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삶의 예시를 보여주는 책

김은미 2024. 11. 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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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인터뷰집 <크게 그린 사람> 을 읽고

[김은미 기자]

▲ 책표지 크게 그린 사람
ⓒ 한겨레출판
은유 작가는 인터뷰어로 유명하다. 은유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다가오는 말들> <쓰기의 말들> <글쓰기의 최전선> 등 글쓰기 관련 책을 통해 은유 작가의 찐팬이 되었고,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있지만 없는 아이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통해 팬심은 극대화되었다. 그리고 2022년 5월. 또 한 권의 인터뷰집 <크게 그린 사람>을 만났다.

<크게 그린 사람>은 세상에 지지 않고 크게 살아가는 18인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한 가지 주제를 따라가고 있지는 않지만, 서로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알고보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가 사람의 크기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혹은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워서 사람을 보지 못한다. 세상이 축소해서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좋은 인터뷰는 안 보이던 사람을 보이게 하고 잘 보이던 사람을 낯설게 하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사람을 크게 그리고 싶었다. 모두가 쳐다보는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사유를 자극하는 사람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 자체로 모두의 해방에 기여하는 사람들.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 (7쪽)

은유 작가가 인터뷰했던 인터뷰이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인권기록활동가 홍은전 : 내가 노들에서 십몇 년간 한 모든 것이 차별을 저항으로 만드는 일이었구나. 차별과 저항이 얼마나 멀고 이어지기 어려운 일인지 알았죠. 그게 얼마나 어렵냐면 내 청춘이 거기 다 들어간 거예요. 우리의 청춘이. (중략) 누군가 광장에서 운다는 건다른 사람을 위해서 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청년예술가 조기현 : 때로는 위악이 위안이 된다고.

과학수사대 경찰 원도 : 생각보다 부서지기 쉬운 한 명의 인간, 부서지는 사람들을 수습하며 매일 부서지는 그를 되살리는 힘은, 소신보다 월급이다. 그래서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다. 경찰은 직장이다.

가수 시와 : 일단 저는 잘 우는 사람이고요. 부끄럽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요. 왜냐하면 눈물도 말이잖아요.

소설가 김중미 :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를 두어야 하는 팬데믹 시대에 김중미가 내놓은 생존 키워드는 '곁'이다.

소설가 김혜진: 일이란 것 자체가 배우고 성장하는 것도 있지만 사람의 고유성을 훼손시키면서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한양대의대교수 신영전 : 공감능력은 필요한데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몸과 마음에 쿠션이 튼튼한 사람이 의사가 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의사는 건강을 다른 이들에게 전염시켜야 되거든요. 공감능력과 회복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환자는 위로가 되죠.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이원 김진숙 : 가장 무서운 형벌은 반복을 반복하는 것. 해고 이후 희망을 가졌다 빼앗겼다를 반복하는 동안 그의 몸은 얼었다 풀렸다를 반복했다.

국회의원 보좌관 박선민 :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뛰어남'이 아니라 '개인의 부족함을 보완할 팀'이라고 그는 정리한다.

은유 작가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이렇게 고백했다. '모두가 쳐다보는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사유를 자극하는 사람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 자체로 모두의 해방에 기여하는 사람들.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크게 그리고 싶었다고.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담긴 사람을 바라보는 인터뷰집'을 읽는 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편협한 생각들과 무지함을 반성했고, 내 삶의 얼굴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독자들은 이 책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삶의 예시를 통해 더 넓을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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