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칼럼]'미국우선주의' 2기는 더 나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임기 동안 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주장하는 외교 전문가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글을 쓰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일례로 로버트 블랙윌 전 대사와의 인터뷰 기사 제목은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였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있어 2기 행정부를 둘러싼 들뜬 기대감은 이미 사라졌다.
현실을 직시하자. ‘중국부터’라는 말은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먼저 포기하라"는 코드일 뿐이다. 미국의 동맹국들을 ‘공짜로 무임승차 하는 나라들’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이제는 설득력을 잃었다. 거의 모든 동맹국이 방위비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한 억만장자가 유럽의 미래를 좌우할 당의 전화를 받고, 여성을 ‘후방 지원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폭스뉴스 출신 방송인이 국방예산 1조달러를 책임지게 된다. 여기에 남북으로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서안지구를 병합하면 더 안전해질 것이라는 생각마저 진지하게 논의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옳은 점도 있다. 바로 중국이 미국 주도의 글로벌 질서에 있어 가장 큰 위협 두 가지 중 하나라는 점이다. 그리고 문제는, 또 다른 위협이 바로 트럼프 당선인 그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중국통 정치학자이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민신페이의 우려를 들어보자. 그는 "많은 사람은 중국과 트럼프 2기 미국 사이에서 가장 큰 충돌은 무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도 "트럼프와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을 밤잠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역이 아니라 대만"이라고 썼다. 만약 대만 정부가 F-35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과 같은 미국 무기를 대규모로 구매할 경우 이러한 불면증은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는 "중국이 침략할 가능성은 작지만 대만해협 봉쇄 등 회색지대 활동은 급격히 강화될 수 있다"면서 "(호전적인)매파에 자극받아 자신의 강경함을 입증하고 싶어하는 트럼프는 60년 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대치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지역에 대규모 미군을 파견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다니엘 모스는 "2016년 트럼프가 첫 대선 승리 후 맞이했던 중국과는 다르다"면서 "대통령 당선인이 된 트럼프가 이제 더 싸울 필요가 없는 무역전쟁을 준비하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한때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은 이후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심각한 취약점을 드러낸 상태다.
데이비드 피클링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생에너지 전쟁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손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짚었다. 피클링은 "태양열, 배터리, 전기자동차 수출은 신흥경제국의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할 기회"라며 "남반구 국가들을 위한 그린 마셜플랜이 강력한 소프트파워 원천이 될 것이다. 이는 시진핑 시대에 중국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아시아 담당 칼럼니스트인 카리시마 바스와니는 "중국을 향한 돌 하나가 태평양을 건너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한다. 바스와니는 수십년간 미국과 국방 우선순위,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며 파트너가 돼 온 인도네시아가 최근 몇 년간 경제적 지원으로 인해 중국과 더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의 고립적인 외교정책이 자카르타를 베이징쪽으로 더 끌어들이고 있다"며 "트럼프가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교류할지 불확실하다"고 봤다.
일본의 경우 이미 혼란이 시작됐다.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는 낮잠 잘 시간조차 없는 상황이다. 게로이드 레이디는 "인기 없는 총리(이시바)는 트럼프의 복귀에 대처해야 한다"면서 "트럼프는 한때 일본에 대해 사람들이 손을 흔드는 대신 절을 하는 것이 유일하게 좋다고 말했던 남자"라고 지적했다. 지난 3년간 안정기를 맞았던 미일 동맹에는 새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그리고 그 혼란은 태평양 연안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먼저 서쪽을 살펴보자. 앤디 무케르지는 "무역에 강경한 트럼프가 인도를 피해 가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 기술 기업을 대신해 뉴델리를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의도치 않게 경쟁사의 비즈니스 이해관계를 더 가깝게 만드는 대신, 트럼프 당선인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인도 국내경제 둔화 문제를 먼저 해결하도록 두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동쪽이다. 후안 파블로 스피네토는 대규모 불법이민자 추방, 관세 등을 언급하며 "이러한 정책은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에 중요하지만 시행 시 남미 최대 무역파트너인 중국에는 ‘하늘이 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남미 경제대국 5개국 중 4개국이 좌파 정부인 상황에서 이들 국가로선 중국과 더 가까워지며 트럼프 공세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의 고통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서린 톰베크는 "트럼프의 과거 정책은 베이징의 첨단기술 야망을 막지 못했다"며 "트럼프가 단기적이고 거래적인 승리에 집착하는 동안, 시진핑은 장기적 승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5년 대선 출마 선언 연설에서 1500만달러짜리 아파트, 톰 브래디, 조지워싱턴다리 등을 언급하다가 "사람들은 넌 중국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면서 "중국의 지도자는 우리 지도자들보다 훨씬 똑똑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들은 이 열변을 두고 약 10년 후인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미국우선주의 2.0이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인가? 내 동료 중 몇 명은 최소한 약간 완화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할 브랜드는 "중동은 트럼프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트럼프가 또 다른 중동 혼란을 피할 수 있다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한 과감한 행동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분석했다. 마크 챔피언은 "트럼프는 하루 만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전선을 안정시키고, 유럽이 미국의 노력 이상으로 하도록 장려하며, 러시아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임기에도 여전히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토빈 하쇼
블룸버그 오피니언 수석 에디터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America First’ Looks Worse the Second Time Around’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해 요약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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