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CU맨…‘편의점 1등’ 고지 보인다
‘편의점 1등이 누구냐’는 화두는 경쟁이 치열한 국내 유통업계 내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이야깃거리 중 하나다. CU와 GS25, 두 편의점 브랜드가 워낙 근소한 격차를 유지하며 오랜 기간 엎치락뒤치락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점포 수는 CU가, 전체 매출 기준으로는 GS25가 우세한 탓에 ‘누가 편의점 1등이다’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2025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편의점 매출이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GS25)와 격차를 점점 좁혀가면서 매출 1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오랜 논쟁을 끝내고 명실상부 편의점 1등을 거머쥘 수 있는 타이밍이다.
편의점 1등이라는 역사적인 타이틀을 따낼 주인공으로 민승배 BGF리테일 대표(53)가 유력하다. 2023년 취임 이후 매출을 크게 끌어올리며 스스로 기회를 마련했다. 30년 가까이 편의점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민 대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특유의 친근한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GS와 격차 9000억원 → 400억원
점포 수는 CU, 매출은 GS25가 업계 1등을 나눠 가진 건 2020년부터다. 2019년 GS25(1만3918개)보다 점포 수가 40개 정도 적었던 CU(1만3877개)는, 2020년 매장을 1만4923개까지 늘리며 최다 점포 편의점으로 거듭났다. 이후로는 격차를 점점 더 벌려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372개까지 앞서 나가는 중이다.
반면 매출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점포 수 증가에 힘입어 CU가 GS25를 맹추격하는 모습이다. 2019년만 해도 CU 연간 매출은 GS25보다 9000억원 이상 적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140억원까지 따라붙었다. 4년 만에 8000억원 넘게 차이를 좁힌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GS25가 6조4688억원, CU가 약 6조4200억원이다. 차이는 400억원대에 불과하다. 올해 3분기 GS25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2조3068억원이다. 한편 BGF리테일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2조325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동안 BGF리테일 전체 매출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99% 정도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3분기 GS25와 CU는 엇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CU의 맹추격이 계속된다면 내년에는 매출 역전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 중론이다. 점포 수와 영업이익은 이미 CU가 앞서 있는 만큼, 매출마저 역전할 경우 CU가 반박 불가 편의점 1위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여러 편의점 매장을 운영 중인 한 편의점 점주는 “결국 편의점 매출은 점포 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CU 점포당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최근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업계 매출 1위가 바뀌는 건 시간문제”라고 설명했다.
취임 후 ‘히트 상품’ 연타석 홈런
올해 이어지고 있는 CU 상승세 일등 공신으로, 지난해 11월 새로 선임된 민승배 BGF리테일 대표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1971년생인 민 대표는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졸업 후 1995년 BGF그룹에 입사, 지금까지 29년 가까이 한 기업에만 몸담아온 ‘CU맨’이다.
오랜 경력만큼이나 BGF리테일 주요 보직을 두루 담당했다. BGF리테일 강남개발팀장을 역임하는 등 현장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다 이후 프로젝트 개발팀장, 사업지원실장 등을 맡았다. 커뮤니케이션실장, 인사총무실장, 영업개발부문장 등을 거쳐 2023년 11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회사 내 주요 부서를 거치며 풍부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겸비했다. 편의점과 회사 전반 사업을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직원 한 명 한 명 이름은 물론 각자 성향과 특징까지 기억하는 등 친근한 리더십으로 회사 내 신망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 취임 이후 특히 CU 상품 개발 능력이 한 차원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직후 대표 직속 ‘비즈니스이노베이션팀’을 신설하는 등 브랜드 혁신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결과다. 최근 편의점업계 최고 화두로 떠오른 ‘차별화 상품’에서 발 빠른 면모를 보이는 중이다. 특정 편의점에서만 판매하는 차별화 상품은, 충성 고객 확보와 편의점 방문 비중이 높은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무기다.
민 대표 취임 후 올해 CU가 선보인 ‘히트 상품’만 해도 여러 개다. 올해 초 내놓은 ‘생과일 하이볼’이 대표적이다. 기존 RTD 하이볼과 달리 과일 원물을 직접 상품에 넣으며 변화를 꾀했다. 통조림처럼 뚜껑 전체를 개봉하는 ‘풀 오픈탭’을 적용해, 캔을 따는 순간 탄산과 실제 과일이 위로 떠오른다.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며 지금까지 누적 판매가 1300만개를 넘어섰다. 첫 상품인 ‘생레몬 하이볼’은 맥주·소주 등을 누르고 현재까지도 단품 기준 주류 매출 2위를 기록 중이다. CU 기타 주류 매출은 올해 10월 누적 기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286.5%) 뛰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저당 콘셉트 아이스크림 ‘라라스윗’, 업계 최초로 K-건면을 넣어 만든 ‘두바이 초콜릿’으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권성준 셰프(나폴리맛피아)와 손잡고 만든 ‘밤 티라미수 컵’도 효자다. 지난 10월 출시 이후 CU 앱 사상 최단 시간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예약 구매를 위한 고객이 몰리며 10월 신규 앱 가입자가 전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CU는 여타 편의점에 비해 신상품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역량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며 “CU 하면 딱 떠오르는 차별화 상품은 기존 점주 만족도를 높여주는 건 물론 신규 점포 개발이나 재계약 측면에서도 유리하게 써먹을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2025년 CU 사업 계획은
우량 점포·디지털 전환 ‘수익 제고’
민 대표에게는 최근 CU의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편의점업계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해외 시장 확대와 상대적으로 GS리테일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 앱 기반 온라인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하는 중이다.
수익성 제고도 숙제다.
CU 영업이익은 2022년 2492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2414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본부 임차 점포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감가상각비 부담이 증가하며 수익이 정체되는 양상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마진이 적은 담배와 비식품 매출 비중이 줄고 단독 판매 상품 판매가 늘어났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2025년에도 우량 점포와 특화 점포를 늘리고 IT를 활용한 점포 운영 효율화로 수익성을 높여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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