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고민하더니…‘백투더 스벅’ 외치다
스타벅스 3분기(회계연도 4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 감소한 907억달러(약 127조원)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전망치 평균인 936억달러를 밑돈다. 순이익 역시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3분기 순이익은 9억930만달러(주당순이익 8센트)로 1년 전의 12억2000만달러보다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주당순이익을 1.03달러로 예상했는데 이를 밑돌았다.
동일 매장 매출을 따져보니 전체적으로 7% 하락했다. 결정타는 미국과 중국 시장이었다. 미국의 경우 방문율 감소폭이 10%에 달해 매출이 6% 떨어졌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은 동일 매장 매출이 14%나 감소했다.
매장 한 곳당 매출 감소는 공격적인 확장 전략 때문이다.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이 심해진 가운데 적극적인 매장 수 확대로 인근 매장과 영역이 겹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1만6000여곳, 중국에도 7300곳이나 된다. 게다가 경쟁 브랜드도 많아졌다. 세계 곳곳에서 스타벅스는 신생 브랜드와 경쟁하는 중이다. 일례로 미국에선 아칸소 지역 브랜드 ‘7 Brew’, 오리건주의 더치 브로스(Dutch Bros)와 휴먼 빈(Human Bean) 등 신흥 브랜드가 빠르게 확장했다.
복잡한 메뉴·느린 서비스 불만
뉴욕타임스(NYT)는 “프라푸치노 사이의 어딘가, 팬들은 스타벅스가 무언가를 잃었다고 말한다(Somewhere Amid the Frappuccinos, Fans Say Starbucks Lost Something)”는 제목의 기사로 현 상황을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스타벅스를 32년간 이용한 73세 그렉 투툰지안 씨의 사례를 들며 느려진 서비스와 앱 사용상의 불편한 점을 지적했다. 모바일 앱에서 재고가 있다고 표시됐지만 막상 매장을 방문하면 그렇지 않았다는 일화를 곁들였다.
스타벅스는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커피숍’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모바일 앱과 드라이브스루 주문이 매출 70%를 차지한다. 메뉴 역시 스타벅스를 대표하는 뜨거운 커피보다 아이스 커피, 차, 레모네이드 등의 매출 비중이 더 높다.
스타벅스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상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시애틀의 워싱턴대 근처 매장의 바리스타인 아리 브레이의 인터뷰를 통해 “스타벅스에서의 전통적인 경험은 이름을 부르고 인사하며, 바리스타와 친근한 대화를 나누며 맛있는 음료를 받는 것이었다”며 “이제는 15분 동안 기다려야 하고, 너무 바빠서 아무도 말을 걸지 못하는데, 이는 좋은 경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드라이브스루와 픽업 주문 등 효율에만 집중하며 일부 매장에선 좌석을 줄이는 등의 전략을 사용하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LA 음악가 니콜 시몬은 “첫 데이트를 스타벅스에서 했고 가장 좋아했던 일 중 하나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것이었다”면서도 “지금 스타벅스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같고 타코벨이나 맥도날드처럼 삭막하다”고 불평했다. 이 밖에 ▲높은 음료 가격 ▲불편한 좌석 ▲과도한 팁 문화 등이 스타벅스 브랜드를 해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2020년 스타벅스 라테 1잔의 가격은 3.95달러였으나 현재 4.95달러로 한국 돈으로 약 6900원에 달한다.
지난 8월 브라이언 니콜 CEO가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은 스타벅스도 이 같은 현실에 위기감을 느껴서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치폴레멕시칸그릴 CEO였던 그는 음식료업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니콜 CEO가 스타벅스로 옮긴다는 소식에 스타벅스 주가는 하룻밤 새 20% 폭등하고, 치폴레 주가는 8% 하락했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스타벅스 주가는 올 들어 고점 대비 30% 이상 급락했다가 CEO 교체 뒤 연초보다 5%가량 상승했다.
니콜 CEO는 2018년부터 치폴레를 이끄는 동안 경영 혁신을 주도했다. CEO 재임 기간 치폴레 이익이 약 7배 늘었다. 주가는 약 800% 상승했다. 그의 취임에 대해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CEO도 “브라이언의 리더십에 오랜 기간 감탄해왔다”며 “그가 전환점에 있는 스타벅스에 필요한 리더라고 믿는다. 나는 그를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니콜 CEO는 지난 9월 공개서한을 통해 ‘스타벅스로 돌아가기(Back to Starbucks)’ 프로젝트를 밝히고 변화를 주도하는 중이다. “커피 이상의 경험과 공간을 판다”는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의 경영 방침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그는 공개서한에서 ‘바리스타가 고객을 돌볼 수 있도록 지원’ ‘제시간에 뛰어난 음료와 음식을 내놓기’ ‘스타벅스를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등의 계획을 밝혔다. 무엇보다 복잡한 메뉴를 단순화하고 가격 구조 개선에 나설 듯 보인다. 메뉴 단순화는 매장 고객들이 4분 내로 음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올리브유 첨가 음료, 호박 향 라테, 핑크 음료 등 빈번하게 선보이던 시즌 음료도 출시를 자제한다. 긴 대기 줄을 만들어 단골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프로모션과 할인도 줄어든다.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몇 개월 내에 포장 주문과 매장 이용 주문을 구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해 신규 점포 오픈을 줄이고 리노베이션을 축소할 듯 보인다.
이 밖에도 다양한 자구책을 준비 중이다. ‘우유 대체품에 추가 비용을 받지 않는다’는 방침이 하나의 사례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우유를 두유나 오트밀크, 아몬드·코코넛밀크 등 대체품으로 바꾸는 옵션은 샷 추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요청한 맞춤 서비스였다. 지금까지는 콜드브루나 아메리카노 등에 4온스(약 114㎖)의 대체유를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하지만, 라테 등 우유가 들어간 음료는 추가 비용을 받았다. 스타벅스코리아도 톨 사이즈 라테에 오트밀 우유 옵션을 선택할 경우 800원을 더 받는다. 니콜 CEO는 “스타벅스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항상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변화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미국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로부터 스타벅스 지분을 인수한 스타벅스코리아는 그래도 사정이 낫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 2조929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올해 2분기까지도 매출액 1조4943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소폭 성장 중이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하락세다. 2021년 2393억원이었던 이익은 2023년 139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2분기까지 실적은 1조4943억원으로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5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5%에 불과하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가격 인상과 새 서비스로 대응하는 중이다. 지난 8월 스타벅스코리아는 커피 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톨(355㎖) 사이즈 가격은 동결했지만 그란데(473㎖)와 벤티(591㎖) 사이즈는 각각 300원, 600원씩 올렸다. 에스프레소 샷 등 음료에 추가되는 옵션 비용도 60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했다. 이어 11월부터는 아이스 음료 중 일부인 논커피 음료 11종의 톨 사이즈 가격을 200원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블렌디드 음료 2종, 프라푸치노 6종, 피지오 1종, 리프레셔 2종이 대상이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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