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대학 평가지수 떨어뜨리는 ‘민폐’ 전공?…해결책은

조승현 2024. 11. 19. 17: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소영 강남대 교수,
19일 여신협 신학위원회 주최
‘제30회 여성신학포럼’서
여성신학교육의 확대 등
해결책으로 제시
여신협 신학위원장인 윤소정 박사가 19일 서울 새길교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신학이 청년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대학의 평가지수를 떨어뜨리는 ‘민폐 전공’으로 전락한 현대사회 속, 한국신학교육의 미래와 생존을 위해 기독교 교육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현대사회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인류의 반에 해당하는 여성주의적 관점의 교과목의 활성화 등이 제시됐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여신협·공동대표 강현미 신혜진 박사) 신학위원회가 19일 서울 중구 새길교회에서 개최한 ‘제30회 여성신학포럼’에서다.

백소영 교수가 19일 서울 새길교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날 주제 강연에 나선 백소영 강남대 기독교사회윤리학 교수는 ‘평화로운 공존: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보는 한국신학교육의 미래’를 주제로 여성주의적 방법론과 주제가 신학교육의 생존 가능성에 어떻게 유의미하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짚었다.

백 교수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 단위로 서열화됐던 교육 현장의 등급화가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전공 단위로 재편되며 대학마다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인문학은 외면당하고 사회과학은 데이터 통계 분석, 정량화 평가 기술을 습득하는 쪽으로 몰려가는 등 빠르게 변화하는 4차산업혁명시대 속 ‘태초 이래’라는 시간성과 ‘영성’이라는 비가시적 영역을 학문대상으로 하는 신학은 청년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대학의 평가지수를 떨어뜨리는 민폐 전공이 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14개 교단 신학교와 일반대학교 기독교학과 등의 커리큘럼을 분석해보니 여성주의 교육이 부재하거나 결핍돼있었다”며 “보수 교단신학교의 경우 학부 대학원 할 것 없이 여성주의적 관점의 교과목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으며 몇몇 학교의 경우 학생의 성별에 따라 투 트랙으로 학업을 이어가게 하는 모습이 발견됐다. 여성 신학자들에 대한 과목의 부재는 물론, 남학생은 조직신학 등 이론 신학을, 여학생은 기독교 교육이나 상담 등 실천신학 분야를 전공하도록 안내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여신협 신학위원장인 윤소정 박사가 19일 서울 새길교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이에 미래 신학교육을 위한 하나의 역량으로 여성주의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시도해보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남자와 여자의 영적 동등성을 강조해왔던 기독교이기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대로의 ‘여성적’ 특성들을 조직과 내용의 재구성에 반영하고,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신학대학 내부의 문제점을 재고하지 않는 이상 신학은 반쪽짜리로밖에 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신약 성서학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낸 신학자 엘리자베스 피오렌자는 ‘여성신학이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정진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바로 신과 세계에 대한 남성 중심적 지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지식 생산 구조’, 그리고 여성을 종교적 권위와 지도자의 위치에서 배제하는 ‘조직 제도’에 여성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제의됐다. 여성 성직 제도를 향해 문을 여는 것과 ‘교부 신학’만 존재하는 신학교육 현장에 ‘교모 신학’을 명시적인 커리큘럼으로 포함하는 것, 신학생이 제도권 조직(학교)과 비제도권 조직(교육단체 등)을 아울러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 등을 포함한다.

최순양(가운데) 박사와 양정호(오른쪽) 교수가 19일 서울 새길교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논찬하고 있다.

이날 논찬에 나선 최순양 감신대 박사는 “백 교수는 ‘여성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여성주의’를 현 체재 밖의 시선이자 사유이자 언어로 정의했다”면서 “교회와 신학교육의 현장에서 배제되고 주변화된 경험과 역사를 간직한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거나 제도와 구조 자체를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교회와 신학 안에서 계승돼 온 전통들과 만나 내부적 힘과 담론을 성취하며 내부를 개혁해 나가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교회나 신학교육 안에서 목소리를 형성할 수 있고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권력 내부’의 여성을 먼저 변화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외부와 주변부의 여성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커리큘럼 개편에 앞서 여성신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증진시키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양정호 장신대 교수는 “교수진의 전문성 부족과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새로 개설된 과목이 폐강되는 상황이 잦다”면서 “뿐만 아니라 커리큘럼 결정은 학교의 독자적인 권한이 아닌 교단의 신학교육 정책과 긴밀히 연계돼 있어 총회 법을 바꾸지 않는 한 새로운 과목 추가가 쉽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여성적 관점에서 성경을 읽는 것과 목소리를 내지 않는 여성이 더욱 목소리를 내는 것,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등 여러 노력은 물론, 여성신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증진시키고 그들의 학습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창의적인 접근법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여신협 제공

여신협은 1980년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여성 약자 등을 교회 안팎으로 돕고 일으켜 세우는 일을 하기 위해 설립됐다. 팬데믹 이후로는 정의, 돌봄, 연대를 기반으로 둔 여성신학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을 제안하고 있다. 여성 신학 교육의 확대(정의), 작업반 등 소모임의 활성화(돌봄), 회원과 그 너머의 네트워크(연대) 등을 아우른다.

글·사진=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