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신격화까지…'지지층 흡수·친명내 후계 경쟁' 서막 올랐다 [정국 기상대]

김은지 2024. 11. 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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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차은우·손흥민·아버지" 논란에도
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후 충성경쟁 더↑
"비명계 죽인다" "신의 종" 발언 등
"李, 킹 못돼도 킹메이커는 될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부터 향후 대권가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았지만, 이 대표를 향한 충성경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월 강민구 전 최고위원의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이란 발언은 귀엽게 들릴 정도로, 최근 이 대표를 치켜세우는 비유들이 한층 더 진화해 여의도 곳곳을 강타 중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개딸'로 대표되는 이 대표의 팬덤 흡수를 통해 각자의 지지기반을 지키려는 것, 더 나아가 친명 간 '후계 경쟁'을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안 세력이 기지개를 켤 것을 대비해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정치인들을 겨냥해 "움직이면 죽이겠다"는 섬뜩한 경고를 날리거나, 심지어는 이 대표를 '신의 대리인'에 비유하는 충성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된 이 대표의 앞으로 각종 선고와 재판이 줄줄이 예정돼 있음에도 당의 기류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최민희 의원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중 이례적 신상발언을 자청해 "(비명계를 죽이겠다고 했던 것은) 은유적 표현이 너무 셌다"면서도 "분열하거나 권력투쟁을 하거나 정치검찰과 손잡고 민주당을 장악하려고 하면 그 해당 당사자들이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을 것"이라고 재차 위협했다.

앞서 최 의원은 이 대표의 '징역형의 집행유예' 1심 선고 이튿날인 지난 16일 유튜브 인터뷰에서 "일부 언론이 '민주당에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며 "움직이면 죽는다. 내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발언했다. 최 의원이 추가 입장을 밝힌 것은 논란이 일파만파한지 사흘만이다.

전날에는 현 당대표 비서실장이자 지난 대선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배우자실장이었던 이해식 의원이 이 대표를 '신의 대리인'에 비유하며 우상화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빗속에서 연설을 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와 함께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중 "더 훌륭한 인간이 되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이런 사람이야말로 신의 사제요, 신의 종"이라는 글귀를 인용했다.

이 의원은 "그는 내면에 깃들어 있는 신성에 귀 기울임으로써 쾌락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고 어떠한 고통에도 상처받지 않으며 어떠한 모욕에도 해 입는 법이 없다. 고귀한 싸움에 당당히 임하는 투사이며 격정에 휘말리지 않고, 정의가 마음속까지 가득 차있다"는 부분도 발췌했다. 이 대표가 각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귀한 싸움'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서서는 올해에만 이 대표를 '정조(김준혁 의원)' '아버지(강민구 전 최고위원)' 등에 비유한 논란들이 터져 나오며 여의도가 뒤흔들린 바 있다. 안귀령 대변인도 "(외모 이상형은) 차은우보다 이재명"이라고 밝혔다가 홍역을 치렀다.

'이재명 일극체제'의 균열이 쉽사리 날 가능성이 적은 상태에서, 특히 '후계 구도'를 둘러싼 이재명 대표 체제 전·현 수석최고위원들의 행보에도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재명 지도부 1기 수석최고위원이었던 정청래 의원은 이 대표발(發) 민주당의 위기가 현실화됐음에도 "김대중은 사법살인을 딛고 일어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정 의원은 전날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에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란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이 같이 강조했다. 또 "야당탄압 정적제거 이재명 죽이기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 "법원의 이재명에 대한 정치적 사법살인에 분노한다""이재명은 내가 지킨다"고 적었다.

이에 질세라 현 지도부의 수석최고위원인 김민석 의원은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교체는 대세이고, 이재명 대표는 그 중심"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의원은 "대북 전단을 또 방치해 남북긴장을 다시 증폭하는 정권은 정말 미쳤다"며, 이번에는 국방부 장관을 탄핵하겠다는 주장까지도 불사했다.

앞서 두 사람은 각각 최고위원회의에서 '시대정신이자 손흥민(정청래 의원)' '이재명 대표 제거 공작은 야쿠자를 동원해 자행된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김민석 수석최고위원)' 등의 공개발언을 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후계자가 꼭 경쟁 세력인 '비명'에서 나올 가능성에는 거리를 두면서 "이재명 대표의 지금 당 장악 또는 일극체제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킹은 못해도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은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극단적으로는, 예를 들어서 정청래 의원이 됐든 김민석 의원이 됐든 아니면 우리가 아는 누군가가 됐든 그 사람이 이 대표의 어떤 강력한 후원 하에 (점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와 관련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표가 워낙 큰 데미지를 입었기 때문에 '(22대 총선 공천 당시) 친명횡재'를 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충성 경쟁을 통해 이 대표의 어려움에 동참하겠다고 하면서, 강성 지지층들의 끊임없는 구애를 계속 받겠다는 전략이 하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로는 "지금 아주 센 충성 경쟁을 해놔야 (이 대표의 부재 상황 발생시) 그때는 (스탠스가) 좀 유연해지더라도 순혈주의를 인정받기 때문에, 아예 초장에 강도 높은, 말하자면 충성 워딩들을 꺼내놓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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