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받는 아동학대 전담인력…오은영 “베테랑 중요, 예산 확대해야”
임지혜 2024. 11. 19. 17:48
2만2106건.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지난해 아동학대 발생 건수다. 피해 아동 중 44명은 숨졌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85.9%가 부모로 가정에서 빈번하게 학대가 발생하고 있다. 체계적인 아동학대 근절과 피해아동 보호를 위해 아동학대 전담 인력을 배치하곤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력은 부족한데다 아동학대 가해자로부터 폭행·폭언을 당하기도 한다.
소아·청소년 정신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19일 서울대병원 CJ홀에서 열린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2024 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아동학대 전담 인력들이 일선에 일하고 있지만 임금은 박하고, 공권력은 없다. 학대 아이를 강제로 (보호센터, 쉘터) 데려올 수도 없다. (양육자가) 욕하고 항의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아동학대 전담 인력이) 기준과 철학만으로 버텨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학대 피해자와 행위자를 직접 대면하며 잦은 폭언과 폭력 등의 위험에 노출된 아동학대 대응 인력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기 위한 자리다. 강연자로 초청된 오 박사는 이날 박정숙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와 대담을 나눴다.
오 박사는 “제일 중요한 건 제도나 체계가 아닌 ‘마인드 셋팅’”이라며 “마인드 셋팅은 결국 돈에서 나온다. 예산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현장에 있던 아동학대 대응 관련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환호를 보냈다.
이어 오 박사는 아무리 제도와 체계를 계속 만들어도 아동학대를 뿌리뽑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학대가 없는 나라는 없다”며 “다만 우리가 예측 가능한 일, 예방이 가능한 일이라는 개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일선에서 많은 아동학대 전담 인력들이 업무를 포기하지 않고 베테랑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박사는 지난 2007년 영국에서 아동학대로 사망한 16개월 피터 사건을 언급했다. 학대 피해자로 고위험군이었던 피터의 엄마 때문에 사회복지사와 아동학대 대응 관련자들이 60번이나 해당 가정에 방문했지만, 아이가 50군데 상처를 입고 사망할 때까지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 영국 사회가 분노했다. 아동학대 예방 관련 예산을 삭감됐고, 아동학대 전담 인력은 책임의 화살을 받기 시작했다. 그 당시 많은 인력이 해고됐다. 직업적 불확실성 때문에 일의 효율성과 자긍심이 곤두박질쳤고, 일을 오래 유지하는 케이스가 사라졌다.
오 박사는 “(예산 지원이 의미 없다고 판단한 건) 굉장히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예산이 삭감되면서 다 많은 아동학대 사례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장에 있는 분들은 잘 안다.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은 (학대 가해자인) 양육자가 있으면 말을 잘 하지 못한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아야 하는 것”이라며 “이때 베테랑이 현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일선에서 일하는 분들의 많은 경험과 경륜,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박사는 “인구가 줄고 있어 출생률,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라도 건강하게 잘 키워야 하지 않을까”라며 “이 세상에 가치 있는 일은 많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가장 가치 있는 일. 가치 있는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을 하시는 여러분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분들이다. 응원한다”고 했다.
박 대표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서울시와 함께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장 인력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조기 발견한 후 어떻게 하면 아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한다. 여러분들이 하시는 일에 발맞춰 자치구, 경찰, 전문기관이 함께 노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1부에서는 서울시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 아동을 위해 힘쓴 개인과 단체를 선정, 41점의 서울시장상 표창을 수여했다. 길거리에서 배회하던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고 양육환경을 점검한 이후 가정으로 돌려보낸 송파경찰서 담당자 외 13명의 경찰관과 학대 피해아동 임시 보호 및 정서 안정에 기여한 사단법인 정해복지, 학대아동 긴급 의료 지원을 한 서울의료원, 자치구별 협력체계 구축에 기여한 29명 공무원 등이 표창을 받았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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