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에 의결권도 챙기고…'단골 수법' 재단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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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집단이 사회공헌 재단과 같은 비영리법인을 세우고 자사주를 출연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꼼수'가 일상이 됐다.
주주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상법이 개정되고, 공익재단에 출연된 지분의 의결권을 보다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에 출연한 주식은 상증세를 5%에서 최대 20%(의결권 불행사 조건)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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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화해 공익사업 활용 경우 드물어
자사주 의결권 행사해 사실상 지주사 역할도
대기업 집단이 사회공헌 재단과 같은 비영리법인을 세우고 자사주를 출연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꼼수'가 일상이 됐다. 주주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상법이 개정되고, 공익재단에 출연된 지분의 의결권을 보다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에 출연한 주식은 상증세를 5%에서 최대 20%(의결권 불행사 조건)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 또한 2020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소속된 공익법인이 취득하거나 소유하는 주식은 의결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제한되지만 각종 예외 사항이 달려있다. 우선 해당 공익법인이 특정 계열사의 단독주주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상장사인 경우 임원 임면, 정관변경, 합병 및 영업양도 등 주요 의안에 한해 특수관계인과 합산 15% 이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M&A)를 방어할 때는 활용해도 된다는 취지에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잘만 활용하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출연해 우호 지분을 늘리고, 절세까지 가능한 일석이조인 셈이다. HL그룹 지주사 HL홀딩스가 아직 만들지도 않은 재단법인에 자사주 약 47만193주(발행주식의 4.76%)를 출연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적으로 매입한 자사주를 재단에 출연하는 것은 주주가치에 긍정적이지 않고,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볼 여지가 있다"라며 "소액주주의 권리와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최근의 흐름과도 상반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주식 출연이 '사회적 책무 실행'이라는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팔아서 현금화하지 않는 이상 주식 자체가 실질적으로 공익 활동에 도움이 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주식을 팔기 힘들다면, 배당을 받아야 하는데 국내 기업의 배당률은 낮은 편이다. 일부 기업들이 공익법인을 사실상 지주회사로 활용하는 형태로 악용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실 기업의 재단 등 공익법인들은 지분을 매각하거나 해서 현금을 만들고 공익사업을 벌여야 하는데 대부분은 그러지 않고 주식을 들고 있다"라며 "재단에 출연한 주식이 지배권 강화 또는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쓰이는 고전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KT&G가 대표적이다. KT&G는 KT&G복지재단, KT&G장학재단 등 회사 비영리법인에 꾸준히 자사주를 출연했다. 그 결과 비영리법인들이 가진 KT&G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6.37%에 달한다. 같은 시기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의 지분 7.11%와 큰 차이 없는 수준이다.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가 비영리법인으로 넘어가면서 회사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게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공익법인이 독립적인 운영을 한다고 해도 회사의 전·현직 임원들이 공익법인 이사장을 맡는 일이 관례인 만큼 사실상 우호 지분이나 다름없다"라며 "세제 혜택까지 받으면서 자사주의 의결권을 악용하는 행위를 더 확실하게 제한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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