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돌풍에’…日 ‘갑질’ 지사 화려한 복귀
극성 지지자들 SNS서 전폭 지원
‘반기득권’ 포지션으로 재선거서 당선
연이은 SNS 영향력 증명
일본 효고현 지사 재선거에서 갑질 문제로 현의회의 불신임을 받아 쫓겨난 사이토 모토히코 지사가 승리하며 일본 정계가 후폭풍에 휩싸였다. 이변의 일등 공신으로는 SNS가 꼽히고 있다. 도쿄도지사 선거에서의 이시마루 신지 돌풍과 중의원(하원) 선거에서의 국민민주당 약진도 SNS의 활용을 통한 젊은층 지지세 증가가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일본 여야에선 내년 참의원(상원) 선거 등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등은 19일 사이토 지사가 효고현청에서 취임식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이토 지사는 17일 진행된 효고현 지사 선거에서 45.21%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다. 그는 지난 9월 현의회에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입헌민주당을 포함한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불신임 결의안이 통과돼 직을 잃었는데 화려하게 복귀한 셈이다.
당시 초당적인 불신임안 통과 배경에는 사이토 지사의 ‘갑질’ 논란이 있었다. 사이토 지사에 대한 갑질 논란은 지난 3월 효고현 전직 국장 A씨가 지사의 비위 의혹을 정리한 문서를 언론에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문서에는 효고현 기업들로부터 선물을 받고, 사전선거운동 등 불법 행위를 일삼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이토 지사는 이같은 사실을 밝힌 내부고발자를 색출해 징계로 보복했고 해당 당사자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로 인해 해당 논란은 전국적인 이슈로 번졌고 효고현의회 내 모든 정당이 한 목소리로 사이토 지사를 몰아냈다.
하지만 사이토 지사는 직을 잃은 뒤 지사 선거에 도전 의사를 밝히며 ‘권력에 대항하는 후보’로 프레임을 짰다. 사이토 지사의 극성 지지자들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인 라인이나 유튜브 등을 활용해 “언론이 거짓말을 한다”는 등의 내용을 공유했다. 사이토 지사도 유세에서 “언론의 보도가 맞냐. 많은 현민이 SNS나 유튜브 등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효과적인 SNS 전략을 통해 사이토 지사는 열세였던 선거전 초반의 분위기를 뒤집었다. 아사히신문은 “선거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사이토 지사의 거리 연설에 모이는 청중은 늘어났고 그가 유세차에 오를 때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전했다.
선거 직후 마이니치신문과 고베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사이토 지사는 SNS의 영향력이 큰 10대와 20대에서 70% 가까운 지지를 얻었다. 자민당 효고현 지부의 한 간부는 지지통신에 “SNS 선거였다”며 “정세가 180도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사이토 지사가 유권자 선택을 통해 사실상 ‘면죄부’를 받으면서 갑질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도 불투명해졌다. 그는 이날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25일로 예정된 현의회 조사특별위원회(백조위)에 ‘공무’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백조위원을 맡아 사이토 지사의 지지자들에게 SNS상 공격을 받아온 한 현의원은 의원직에서 사직하기도 했다.
올해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의 이시마루 후보와 중의원 선거에서 국민민주당도 ‘SNS’를 통해 돌풍을 일으켰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내년 대형 선거들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NS를 통한 분열과 가짜뉴스 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올해 7월 도쿄도지사 선거에선 히로시마현에서 시장을 했던 이시마루 후보가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지원을 받은 렌호 전 참의원을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당시 그가 SNS와 동영상 사이트를 활용해 무당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호소한 결과였다. 중의원 선거에서도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인터넷과 현실의 융합을 통한 선거운동을 통해 기존 7석이었던 의석수를 28석까지 늘렸다.
일본 정치권은 내년 참의원 선거와 도쿄도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다. 중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며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에서도 패배할 경우 정권을 내줄 가능성이 커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SNS를 통해 청년 등 부동층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장으로 나오게 되면 조직표에 의존하는 자민당의 강점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자민당 관계자는 “전화를 걸어 지지를 부탁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전략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발목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SNS 선거로 인해 양 극단의 정보만 전달되며 일본 내 분열상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라토리 히로시 호세이대 대학원 교수는 마이니치에 “SNS 선거의 끝은 분열”이라며 “SNS에서 얻은 정보의 내용에 따라 유권자마다 인식의 차이가 생기고, 그 사이가 벌어지게 된다. 이 간극은 서로를 공격하는 언행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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