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상태 ‘미리보기’, 자가검사키트 시장 활기 [이노메디⑲]
박선혜 2024. 11. 19. 17:21
원미연 아나운서 /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의료 기술과 신약 소식을 짚어보는 이노메디 시간입니다. 오늘도 이노메디 코너를 함께할 쿠키뉴스 박선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선혜 기자 / 안녕하세요. 쿠키뉴스 박선혜입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네,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해오셨습니까?
박선혜 기자 / 질환은 생기기 전에 예방하거나, 최대한 빨리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게 최선이죠.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몸 상태가 나빠진 지 오래 돼 이상 증상이 생기고 나서야 병원을 가야겠단 생각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상 증상이 없는데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가거나 검사를 위해 피를 뽑는 것을 꺼리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출시된 것이 일반인용 체외진단기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익숙하게 생각하고 계실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에서부터 성병, 방광염, 여성 갱년기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한데요. 이번 이노메디 시간에는 내 몸 상태를 ’미리 보기‘ 할 수 있는 체외진단기기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지난 2020년 코로나19 이후 누구에게나 익숙한 기기일 텐데요. 먼저 체외진단의료기기란 정확히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박선혜 기자 / 체외진단은 다양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자 혈액, 침, 소변 등 체액 또는 분비물을 이용해 수행하는 진단 테스트를 의미합니다. 체외진단키트는 진단을 위해 사용되는 의료기기의 한 종류로, 비침습적이거나 최소한의 침습적 방식으로 간단하고 빠르게 결과를 보여줍니다.
원미연 / 질병을 신속하고 간편하게 진단할 목적으로 만든 검사 기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이런 자가검사키트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도 궁금합니다. 먼저 코로나19 유행 이전 우리가 아는 자가검사키트는 어떤 게 있었는지 알려주세요.
박선혜 기자 /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개발되기 전부터 이미 약국, 편의점, 온라인에서는 여러 종류의 질환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검사키트가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임신테스트기, 배란테스트기를 들 수 있는데요. 임신테스트기는 소변 중 포함된 융모 생식샘 자극 호르몬(hcg)의 여부를, 배란테스트기는 여성의 배란 시기에 증가하는 황체호르몬(LH)의 농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미연 / 이렇게 일부에서 사용하던 자가검사키트가 널리 알려지게 된 건, 아무래도 코로나19 유행 시기 감염병 조기 진단이 중요해지면서부터겠죠. 어떤 검사법인지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박선혜 기자 /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는 신속항원검사법을 활용합니다. 신속항원검사는 코 안쪽에서 검체 혹은 타액(침)을 채취한 뒤 코로나19 바이러스 성분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검사법입니다. 15~30분 정도 있으면 결과가 나타나는데요. 두 줄이 뜨면 코로나19 양성으로, 임신 테스트기 원리와 비슷합니다. 검체를 채취해 연구실에서 핵산 분리와 유전자 증폭을 거쳐야 하는 국내 표준검사법인 분자진단법(RT-PCR)과는 다릅니다. RT-PCR 검사는 대개 하루 이상 걸립니다.
원미연 / 도입해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하던데요.
박선혜 기자 / 개인용 항원검사 제품의 임상적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90%, 99% 이상이어야 하는데요. 민감도는 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하는 확률, 특이도는 음성을 음성으로 판단하는 확률을 말합니다. 이 둘을 합쳐 정확도를 판단하는데요. 이는 전문가가 검체를 채취하는 전문가용 항원검사키트보다 엄격한 조건입니다. 전문가용 제품의 경우 정부가 요구하는 임상적 민감도는 80% 이상, 특이도는 95% 이상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승인하기까지 이런 정확도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이어졌고, 허가가 떨어진 뒤 도입되기까지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원미연 / 정확도가 낮은 제품을 개인이 사용하면 방역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입장과, 숨은 감염원을 찾아내 방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 팽팽이 맞섰는데요. 다소 도입은 늦어졌지만 도입 후에는 다행히 감염병 진단에 있어 핵심 역할을 맡았어요. 그래서인지 코로나19 이후로 다양한 자가검사키트들이 나오기 시작했죠?
박선혜 기자 / 그렇습니다. 현재는 에이즈, C형간염도 자가 검사가 가능합니다. 온라인, 약국 등에서 구입 가능한 에이즈, C형간염 검사키트는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신속항원검사 방식입니다. 입 안 점막에서 묻어나오는 구강점막 삼출액을 통해 면역 역할을 하는 항체를 확인하는데, 여기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여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에이즈 자가검사키트는 면봉으로 잇몸을 훑어준 뒤 용액에 담기만 하면 20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기전으로 에볼라, 매독 검사가 가능한 키트도 있습니다. 용종, 선종, 초기대장암을 잡아내는 제품도 나왔는데요. 이는 사람의 분변(대변)에서 헤모글로빈 여부를 확인, 즉 소화기관의 출혈성 병변이 있는지 진단합니다. 용법은 간단한데요. 변을 보고 변기물에 검사지를 던진 후 2분 내 색깔을 확인하면 됩니다. 이상이 없을 경우 종이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지만, 양성이라면 파란색 십자가 모양이 생깁니다. 치질로 인한 혈액 반응인 경우 다른 색깔이 나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진단키트 시장에 변화가 많았어요. 질병 특성상 병원을 직접 찾기 불편해 하는 여성들이 많은데요. 그런 점에서 굉장히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요?
박선혜 기자 / 기존에 쉽게 볼 수 있던 임신·배란 테스트기 외에도 구체적인 질환을 겨냥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 중엔 여성의 갱년기 여부를 10분 안에 확인할 수 있는 키트가 있습니다. 소변 속 난포자극호르몬(FSH)의 농도를 측정해 빠른 진단이 가능한데요. 해당 키트는 폐경 전후 각종 증상, 만성 질환에 대한 예방과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성병을 유발하는 성매개 감염병(STD)을 진단하는 생리대 형태의 검사키트도 있는데요. 질 분비물을 채취한 키트를 분석기관에 보내면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질염의 감염 미생물인 세균, 곰팡이균 등을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키트, 방광염 여부를 예측하는 테스트기 등이 판매 중입니다. 또한 혈액 한 방울로 유방암, 그리고 유방암 치료 후 재발·전이 가능성까지 확인 가능한 병원용 진단키트도 등장했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여성들의 경우 대개 병원에서 진단을 받을 때 시간적·비용적 부담이 크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요. 집에서 혼자 이용하는 자가검사키트는 이런 부담을 한 번에 내려놓게 했습니다. 진단키트가 다양해지고,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시장 규모도 큰 폭으로 성장했을 것 같은데요.
박선혜 기자 / 코로나19로 붐을 일으켰던 진단키트는 국내 의료기기 시장을 성장시키는 동시에 해외 수출 증가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기 생산 실적 중 2021년 체외진단의료기기 생산 실적이 33.8%를 차지하며, 2020년 대비 29.7% 증가한 4조350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수출 실적도 2020년 대비 26.4% 증가한 5조3209억원으로 전체 의료기기 수출 실적 중 53.9%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체외진단기기 시장은 엔데믹과 함께 성장이 수그러들 것이라는 우려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관련 업계는 코로나19를 벗어나 다양한 질환을 타깃해 돌파구를 마련했는데요. 덩달아 코로나19보다 앞서 시장을 점유하던 다양한 자가검사키트 제품들도 부각됐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네, 다양한 질환에 쓰이는 자가검사키트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이런 자가검사키트의 최근 개발 동향에 대해서도 살펴볼게요.
박선혜 기자 / 진단 키트 제조사인 수젠텍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배란, 임신, 폐경,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 총 5종의 여성호르몬을 진단할 수 있는 체외진단 의료기기를 개발했는데요. 사용자는 집에서 테스트 기기를 활용해 임신, 배란, 유산 위험도 등을 측정하고 스마트폰과 연동해 월경 주기, 생리 불순 등을 확인하면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자가검사키트는 아니지만 병원에서 간단히 암 검사를 할 수 있는 진단키트들도 있습니다. 체외분자진단 기술개발기업 지노믹트리는 대소변을 이용해 방광암과 대장암을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했고 압타머사이언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도 혈액만으로 췌장암이나 폐암 등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 중입니다.
원미연 / 네, 이번에는 이런 자가검사키트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VCR >> 이민전 웰스바이오 대표 인터뷰
안녕하세요.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 부회장 이민전입니다.
Q. 국내외 체외진단의료기기 개발 동향
A. 2024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 자가검사키트 지침을 발간했습니다. 해외에서 쓰던 제품이 국내에서는 전문가용으로 사용돼 왔는데요. 국내에서도 HIV를 자가 진단하는 시장의 길이 열렸습니다. 또 요즘에는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하는 키트가 개발되고 있는데요. 그 시장도 장기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만성질환이나 호르몬 분야에서 현재는 검사 키트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기 건강을 스스로 확인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디지털 헬스케어가 앞으로 큰 주목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 (기업들도) 해당 분야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Q. 자가검사키트 개선 과정
A. 체외진단의료기기(자가검사키트)는 기본적으로 스크리닝이 목적인 제품인데 확진 목적의 중합요소연쇄반응(PCR) 제품과 효소면역분석법(ELISA) 장비보다는 민감도가 조금 낮습니다. (정부와 학회 등은) 민감도를 개선시키기 위해 검체 채취 방법을 표준화하고 기준선을 제정해 사용자들이 검체를 원활하게 채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또 (기업들은) 검출된 바이러스 항체나 항원을 업데이트하거나 정확도를 높이는 등 개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검출된 물질이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하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저희 기업의 경우 기존에 있던 면역진단키트의 민감도를 100배 가까이 향상시킬 수 있는 농축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내고 이를 통해 더 좋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자가검사키트가 가져올 이점
A. 팬데믹과 같은 감염병 문제는 진단이 (대형병원 중심으로) 집중돼 많은 사람이 상급종합병원이나 2차, 3차 병원에 쏠린다는 것입니다. 1차 자가검사키트, 2차 현장진단검사(Point of care testing, POCT)를 시행해 각자 (집이나 의원에서) 스크리닝이 가능하다면 중증 환자가 제때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감염병 진단 수요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자가검사키트의 미충족 수요
A. 체외진단기기협회는 110여개의 벤처회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데, 유망한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 많습니다. 향후 협회는 이러한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사단법인으로 거듭나 정부 규제와 진단검사학회, 산업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국내에서는 해외에서 이미 보급된 제품도 늦게 가이드라인이 나오므로 규제 당국이 빠르게 규제를 개선해 전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선제적으로 만들도록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전하고 싶은 말
A. 제가 예전에 홈키트(home kit)라는 PCR 기반 자가진단기기를 오랜 기간 개발했는데요. 현실적으로 PCR을 집에서 사용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향후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키트처럼 다양한 질환을 타깃한 진단키트가 집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면 좋겠습니다. 고지혈증과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집에서 체외진단의료기기로 진단하고, 예방하는 시대가 다가오길 바랍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네, 인터뷰 잘 들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기업에서 자가검사키트를 개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에서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종류는 턱없이 적다고요.
박선혜 기자 / 그렇습니다. 해외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 종류가 무척 다양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호르몬, 간 수치나 갑상선 수치를 볼 수 있는 진단키트는 물론이고 당뇨병, 콜레스테롤, 비타민, 영양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도 나와 있습니다. 약국이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입 가능하고 결과가 나오면 원격진료로 의사와 상담도 가능합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그래도 최근에는 그동안 전문가용으로만 허용됐던 독감 동시진단키트도 일반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됐다고요?
박선혜 기자 /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년 중 독감 동시진단키트 일반인 사용을 허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까지 국내에 허가된 코로나19 독감 동시 자가검사키트는 총 21개인데요. 온라인 등에서 일제히 판매를 하고 있지만 일반인이 사용할 경우 불법입니다. 해당 제품들은 모두 전문가용으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인데요. 반면 미국의 경우 코로나 독감 동시 자가검사키트도 일반인의 사용이 가능합니다. 지난해 3월 처방전 없이 일반인이 약국 등에서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승인했습니다.
원미연 기자 / 독감 등 자가진단이 필요한 것은 일반인도 할 수 있게 규제가 풀렸으면 하는 것이 여러 체외진단 기업이나 환자들의 바람이 아닐까 싶은데요. 최근 일부 성병은 집에서도 일반인이 검사가 가능해졌다고요?
박선혜 기자 / 그렇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서 HPV 등 일부 성병은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해외의 경우 매독, 임질, 당뇨, 콜레스테롤 등 더 다양한 질환에 대해 자가검사가 가능한 상황인데요. 국내에선 보수적인 의료 환경 때문에 자가검사키트 기술이 좋아도 활용하기 어렵다는 업계 의견이 많습니다.
원미연 / 네, 국내에도 이런 홈테스트 시장이 정착할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겠습니다. 자가검사키트의 종류와 개발 현황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마지막으로 이런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할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알려주세요.
박선혜 기자 /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병원에서 받아야 합니다. 몸 상태를 점검해 병원에 가야 할 상태인지 판단할 때 자가검사키트를 쓰는 게 좋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네, 키트 결과는 건강 상태 미리 보기와 같은 것으로 음성 혹은 양성 결과가 반드시 질병 유무를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점, 의료전문가에 의한 추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이노메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박선혜 기자, 감사합니다.
박선혜 기자 / 네, 감사합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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