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OUT, 20대 마약 침투 막는 캠퍼스 수호대 떴다!
“상담센터, 캠퍼스 사역단체 등과 연대해 초기 접근 막아야” 중>
지난 8월 ‘무더위’ ‘휴가철’ 등을 제치고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 검색어가 있다. 바로 ‘마약’이다. 회원수 전국 2위를 기록하던 수도권 대학 연합동아리가 마약 소굴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깐부라는 친근한 동아리 이름에 감춰진 추악한 행태는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캠퍼스의 꽃’ 가을 축제가 한창이던 각 지역 대학 곳곳에 눈에 띄는 부스가 잇따라 세워졌다.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진 부스에는 ‘마약 제대로 알자’ ‘약하지 않아’ 등 마약 예방 캠페인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학내 마약예방활동단 단원들이 또래 청년들에게 마약 중독에 관한 바른 정보를 알리고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서울 동작구 총신대(총장 박성규 목사)에 마련된 부스에선 코카인 대마쿠키 LSD(환각 마약류) 등 경계해야 할 마약 소개, 마약에 관한 상식을 체크해볼 수 있는 OX퀴즈, 마약 근절 서약서 인증 등의 활동이 진행됐다. 당시 캠페인을 이끌었던 서경민(20) 총신대 마약예방활동단 ‘다온’ 대표는 19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막연하게 마약이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하던 학생들이 실제 마약의 생김새, 급속하게 노화된 마약 중독자의 사진을 확인하며 위험성을 체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동작구 보건소와 협력해 진행한 마약류 익명 검사는 참가자들에게 일상에 파고든 마약에 대한 인식을 깊이 새겨줬다. 서 대표는 “당시 호기심으로 검사에 참여한 한 학우에게 양성 반응이 나와 깜짝 놀랐는데 복용했던 감기약 성분 때문인 것으로 확인돼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집중력 향상제, 다이어트약 등 일상에 침투한 마약류 성분의 위험성을 각인시킬 수 있었던 기회”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중앙대(총장 박상규) 캠퍼스에서도 마약예방활동단이 사회봉사 동아리와 연대하며 부스를 마련했다. 부스에선 간접적으로 마약중독자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기기를 쓰면 시야가 흐릿해지는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친구와 함께 온 참가자들이 서로의 이름을 쓰고 마약 근절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해 중독 예방을 상호 독려할 수 있게 유도했다.
중앙대대학원에 재학하며 단원으로 활동 중인 김성민(심리학과, 24)씨는 “지난 7~8일 진행한 중앙대 글로벌 페어에서도 마약예방 부스를 열었다”며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소외감 외로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마약에 손대는 경우가 많은데 각 캠퍼스에서 운영 중인 상담센터와 협력한다면 마약 중독을 사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동영(대학교회연합회 이사) 목사는 “학생들 뿐 아니라 대학 당국이나 교직원들조차도 마약에 관한 정보나 중독 실태를 거의 모른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 만큼 일단 단 한 번이라도 마약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큰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캠퍼스 내 마약예방교육을 활성화해 그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나서서 주변 친구 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없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기본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3 마약백서’에 따르면 전체 마약사범 중 20대가 30.3%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대학생 마약예방활동단장을 맡고 있는 조현섭(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 교수는 “20대는 성인으로서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인데 과거와 달리 마약을 소분해 거래하는 게 활성화 되면서 피자 한 판 값이면 마약을 접할 수 있고, 조금만 투약하면 기분은 좋고 중독까지는 안 될 거라는 착각이 더해져 쉽게 경계심이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외대 강원대 전북대 한동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서 마약예방활동단이 운영 중이다. 활동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마약 중독 예방 캠페인, 중독자를 위한 기도회, 중독을 경험한 회복자 초청 강의 등의 활동을 지속해 나가는 한편, 현재 진행 중인 캠퍼스별 실태 조사를 종합해 다음 달 7일 보고회를 열 계획이다.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캠퍼스 내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 목사는 “외국인 유학생 중 일부 국가는 대마초가 합법화된 나라도 있다”며 “국내외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교제를 나누는 동안 무분별하게 마약이 확산하지 않도록 예방 교육이 필수”라고 했다.
이어 “내년도 캠퍼스 사역을 준비하는 요즘 캠퍼스 사역단체 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금부터라도 하나의 무브먼트(운동)를 일으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기영 임보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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