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광년의 고독’ 日국민시인 다니카와 슌타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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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郎)가 지난 13일 오후 10시5분 도쿄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이 19일 전했다.
시인 네지메 쇼이치(根締正一·76)는 "다니카와씨는 시의 영역을 넓게 사용할 수 있었던 사람으로 그에게는 막다른 골목이 없었다"며 "전후 '황야(荒地)'파 시인들이 단단한 언어로 접근했던 것과 달리 그는 부드럽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어려운 주제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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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아톰’ 주제가 작사
2015년 신경림과 6개월 주고받은 시 출간
전후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郎)가 지난 13일 오후 10시5분 도쿄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이 19일 전했다. 향년 92세.
장례는 상주인 장남 다니카와 켄사쿠씨를 비롯해 가까운 친족만 참석한 가운데 간소하게 치러졌다고 한다.
다니카와는 1951년 등단 이후 70년 넘게 시인이자 각본가, 번역가, 작사가 등으로 폭넓게 활동해왔다. 본업인 시인으로서는 신선한 감성과 모더니즘이 융합된 시적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요미우리는 “70여년에 걸쳐 친근하고 부드러운 작품을 발표해온 그는 현대 일본 시의 상징적 존재였다”고 적었다.
다니카와는 철학자이자 호세이대학 총장을 지낸 다니카와 테츠조의 외아들로 1931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50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에는 진학하지 않았다.
그는 이듬해인 51년 시인 미요시 타츠지(三好達治)의 추천으로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52년에는 작품들을 모아 데뷔 시집 ‘20억 광년의 고독’을 출간했다.
요미우리는 “‘20억 광년의 고독에/ 나는 저도 모르게 재채기를 했다’는 문구로 대표되는 그의 시는 전후 상흔이 남아있던 시대에 우주적 감각과 삶의 기쁨을 표현한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전후 일본 시단은 전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단한 시가 주를 이루는 분위기였다. 다니카와는 그 속에서 신선한 감성을 지닌 시인으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다.
산케이는 “(다니카와는) 산문시부터 언어 실험, 일본어 음운성에 주목한 독창적 히라가나 시까지 폭넓은 작품 세계를 펼쳤다”며 “일상생활에 뿌리를 둔, 음악성 넘치는 시는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설했다.
다니카와의 시는 유럽과 미국, 아시아 각지에서 번역·출판됐다.
그는 각본, 작사, 번역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약했다. 64년 도쿄 올림픽 기록 영화 제작에 참여했고, 스누피로 유명한 미국 만화 ‘피너츠(Peanuts)’ 번역 작업을 꾸준히 맡았다.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 ‘하울의 움직이는 성’ 주제가도 그가 작사했다.
62년에는 ‘월화수목금토일의 노래(月火水木金土日の歌)’로 일본 레코드 대상 작사상을 수상했다. 75년에는 영국 동요집을 일본어로 번역한 ‘마더 구스(엄마 거위)의 노래’로 일본 번역문화상을 받았다.
지난 5월 22일 작고한 신경림과는 2015년 서로 6개월간 주고받은 시를 엮은 시집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간했다.
시인 네지메 쇼이치(根締正一·76)는 “다니카와씨는 시의 영역을 넓게 사용할 수 있었던 사람으로 그에게는 막다른 골목이 없었다”며 “전후 ‘황야(荒地)’파 시인들이 단단한 언어로 접근했던 것과 달리 그는 부드럽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어려운 주제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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