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사일'에 푸틴 '핵'으로 맞불…핵무기 사용 문턱 낮췄다

이승호 2024. 11. 1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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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예브게니 발리츠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수반과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000일이 되는 19일 핵무기 사용에 대한 교리(독트린)를 개정했다. 핵무기를 갖지 않은 나라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해도 핵보유국의 공격 행위로 간주해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는 게 개정의 골자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용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이날 푸틴이 개정된 핵 교리인 ‘핵 억제 분야 국가 정책의 기초’를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날부터 발효되는 개정 핵 교리의 핵심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이를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핵 억제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군사동맹, 핵 억제로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위협의 범위를 종전보다 넓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춘 셈이다. 기존 핵 교리에선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의 공격만을 핵 보복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공격 가능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이는 서방 핵보유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이들 국가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핵을 가지지 않은 우크라이나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재래식 미사일을 사용하면 핵 대응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번 개정이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공동 공격’에 대한 규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서방 핵보유국도 핵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개정된 핵 교리에선 또 러시아 주권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 러시아 영토를 겨냥한 적 항공기와 미사일, 드론의 대규모 공격에 대해서도 핵 대응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동맹국인 벨라루스를 공격해도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핵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엔 핵 공격을 받거나, 수도 모스크바가 위태로운 등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 경우’에 한정해 핵 보복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미사일과 드론 등을 이용한 공습만으로도 러시아의 피해 규모가 크다고 판단될 경우 핵무기 사용이 가능해진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동맹국 벨라루스 공격에 대한 핵 대응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 교리를 본뜬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의 핵 교리 개정은 지난 17일 “미국이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등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걸 허용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의 일이다. NYT는 미국의 이런 조치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러시아는 “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며 반발했다.

푸틴은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핵 교리 수정을 서방의 압박에 대한 위협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지난 5월 “핵 교리는 살아있는 도구”라고 경고한 데 이어 9월엔 “핵 억제 분야 정책은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며 핵 교리 개정을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공식적으로 핵 교리 개정을 하진 않았다. 당시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무기 사용을 승인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이번 핵 교리 개정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우크라이나에 허용해 준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푸틴의 대답”이라고 평가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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