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4만원 제주 문화비…공무원들 미리 알고 쓸어갔다
청년 1인당 문화복지포인트 4만원을 선착순 지원한 제주도의 사업 혜택이 공무원들에게 쏠렸다는 이른바 ‘공무원 선수 치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제주청년 문화복지포인트 지원사업’에 대한 조사 결과 해당 사업을 담당한 부서 경고와 관련자 주의를 도지사에게 요구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사업은 제주도가 제주에 거주하는 청년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선착순 1만명에게 1인당 연 4만원의 문화복지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감사위에 따르면 도는 지난 5월 22일 오전 9시 사업을 공고하고 신청자를 받기 시작했는데 초반부터 신청이 몰려 4시간여 만인 오후 1시 11분에 조기 마감됐다. 애초 신청 기간은 6월 21일까지 한 달간이었다.
도는 접수 당일 해당 공고문을 게재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순식간에 선착순 1만명 접수가 마감돼 도민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에는 “공무원만 위한 정책인 거 같다” “공무원 지인 없는 사람은 그냥 우롱당해야 하는건가” “신청한 사람들 직업군 중 공무원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등 민원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이에 대해 감사위가 조사한 결과 실제 공무원들이 사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 수 있었고, 일반인보다 상대적으로 공무원이 더 많이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는 이 사업에 대한 사전 공고 없이 접수 시작 당일인 지난 5월 22일에야 공고문을 게재했고 보도자료는 신청 시작 40분 후에야 배포했다. 그런데 도가 공고 이틀 전인 같은 달 20일 본청, 직속기관, 읍면동 등에 사업 홍보에 협조해달라는 문서를 전달했다. 실제 청년 공무원들이 도민보다 이틀 먼저 사업 정보를 알 수 있었던 셈이다.
또한 실제 신청자 1만명 중 공무원은 1080명으로 제주 청년 공무원(3174명)의 34.03%를 차지한 반면, 일반인 신청자는 8920명으로 일반인 대상자(15만5450명)의 5.74%에 불과했다.
감사위는 “일반인보다 공무원이 더 많이 신청해 대상 편중과 정보 제공 시기 불합리 등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는 등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며 특정 대상자에게만 사업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없게 할 것을 당부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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