비중이 정확하게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60대 고령 노동자들만으로는 청장년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주요 업종의 일자리를 채우긴 어렵습니다. 장기적으로 20대 청년 인구는 2022년 673만 명에서 2050년에 절반 이하인 279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주요 일터에서 구인난은 계속될 겁니다.

자본에 노동을 더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은 이를 어떻게 극복할까요? 급한대로 기업은 업무 자동화 기술을 통해 인력난 극복에 나서고 있습니다. 키오스크와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표적입니다.

실제 롯데리아나 버거킹 등 유명 패스트푸드 점포에서 자동주문 기능을 담은 키오스크의 도입 비중은 크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롯데리아의 2018년 경우 전국 1350개 점포중 826개 점포(61%)에 키오스크를 도입했습니다. 현재는 키오스크 도입 비중이 90% 이상으로 추산되며, 2023년 기준 전체 주문의 80.8%가 키오스크를 통해 이뤄졌다고 합니다.

제조업 생산 공정에는 로봇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계열사인 로봇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함께 연구 개발한 '올 뉴 아틀라스'라는 로봇이 있습니다. 인간과 비슷하게 두 발로 보행하며 관절등을 움직여 자동차 부품을 적재·조립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여러 상황의 데이터를 축적해 위기 상황에도 반응하는 등 자율성을 보여줘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제조업 노동자의 역할을 대체할 만하다고 평가받고 있는데요. 현대차가 올뉴 아틀라스를 생산 공정에 곧 시범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생산공정을 로봇이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돌봄등 사회서비스 역시 세심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조선과 금형등 주요 제조업 생산현장과 돌봄 일자리나 버스운송 등 시민의 복지를 위한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청년들에게 인기가 없습니다.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이주 노동자 늘려 구인난 해결하겠다는 정부
 지난 2023년 11월 24일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울산시 동구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외국인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제주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연례 경제포럼이 열렸습니다.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인들 550여 명을 상대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연단에 올랐습니다.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대한민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나라"라고 기업인들을 치켜세우며 이들의 결단과 노력으로 대한민국이 오늘의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기업활동을 충실하게 지원해 경제발전을 이끌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 장관은 법무행정을 책임지는 장관이지 일자리와 경제를 담당하는 관료가 아닙니다. 어떻게 기업을 지원할 수 있을까요. 한 장관은 비자와 이민 등 법무행정 권한을 활용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생산 인력을 이주 노동자로 채우겠다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기업인들이 한 장관의 연설을 듣고 박수를 치던 장면이 생생합니다.

한 장관의 노력 때문일까요. 올해 고용노동부의 외국 인력(E-9)비자 도입 규모는 16만 5000명으로 2021년 5만 6000명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들은 주로 경남과 울산의 조선과 철강 등 주요 기간산업 생산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당시 한 장관은 문재인 정부 말기 1000명에 불과했던 E-7-4 기능인력을 3만 5천 명으로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가족 동반이 어려운 E-9 비자와 달리 E-7-4 비자는 가족을 초청해 동반할 수 있고 정주 여건이 개선돼 향후 영주권 확보의 기반이 됩니다. 한 장관의 이러한 정책 방향은 인구 소멸 위기 속에서 고심하는 지역 정치인들에게도 환영받았습니다.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으로 숙련노동자가 떠나 버려,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울산과 목포 등 지역의 제조업 거점 도시에서는 중소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이 큰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언뜻 보면 '키오스크'와 '올뉴 아틀라스', 그리고 '이주 노동자 확대'는 기업으로서는 구세주와 같습니다. 자신들의 권리를 찾겠다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기업의 경영활동에 사사건건 간섭하여 이익을 나누자고 하지도 않을 테니 말입니다. 키오스크나 올뉴 아틀라스는 초기 연구개발비가 좀 들겠지만 한번 상용화해서 노동현장에 투입되면, 기업이 생산활동에 방해가 되는 규제라 인식하는<근로기준법>의 주 52시간 적용도 받지 않고 일하다 다쳐도 산업재해로 보상해 줄 필요도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노동자의 최저 생활 수준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최저임금법을 무시하고 낮은 임금으로 이주 노동자 착취를 합법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필리핀 가사 노동자를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표적입니다.

업무 자동화와 이주노동자 확대 정책이 놓친 것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주최로 지난 9월 26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차별 중단 및 평등한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중국인들이 우리 일자리 다 뺏을 동안 한국노총은 뭐한 겁니까?"

제가 일하는 상담소로 종종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상담 전화로 구인난으로 인한 분노를 쏟아 냅니다. 정책본부에 현장의 고충을 전달해 이주 노동자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겠다고 답변드리고 상담을 마무리했지만, 일자리를 잃은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의 무분별한 대립 구도가 만들어진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까 답답합니다.

과연 키오스크와 올뉴 아틀라스, 그리고 저렴한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우리 노동시장에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윤석열 정부의 이주 노동자 확대 정책이나 기업의 업무 자동화 방향은, 노동시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균형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합니다.

기간산업 붕괴와 지역 소멸까지 야기한 조선업과 뿌리 제조업 노동력 부족 문제, 돌봄 서비스업종에 대한 구직자의 기피는 불평등한 임금구조가 근본적 원인입니다. 지난 2022년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문제제기로, 기간산업 숙련노동자의 처참한 노동현실이 이슈가 됐습니다. 그 뒤 다단계 하청으로 유지되는 기간산업의 일자리는 '한국인 노동자가 기피하는 더럽고 위험한 일'이라는 사회적 비판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오 시장이 도입한 필리핀 가사노동자들 일부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등록 체류자가 되기를 택했습니다. 불평등한 임금구조 해결 없이 이주노동자 공급만 증가시킨다면 그렇지 않아도 힘든 일은 더욱 힘들어지고, 그 일은 내국인에게는 더 매력 없는 '더티 워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키오스크와 올뉴 아틀라스는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 선순환에 이바지하는 소비의 주체가 되기도 어렵습니다.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내국인들의 무분별한 이주 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높아지고 기술 이용에서 소외된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전환에 대비해 밀려나는 노동자들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앞서 정주가 가능한 숙련 기술 인력 자격 부여와 관련해서 당시 한 장관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될 자격을 평가하는데 기업인들의 추천을 최우선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로 교란될 노동시장을 우려하는 노동계 의견 수렴 기회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여당 대표가 된 그가, 제발 이해관계자들을 두루 만나 의견을 들어보고 균형 있는 결정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의 내용중 일부분은 매일노동뉴스에도 기고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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