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하면 수출 22% 줄어"…중기硏 대응 방안 세미나

오삼권 2024. 11. 1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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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서울 여의도에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중소기업의 영향 및 대응방안' 세미나를 열었다고 밝혔다. 사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내년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적 관세를 도입하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이 22% 줄어들 거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거란 전망도 제기됐다.

19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서울 여의도에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중소기업 대응 방안’ 세미나를 열고 미국 대선 결과가 국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연구기관의 발표에 이어 중소기업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의 토론이 이어졌다.


“수출 22%, 생산 9조원 줄어”


산업연구원은 이날 발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적 관세와 중국에 대한 차별적 추가 관세를 도입할 경우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과 생산이 모두 줄어들 거라고 분석했다. 한국을 비롯한 일반 교역국엔 20%, 멕시코와 캐나다엔 10%, 중국엔 10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했을 때 국내 중소기업의 미국 수출액이 현재보다 21.6%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타격이 큰 업종은 수송 기계(59.2%), 기타제조업(38.7%), 전기·전자(31.7%), 섬유·의복(30.9%), 비금속광물(21.8%), 철강(21.3%) 순이었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중소기업 수출이 약 22%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은 김정현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수출 둔화에 따른 생산 감소 효과는 9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862억원), 일반기계(808억원) 등 직접 수출이 많은 업종에선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가 생산 감소로 직접 이어졌다. 반면 화학(999억원), 금속(901억원), 철강(647억원), 자동차(553억원) 업종 등에선 대기업 수출 둔화에 따른 중간재 생산 감소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현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차별 관세에 따른 국내 기업의 반사 이익보다 보편적 관세에 따른 수출 감소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에 따른 파급효과는 중소기업의 직접 수출이 감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간재 생산이 줄어드는 2가지 방향으로 동시에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보다 중기에 더 큰 타격”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출 감소 효과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더 컸다고 분석했다. 당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7.5→25%로 인상하자 생산이 위축된 중국은 국내 기업으로부터 중간재 수입을 줄였고, 경기가 둔화하며 일반 상품 수입도 줄였단 것이다. 엄부영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시 대기업은 중국에 대한 최종재 수출이 0.7% 줄었지만, 중간재 수출이 0.4% 늘어 타격이 크지 않았던 반면 중소기업은 최종재(1.1%)와 중간재(0.7%) 모두 수출이 줄어 더 큰 타격을 입었다”라고 분석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은 엄부영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원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원은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 정책은 지난 1기 때보다 국내 기업에 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거라고 전망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연방 상·하원의원 선거에서 모두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게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이다. 엄 연구위원은 “지난 1기 행정부 땐 트럼프 개인이 움직였다면, 이번 2기 행정부는 팀 단위로 움직이고 있다”라며 “트럼프는 2년 뒤 중간 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더 영향력 있는 정책을 더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체계적인 중기 지원 필요”


이날 행사에 참석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이근태 한국자동차부품협회 전북지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가 아무리 잘 팔린다고 해도 자동차 부품 시장 점유율은 30%에 불과하다”라며 “국내 부품 기업이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만큼 정부가 나서 ‘K파츠(부품)’ 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재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본부장은 “반도체 업계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여러 중소기업이 활약하고 있는데,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모두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제 관계가 어떻게 정립되든 관계없이 탄탄하게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의 자본·인력·기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중소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상력의 차이가 있다 보니 환율이 오르면 대기업이 달러로 수출 계약을 맺고, 납품하는 중소기업과는 원화로 계약을 맺어 환위험을 떠넘기는 경우가 있다”라며 “정부가 나서서 대금 결제 방식을 살피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병희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경제와 국내 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스타트업도 대비할 수 있도록 각 기업 규모에 맞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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