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인생을 닮은 명화가 전하는 위로

박병희 2024. 11. 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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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에 타고 있던 버스가 전차와 충돌해 평생 하반신마비 장애를 안고 살았다. 버스 손잡이 철봉에 몸을 관통당해 자궁이 손상되고, 오른 다리 열한 곳이 골절됐다. 오른발은 뭉개지고 요추와 골반, 쇄골, 갈비뼈, 치골 등에 다발성 골절상을 입었다. 아홉 달을 꼼짝없이 누워있었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 결혼했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세 번 유산했고 끝내 아이를 얻지 못했다. 사랑했던 남편은 친여동생과 바람을 피워 버스 사고보다 더 큰 상처를 줬다.'

상처로 점철된 삶이었지만 그가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의 제목은 '인생이여 만세(Viva La Vid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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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등 고통 끌어안은 예술가 17인의 삶

'열여덟 살에 타고 있던 버스가 전차와 충돌해 평생 하반신마비 장애를 안고 살았다. 버스 손잡이 철봉에 몸을 관통당해 자궁이 손상되고, 오른 다리 열한 곳이 골절됐다. 오른발은 뭉개지고 요추와 골반, 쇄골, 갈비뼈, 치골 등에 다발성 골절상을 입었다. 아홉 달을 꼼짝없이 누워있었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 결혼했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세 번 유산했고 끝내 아이를 얻지 못했다. 사랑했던 남편은 친여동생과 바람을 피워 버스 사고보다 더 큰 상처를 줬다.'

멕시코의 위대한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은 이렇게 요약된다. 칼로는 좌절하지 않고 그림에 몰두해 숱한 명작을 남겼다. 상처로 점철된 삶이었지만 그가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의 제목은 '인생이여 만세(Viva La Vida)'였다. 칼로는 마지막 그림을 완성하고 8일 뒤 숨을 거뒀다.

'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은 자신의 삶 속으로 기꺼이 고통을 끌어안은 예술가 17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17인의 주인공 중 칼로

가 가장 먼저 나온다. 살바도르 달리, 구스타프 클림트 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들은 칼로의 '인생이여 만세'처럼 빛나는 명화를 통해 우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상처의 순간을 버티고 견뎌내다 보면 언젠가 당신의 삶도 작품이 될 거라고, 당신이 가진 모든 상처가 빛나는 색채로 밝아질 날이 올 거라고 말이다.

글쓴이 추명희 작가는 "그림과 인생은 닮았다"며 "깊은 상처를 견뎌낼수록 더 단단해지는 인생처럼 그림도 작가의 고통 속에서 더욱 숭고해진다"고 말한다.

섬세한 붓질과 조화로운 색감, 그림을 가득 메운 아름다운 피사체, 세계를 감동시킨 화려한 미술관 속 수많은 명화는 완벽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미묘한 아우라를 풍긴다. 하지만 그 완벽한 그림 너머에는 고통에 몸부림친 불완전한 인간이 살아 숨 쉰다. 그들은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였고 결국 빛나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역사 속 수많은 예술가의 삶은 가난과 질병, 실연과 고독 등 온갖 종류의 고통으로 점철됐다.

에드바르 뭉크는 결핵으로 피를 토하던 어머니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다섯 살의 나이에 보고 처음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자신 또한 열세 살부터 피 섞인 기침을 했다. 그는 그림자처럼 자신을 따라다니는 죽음을 평생 두려워했다. 상처와 두려움은 명작 '절규'의 바탕이 됐다. 뭉크는 "나의 모든 작품은 질병에 대한 사색에서 비롯됐다"며 "두려움과 고통이 없었다면 나의 삶에는 방향키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은 어린 시절 겪은 사고와 유전병 때문에 150㎝ 남짓한 작은 키로 평생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그는 프랑스의 열두 대귀족 가문 출신으로 체면을 중시하는 아버지에게 평생 외면당했다. 로트렉은 그림을 통해 내면을 치유했다. 1889년 몽마르트 언덕에 개장한 클럽 물랭 루주에서 온갖 치장을 한 채 모인 이들의 화려한 모습 속에 숨은 낡고 지친 인간 본연의 모습을 포착해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그는 "장애가 없었다면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라 한탄하며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했다. 하지만 그림을 통해 인간과 삶을 배웠다. 그는 "인간은 추하다. 그 추함 속에 매혹이 있다. 그래서 삶은 아름답다"고 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1889년작 '별이 빛나는 밤'은 그의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그가 '별이 빛나는 밤'을 완성한 곳은 프랑스의 어느 한 정신병원이었다.

위대한 명화와의 만남은 그 자체로 설레는 일이다. 그 명화의 탄생 과정을 알게 되면 그 설렘은 배가된다. 작가를 알게 되고 삶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그 길을 안내하며 어쩌면 힘든 하루를 보냈을 독자에게 위로를 전한다.

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 | 추명희 지음 | 책들의정원 | 368쪽 | 1만9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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