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풍광 보인다…순례자 6%만 간다는 산티아고 '북쪽 길'
10년째 신혼여행⑲ 산티아고 순례길 1편

아내의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려면 무엇보다 짐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보통은 본인 체중의 10분의 1 무게로 짐을 꾸리는 게 이상적이라고 한다. 등짐이 무거울수록 발걸음이 더뎌 지고 부상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무릎과 발목이 약한 나는 배낭 무게를 5㎏ 이하로 목표를 잡았고, 떠나기 전 6개월간 짐 싸고 풀기를 반복했다.

준비물은 계절과 루트 그리고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여름인지 겨울인지’, ‘산길로 갈 건지 평지로 갈 건지, ‘20대 청춘인지, 60대 장년인지’에 따라 챙겨야 할 물건이 다르다. 우리가 택한 루트는 산길이 많았고, 계절도 우기로 접어드는 터라 우천에도 대비해야 했다. 해서 경량 패딩 대신 땀 배출이 용이한 기능성 플리스 재킷을 챙겼다. 바람막이, 판초형 우의, 등산 스틱, 침낭 역시 ‘필수템’이었다.
모든 짐을 덜어내느라 바빴지만, 추위에 약한 나는 보온용품만큼은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충전식 보온 제품은 크고 무겁게 느껴져, 손바닥만 한 크기의 보온 물주머니를 챙겼다. 뜨거운 물을 붓고 뚜껑을 닫는 고전적인 방식의 물건인데, 한 달 내내 다른 순례자의 부러움을 샀다.

김은덕 think-thing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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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의 정식 명칭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다. 문자 그대로 옮기면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다. 성경 속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모든 길을 지칭하는데, 흔히 ‘카미노’라고 줄여 부른다. 순례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걷기 여행자와 자전거 여행자가 카미노 위에서 마주친다. 종교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 이상의 감동과 감격이 있기 때문이다. 순례자 사무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44만 명 이상이 카미노를 찾았다.
카미노 루트 중 가장 유명한 건 이른바 스페인 내륙을 관통하는 ‘프랑스 길(약 800㎞)’이다. 평지에 이정표가 촘촘해 길을 잃을 염려가 없고, 식당‧숙소 등의 편의 시설도 많다. 하여 순례자가 어마어마하게 이 길로 몰린다.

반면 우리는 ‘북쪽 길’로 꼬박 한 달을 걸었다. 전체 순례자의 약 6%만이 이 길을 선택한단다. 북쪽 길(약 820㎞)은 스페인 북부 해안에 위치한 바스크‧칸타브리아‧아스투리아스 지방을 관통하는데, 아름답고 화려한 해안선을 곁에 두고 걷는 장점이 크다. 감히 말하건대, 프랑스 길과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단점은 산길이 많다는 점이다. 해서 초반의 험난한 바스크 산맥 구간을 건너뛰고 빌바오부터 걷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680㎞의 대장정이다. 카미노를 찾는 한국인은 보통 프랑스 길을 선택한다. 북쪽 길을 걷는 한 달 동안 한국인 순례자를 정말이지 단 한 명 만나지 못했다.

북쪽 길에서 만난 다른 순례자와 대화를 할 때면 “왜 프랑스 길 대신 북쪽 길을 선택했어?”라는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인프라가 열악하고 험한 길이라는 걸 서로가 알기 때문이다. 그 길을 걸으며 순례자들은 단단한 동지애로 뭉친다. 같은 길을 걷고, 목적지가 같다는 이유 하나로 오래된 친구를 만나기라도 한 듯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정을 나눈다. 마지막 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광장에 도착했을 때 서로를 향해 보내던 그 힘찬 박수, 그 뜨거운 눈물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내게는 그 순간이 진정한 카미노의 의미로 다가왔다.
백종민 alejandrobaek@gmail.com
■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정보
「 루트 : 북쪽길(빌바오~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거리 : 총 길이 680㎞
기간 : 31일(9월 24일~10월 24일)
비용 : 230만원(식비·숙박비 등 하루 평균 1인 50유로(약 7만3000원), 항공료 별도)
」
■ 여행작가 부부 김은덕, 백종민
「

한시도 떨어질 줄 모르는 작가 부부이자 유튜버 부부. ‘한 달에 한 도시’씩 천천히 지구를 둘러보고, 그 경험의 조각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서울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마흔여섯 번의 한 달 살기 후 그 노하우를 담은 책 『여행 말고 한달살기』를 출간했다. 지은 책으로 『사랑한다면 왜』 『없어도 괜찮아』 『출근하지 않아도 단단한 하루를 보낸다』 등이 있다. 현재 미니멀 라이프 유튜브 ‘띵끄띵스’를 운영하며 ‘사지 않고 비우는 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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