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친일 독재 옹호' 교과서 채택한 문명고... "정당한 교육"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문명고등학교가 친일독재를 미화한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자 전교조를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들이 19일 오후 문명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량 한국사교육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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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에 있는 문명고등학교가 전국 일반계 고교 가운데 유일하게 '친일 독재 옹호 역사 교과서'로 평가받는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육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문명고는 지난 2017년에도 친일·독재 미화 논란이 인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했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거센 항의로 채택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문명고 학부모들이 제기한 효력정지 신청에 대해 "자녀들의 학습권 및 자녀교육권의 중대한 침해를 막기 위해 처분의 적법성이 인정된다"며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번에 문명고가 채택한 한국사 교과서 역시 친일·독재를 옹호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짧게 서술했다. 이승만 정권에 대해서는 '독재'가 아닌 '집권 연장'으로 표현했다.
해당 교과서 집필자로 이 학교 교사가 참여하기도 했다. 이병철 문명고 교사는 광복 이후부터 박정희 정부 시기까지 다루는 해당 교과서2 Ⅱ단원을 집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사는 지난 2022년 8월 26일 역사연구재단 세미나 자료에서 "대한민국 건국 후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에 관해서는 거의 융단 폭격하듯 비난하는 것이 다수"라며 독재정권을 두둔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잘못된 역사 가르치는 선택, 교사 권리일 수 없어"
전교조와 경북지역 시민단체, 문명고 학부모, 진보당 등으로 구성된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대응 대책위원회'는 19일 오후 문명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명고는 학생이 올바른 역사를 배울 권리를 박탈했다"며 "불량 한국사교육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문명고는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문명교육재단의 정관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해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고 학교 구성원의 의견 제시 권한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가 학교의 민주적 절차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학교운영위 개최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운영위 개최 하루 전에 올린 게 아니기 때문에 정관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한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북교육청에 대해서도 "문명고의 법령 위반을 묵인 또는 방조하고 있다"며 "문명고가 불량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관련 공무원에게 입단속을 시키고 민주적 절차를 훼손했지만 시정 조치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해당 교과서가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연도, 단체명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 오류, 용어 혼용, 음력·양력 표기 오류, 오타 등 338건의 오류가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 학교 교장은 '일부 정치인과 이념 편향적인 언론들의 정치 공세'라고 깎아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교장이 전교조에 보낸 편지를 통해 '교과서 선택이 학교와 교사의 권리'라고 강변하지만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는 선택이 교사의 권리일 수 없다"며 "잘못된 역사를 가르칠 교사의 권리가 아니라 그릇된 역사를 배우지 않을 학생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편향된 정치역사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권력자와 기득권 세력이 친일·반민족행위의 역사를 편들고 두둔함으로써 일본 제국주의 부활을 정당화 시켜주는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명고에 불량 한국사 교육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경북교육청에도 문명고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이용기 대책위 상임대표는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는 교학사 국정교과서와 내용의 맥을 같이 한다"며 "친일독재를 교묘하게 미화한 내용부터 단순 오탈자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2017년은 이 학교 역사교사가 연구학교 담당을 거부할 정도로 교과서가 불량이었다"며 "당시 학교 재단은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에 참여했던 4명을 징계하는 것으로 수업권과 교권을 유린했다"고 비판했다.
▲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문명고에 전교조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책위가 19일 오후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학교 관계자는 서한을 교문 밖으로 내던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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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포함한 대책위 관계자가 문명고 정문 안으로 들어가 학교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학교 관계자는 "서한을 받고 안 받고는 학교 자율"이라며 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았다. 대책위는 서한을 교문 안쪽에 내려놓고 나왔지만 학교 관계자는 교문 밖으로 집어던졌다.
문명고는 교문 앞 등에 '정치개입 중단해 주십시오. 교과서 선택은 학교교육의 자율성입니다', '교과서 선택은 수업권과 교권입니다' 등의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인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가 교문 등에 '교과서 채택은 교권'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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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검·인정을 통과한 교과서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선생님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수업권이 교권의 중핵이며 이 수업권은 교과서 선택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검·인정 받은 교과서는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친 것이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검·인정 과정을 문제 삼아야 한다"고 책임을 교육부에 돌렸다.
그러면서 "국가 검·인정을 통과한 교과서 중에서 하나를 선정하는 권한은 대표적인 교권"이라며 "학교의 교과서 선택에 대해 외부 세력의 어떤 형태의 간섭도 교권 침해 행위임을 천명한다"고 주장했다.
경북교육청은 "경산시 소식을 경산시 출입 기자가 아닌 안동시 출입 기자가 브리핑에 참석하여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것은 맞지 않다"며 "문명고는 경산시 지역 소재의 학교이기 때문에 경산에서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고 21일 브리핑룸 사용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한편, 문명고등학교는 11월 25일 별도의 자료를 내어 학교운영위원회와 관련해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59조의2(회의소집)는 국공립학교만 적용된다"면서 "정관과 학교 자체규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초중등교육법이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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