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공개'를 의무화하면 생길 수 있는 일
[이준만 기자]
▲ 교사의 본질은 '수업'이다. 교사는 수업을 잘해야 한다는 말이다. 교사가 수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수업을 공개해야 한다. |
ⓒ 픽사베이 |
내가 근무했던 지역 고등학교 교사들이 종종 했던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교사들이 수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또 교사들에게 학교생활 중에서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수업 공개'라는 대답은 틀림없이 대답 빈도 최상위권에 자리하리라 짐작한다. 아니 확신한다. 실제로 이런 조사를 해 보지는 않았지만 30년 넘게 지방 소도시 일반계 고등학교에 근무한 경험으로 볼 때 거의 백 퍼센트 그러리라 확신한다. 어떤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지나가는 개미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교사들이 수업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수업은 교사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판사가 판결로, 기자가 기사로, 의사가 진료로 말해야 한다면 교사는 수업으로 말해야 한다. 그러므로 훌륭한 교사라면 모름지기 수업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다른 일을 기막히게 해낸다 하더라도 결코 훌륭한 교사라 할 수 없을 터이다.
그러면 교사들은 왜 자신의 수업을 공개하는 데에 부담을 느낄까? 교사들마다 다 다른 이유를 댈 수도 있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내 생각에, 교사들이 수업 공개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수업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건 교사 개인만의 책임은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라 해야 마땅하다. 내가 근무했던 고등학교들의 경우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 보겠다.
신임 교사들이 당황하는 이유
고등학교 교사들은 주로 사범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데 사범 대학에,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을 때 좋은 수업을 하는 데 필요한 강의가 거의 개설되어 있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1980년대 중반에 사범 대학을 졸업했는데, 그 당시 내가 수강했던 강의 중, 고등학교 수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될 수 있는 강좌는 '국어과 교재 연구 및 지도법'이라는 3학점 짜리 강좌 단 하나였다. 대학 4년을 통틀어서 말이다. 요즘은 상황이 좀 나아졌나 싶어, 내가 다녔던 사범 대학의 교육과정을 살펴보았더니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국어과 교재 연구 및 지도법'이라는 3학점 짜리 강좌에 '창의적 국어 교수 설계'라는 3학점 짜리 강좌 하나가 추가된 정도였다.
그러니 사범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고등학교에 발령을 받은 교사들은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4주 간의 교생 실습을 통해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4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소한 한 학기 정도는 교생 실습을 해야 무언가 필요한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경우, 고등학교에서 첫 수업을 하는 교사들은 자신들의 고교 시절 선생님이 어떻게 수업했는지를 떠올려 수업을 하게 된다. 물론 대학에서 배운 최신 교수법 이론을 고교 수업 현장에 적용하여 수업하는 교사들도 있겠지만 그런 교사들의 비율이 얼마나 되겠는가? 유의미한 비율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대부분의 신임 교사들은 맨땅에 헤딩하며 수업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신임 교사들의 수업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있다. 노련한 선배 교사들의 수업을 보고 배우면 된다. 사실 매우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노련한 선배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을 공개하고 신임 교사들이 그 수업을 보고 배우는 체계가 내가 근무했던 고등학교들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수업 공개'라는 제도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유명무실하게 작동했다고 해야 할 터이다. 내가 근무했던 고등학교들에선 모든 교사들이 연 2회 학습 지도안을 작성하여 제출한 다음 자신의 수업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었다. 담당 부서에서 수업 공개 계획을 세워 학교장의 결재를 거친 엄연한 공식적인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업 공개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개의 경우는 학습 지도안을 제출하면 그것으로 만사형통이었다. 실제로 수업 공개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도교육청의 '장학 지도'가 있을 때 뿐이었다. 또 이때 노련한 선배 교사들이 수업을 공개하는 게 아니라 신임 교사이거나 저연차 교사가 수업을 공개했다.
이런 현상은 내가 근무했던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거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짐작한다. 물론 그 어딘가에, 수업 공개 계획대로 수업을 공개하는 고등학교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고등학교의 경우는 아니지만 모든 교사들이 한 달에 한 번 수업을 공개하고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학교의 사례를 책에서 접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주 희귀한 사례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니 고등학교 신임 교사들이 자신들이 수업 역량을 강화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게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현실이다.
고등학교 교사들의 수업 역량을 강화하자는 데 쌍심지 켜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다른 여러 가지 방법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고등학교 내에서 수업 역량 강화 방법을 찾아내어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사실 찾을 필요조차 없다. 이미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모든 고등학교에 있는 '수업 공개'라는 제도가 어떻게 하면 실질적으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되지 않겠는가.
'수업 공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업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업 공개의 대상은 같은 교과 담당 교사가 되어야 한다. 퇴직 무렵, 내가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학부모 수업 공개 주간'을 설정하고 학부모에게 교사들의 수업을 공개했다. 학부모들에게 안내장을 보내고, 학교 정문에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홍보도 대대적으로 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퇴직 3년 전부터 퇴직할 때까지, 내 수업을 보러 온 학부모는 단 1명이었다. 지금도 아마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을 터이다. 그러므로 수업 공개를 의무화하고 같은 교과 담당 교사들에게 수업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교사들끼리 수업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도록 해야 한다.
수업 공개의 횟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는 할 터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할 때, 한 학기 최소 2회 이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형편을 고려하여, 각 고등학교에서 정할 일이다. 이렇게 모든 교사가 한 학기 최소 2회 이상, 같은 교과 담당 교사들에게 수업을 공개하고 그 수업에 대해 툭 터놓고 이야기를 한다면, 교사들의 수업 역량은 틀림없이 강화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책에, 한 달에 한 번 모든 교사들이 수업 공개를 하고 수업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 학교의 신임 교사가 3년 만에 수업 전문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처럼 수업 공개는 교사의 수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처방전이라 할 수 있다.
각 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의 수업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그런 다음 교사들의 수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업 공개'를 떠올릴 수 있을 터이다. 문제는 내 경험에 비추얼 볼 때, 각 고등학교에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만일 교사가 아닌 사람들에게 '교사들의 수업 역량을 높이는 게 중요한 일일까요?'라고 묻는다면 백이면 백, 그렇다고 답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내가 30년 넘게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동안, 고등학교에서 '수업' 또는 '수업 역량 강화'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는 경우를 접하지 못했다. 안타깝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업 공개 의무화'가 고등학교 교사들의 수업 역량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분명 아니겠지만, 그 첫걸음은 될 것임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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