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권? 자발적 탄소 시장을 보라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11.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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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챠드 윤 키우다 대표 [HIS STORY]

종잡을 수 없는 기후 변화로 전 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후 변화를 이대로 방치하면 세계 각국 성장률이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주요국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자국 기업 탄소 배출을 규제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이에 최근 주목받는 것이 자발적 탄소 시장(VCM·Voluntary Carbon Market)이다. 자발적 탄소 시장은 탄소중립을 이행하려는 기업이나 기관이 스스로 ‘탄소상쇄크레디트’를 사고파는 시장을 말한다. 일찌감치 이 시장을 눈여겨보고 블록체인 기반으로 일체화된 탄소 관리 플랫폼을 개발한 인물이 있다. ‘키우다(KIUDA)’의 리챠드 윤 대표다. 리챠드 윤 대표는 “규제 탄소 시장의 탄소할당배출권에 중점을 둔 한국과 달리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탄소상쇄크레디트를 적극 활용해온 만큼 우리 기업도 머지않아 자발적 탄소 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챠드 윤 키우다 대표 한양대 영문학/ 호주 맥쿼리대학원 응용금융학 석사/ NZ 매시대학원 PGD in Banking/ 웨스트팩은행 수석매니저/ ANZ내셔널뱅크 아시아사업부 본부장/ 페라텀 APAC 총괄/ SK증권 디지털금융사업부 대표 겸 고문/ 키우다 대표(현) [윤관식 기자]
Q. 자발적 탄소 시장 개념이 궁금하다.
A. 탄소 시장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정부 주도로 탄소 배출량을 할당하고 관리하는 규제 탄소 시장(CCM·Compliance Carbon Market)이다. 규제 탄소 시장에서는 정부가 기업별로 배출량 상한을 정하고, 감축 의무를 부여받은 기업들이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여유 배출권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국가의 총 배출량을 관리한다.

둘째는 자발적 탄소 시장이다. 민간 주도로 운영되며 기업이 탄소 배출 후 탄소 저감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상쇄크레디트를 구매해 자발적으로 배출량을 상쇄하는 방식이다. 정부 규제가 없고,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두 시장은 다른 구조지만, 모두 탄소중립이 목표라 향후 3~5년 내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Q. 자발적 탄소 시장이 자리 잡으려면 믿을 만한 플랫폼이 필요할 텐데.
A. 자발적 탄소 시장 개념이 이번에 처음 생긴 것은 아니다. 과거 베라, 골드스탠다드 같은 글로벌 민간 기관이 자발적 탄소 시장을 주도했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투명성이 낮아 시장이 정착하지 못했다. 국가별 표준과 인증 기준이 제각각이라 기업의 탄소 배출 감축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 또한 데이터 관리 부실로 동일한 크레디트가 이중 판매되거나 가격 데이터 부족으로 공정한 가격 판단이 어려운 문제도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블록체인 기반의 탄소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Q.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어떤 점이 좋나.
A. 데이터 조작과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다. 탄소 감축 프로젝트 데이터의 생성, 유통, 거래, 폐기까지 탄소상쇄크레디트의 일생 주기 데이터를 안전하게 기록, 저장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정 크레디트를 누가 사서 누구에게 팔았는지 구체적인 거래 내역도 알 수 있다. 덕분에 자발적 탄소 시장 거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어 어떤 기업이든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키우다의 탄소 거래 플랫폼은 주식 거래 플랫폼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일단 탄소 감축 프로젝트가 주식 종목처럼 플랫폼에 상장된다. 이후 탄소 감축 프로젝트의 탄소상쇄크레디트가 발행되고, 동시에 블록체인화된다. 키우다의 거래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크레디트를 사고팔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정해진다. 지불 수단은 암호화폐 토큰이 아닌 미국 달러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만큼 탄소 감축 프로젝트 생성 정보부터 구체적인 크레디트 유통, 거래, 폐기 내역까지 모두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된다. 수직 구조로 일체화된 ‘키우다 d-MTV 시스템’ ‘키우다 탄소 등록소’ ‘키우다 거래 플랫폼’에 기록되고 영구 저장되는 만큼 탄소 거래 투명성은 주식 거래보다 더 높다.

Q. 오랜 기간 외국에서 금융인으로 일해왔는데 자발적 탄소 시장에 뛰어든 배경은.
A. 대학을 졸업하고 1998년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호주 맥쿼리대학원 응용금융학 석사를 마치고 현지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핀란드의 한 금융그룹에서 IT 금융을 경험했고 이때 블록체인에 눈을 뜨게 됐다. 데이터 투명성이 필요한 시장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자발적 탄소 시장을 접하게 됐다.

홍콩에 먼저 회사를 설립한 후 본사 위치를 모색하던 중, 아시아에서 IT 산업하기 좋은 국가로 스리랑카를 발견했다. 스리랑카국립대 현직 교수이자 싱가포르국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블록체인·인공지능(AI) 전문가와 함께 회사를 설립했고, 블록체인 기반 탄소 관리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Q. 수많은 국가 중 스리랑카에 본사를 둔 이유는.
A. 아직까지 스리랑카 위치도 잘 모르는 이들이 많지만 지리적 조건이 워낙 좋은 국가다. 인도 아래편에 위치한 섬나라라 전 세계 어느 쪽으로도 이동하기 수월하다. 탄소 감축 프로젝트는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경제 성장세가 두드러진 국가에서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스리랑카가 최적지라고 봤다. 게다가 스리랑카 정부는 싱가포르 성공 모델을 눈여겨보고 각종 세금 규제를 철폐해 글로벌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는 만큼 본사를 두기에 가장 좋은 입지라고 확신했다.
Q. 향후 자발적 탄소 시장은 얼마나 성장할까.
A. 전 세계 각국에서 기후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핵심 화두인 만큼 자발적 탄소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탄소상쇄크레디트 수요는 2030년까지 매년 1.5~2GT, 2050년까지는 연간 7~13GT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1GT는 10억t). 2030년까지 자발적 탄소 시장 규모도 최대 500억달러(약 7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최근 유엔이 운영하는 탄소 배출권 시장 세부 지침을 승인하면서 글로벌 탄소 배출권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주목할 만한 지역은 아프리카다. 지난 3월 아프리카 국가들이 만든 ‘아프리카 탄소 시장 이니셔티브(ACMI)’는 1265조원 규모의 자발적 탄소 시장을 주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 기업들은 더 늦기 전에 아프리카에서 탄소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Q. 키우다의 경영 목표가 궁금하다.
A. 단순한 탄소상쇄크레디트 거래 플랫폼을 넘어,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블록체인화된 데이터를 관리, 서비스해주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선물, 옵션, 파생상품 거래소 라이선스를 따기 위해 스리랑카 콜롬보증권거래소(CSE), 케냐 나이로비증권거래소(NSE), 인도 국립상품거래소(NCDEX)와 컨소시엄으로 스리랑카 증권거래위원회에 신청을 마친 상태다. 이와 별도로 아프리카 시장에도 진출해 케냐 나이로비증권거래소와도 손을 잡았다. 케냐는 아프리카의 자발적 탄소 시장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키우다 사업 모델을 눈여겨본 영국계 글로벌 은행이 먼저 맞춤형 미국 달러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한국에서는 탄소상쇄배출권 수요가 많은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요 기업 대상으로 크레디트 거래 플랫폼을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화이트라벨 카본익스체인지(White Label Carbon Exchange)’를 개발했다. 글로벌 탄소 시장에서 탄소상쇄크레디트를 실시간으로 확보하고,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로고를 달고 글로벌 탄소거래소 사업도 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글로벌 자발적 탄소 시장의 데이터센터 허브’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다. 한국의 주요 대기업과 손잡고 자발적 탄소 시장의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되는 것이 꿈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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