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한국 온 메노나이트 선교사 헌신 재조명, 폐허 속 20년 간 묵묵히 돌봄사역

박윤서 2024. 11. 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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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과 및 고아와 과부들로 와서 먹어 배부르게 하라."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돌보고자 했던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MCC)는 당시 6·25전쟁 이후 대구 지역으로 17만 명 가까이 모인 피난민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으로 선교사를 파송했다.

메노나이트 선교사들이 했던 교육 사역 중 하나는 '메노나이트 직업 중고등학교(MVS)' 설립이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 여전히 메노나이트 선교사들의 사택 예배당 기숙사 등이 남아있지만 이제까지 주목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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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경산에 온 74명의 메노나이트 선교사
20년 간 사역하며 구제 교육 힘써
메노나이트 직업학교(MVS) 제 1회 졸업생들이 1959년 제 1회 졸업식을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다. MCC 제공


“객과 및 고아와 과부들로 와서 먹어 배부르게 하라.”

74명의 메노나이트 선교사가 1951년부터 경북 경산에서 20년간 품었던 성경 명령은 신명기 14장 29절이었다. 메노나이트는 아나뱁티스트라고 불리는 재세례파 운동 분파 중 하나로 이들은 평화, 세계구호와 구제, 양심의 자유, 제자도를 핵심 정신으로 삼았다.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돌보고자 했던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MCC)는 당시 6·25전쟁 이후 대구 지역으로 17만 명 가까이 모인 피난민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으로 선교사를 파송했다. MCC는 물자구제사업, 직업학교, 가족 지원 프로그램, 전쟁미망인 자활훈련 등 구제 사역 계획을 세워 전쟁미망인과 고아를 교육하고 원조했다.

MCC 초기 선교사 4인의 모습. 왼쪽부터 네블 선교사, 보란 선교사, 위버 선교사, 레이버 선교사. MCC 제공


서른 한살 미국 청년이었던 댈러스 클락 보란(1920~2002) 선교사가 구제와 교육사역의 첫 삽을 들었다. 보란 선교사는 주한유엔 민간원조사령부(UNCACK)로부터 후원을 받아 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구호물자를 전달할 수 있었다. UNCACK는 한국 전쟁 당시 대한민국 재건을 지원했던 유엔의 군사기구로써 당시 한국 정부는 사립 구조단체 중 유일하게 이들의 활동만 허락했다.

그는 MCC 본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본격적인 구제 활동을 전개했다. 보란 선교사는 데일 앨런 네블(1916~2005) 선교사와 함께 의료 및 치아 진료소를 설립하는가 하면 마을 복지센터 바느질 염색 인쇄술 등을 교육하는 미망인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이들과 함께 MCC 한국 개척자로 꼽히는 선교사는 데일 앨버트 위버(1918~2011)와 어니스트 디 레이버(1927~2018) 선교사다. 메노나이트 선교사들이 했던 교육 사역 중 하나는 ‘메노나이트 직업 중고등학교(MVS)’ 설립이다. MVS는 1976년 2월 폐교 전까지 45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졸업생에는 총신대 및 대신대 총장을 역임한 김인환 목사와 고신대 및 백석대 교수인 이상규 박사가 있다.

메노나이트 선교사가 달성예배당 앞에서 대구 복현동 고아원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MCC 제공


베트남 전쟁 발발 이후 한국 사역을 베트남으로 옮기기 전까지 이들은 순수한 봉사 사역을 하며 선교를 위한 사역은 하지 않았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 여전히 메노나이트 선교사들의 사택 예배당 기숙사 등이 남아있지만 이제까지 주목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지속적 관심을 기울이던 영남신학대(총장 유재경) 전 총장 권용근 목사와 손상웅 목사가 2021년 경산시 지원을 받아 연구도서를 출판하고 그 다음해에 경산메노나이트 근대문화유산보존회(이사장 권용근 목사)를 설립했다. 19일 경산메노나이트 근대문화유산보존회는 경북 경산 대신대(총장 최대해)에서 ‘경산메노나이트 근대문화 콘퍼런스’를 열어 메노나이트 선교사 이야기를 재조명했다.

이날 메노나이트 직업학교 교목으로 사역했던 두레공동체대표 김진홍 목사와 학생으로 있던 백석대 이상규 교수가 현장에서 강연을 진행했으며 전 대신대 총장인 전재규 장로가 논찬을 맡았다. 김 목사는 “메노나이트 선교사가 한국에서 헌신한 방식은 그들 삶 자체였다”며 “우리가 받은 섬김과 사랑을 기억해 한국교회의 사명을 감당한다”고 말했다.

경산=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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