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비료·멀칭비닐, 농경지에도 숨어있는 미세플라스틱
폐기물을 원료로 하는 유기질 비료가 주 원인
지렁이 등 미생물이 섭취하면 오염 가속화돼
농업에 쓰는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 강화해야
하수슬러지 등은 열처리 거친 뒤 비료로 투입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4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전방위적이다. 대기와 수계와 토양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으며, 지구 순환시스템에 따라 이동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바다에서 촉발되었으나 바다만 봐서는 안 된다. 도시 대기 속 미세먼지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하고, 토양 내 미세플라스틱 오염문제도 심각하다.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다양한 경로를 추적하고 관련 대책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문제 중 농경지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올해 초 네이처지에 실린 영국 농경지 대상 미세플라스틱 오염 정도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1846년부터 1914년까지의 샘플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후부터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기 시작하고, 1990년대 이후부터는 오염농도가 3배 이상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지에서 검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토양에 내려앉을 수도 있겠지만 직접적으로는 멀칭비닐 등 플라스틱 자재의 사용량이 증가하고,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농약이나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비료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하수슬러지, 가축분뇨, 음식물쓰레기 등 폐기물을 원료로 하는 유기질 비료가 농경지 미세플라스틱 농축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경지 내 미세플라스틱이 토양 질소순환을 교란시키면서 식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토양에 서식하는 지렁이나 미생물 등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면 생물체 내부에서 더욱 작은 미세플라스틱 조각으로 쪼개져서 배출되는 생물파편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미세플라스틱 오염과 부정적 영향이 가속화될 수 있다. 나노단위 초미세플라스틱은 식물의 뿌리를 통해 흡수되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채소와 과일, 곡물 속에 미세플라스틱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끔찍하다.
무엇을 해야 할까? 멀칭비닐 등 농업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고, 농약이나 비료 등에 의도적으로 첨가되는 폴리머 원료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 농업용 플라스틱 자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것도 방안이지만 생분해성 비닐이기 때문에 폐기물 수거가 필요 없다고 농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는 행위도 규제해야 한다. 멀칭비닐을 생분해성 비닐로 대체할 경우의 농지 내 미세플라스틱 잔류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되는 폐기물 내 플라스틱 오염관리를 철저하게 할 필요도 있다.
음식물쓰레기 내 비닐쓰레기가 섞여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종량제 봉투처럼 합법적으로 비닐쓰레기가 들어오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수슬러지를 비료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통제하고 있지만 통합 바이오가스를 거친 후 소화액에서 분리되는 고형물이 비료의 원료로 들어오는 것은 통제장치가 없다. 미세플라스틱 오염 통제가 어려운 하수슬러지나 바이오가스슬러지는 비료 원료로 바로 투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열분해 등의 열처리를 거친 후 남은 바이오차를 비료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음 주면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5차 정부 간 회의가 개최된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포함한 전 지구적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오염은 가속화되고 있는데 우리의 행동은 굼뜨기만 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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