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환자 있다는 소리에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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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수 기자]
▲ 산청 성심원에서 외로운 분들을 위해 헌신하는 유의배 신부 |
ⓒ 오문수 |
현재 (재)프란치스코회가 운영하는 산청성심원은 한센생활시설인 '성심원'과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인 '성심인애원' 그리고 '산청인애노인통합지원센터'로 구성된 사회복지시설이다.
▲ 오른쪽 지리산 산자락 밑에 성심원이 보인다. 성심원을 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
ⓒ 오문수 |
강당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타향살이>노래 부르는 걸 보고 "저 분이 누구입니까?"라고 묻자 "성심원에 계시는 유의배 신부님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처음에는 <타향살이> 노래의 음이 좋았는데 가사를 알고 보니 더 좋아졌다"는 유 신부.
▲ 유의배 신부의 어릴 적 모습 |
ⓒ 오문수 |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한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하나님 뜻대로 여기 있을 겁니다" 라고 말하며 "한국인들은 공동체를 위하고 어려운 이들에게 관심 가지며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신부는 성심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의 학부형이기도 했다. 부모 대신 학교에 가서 담임을 만나고 서툰 한국어 실력으로 숙제를 도와주고 운동회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뛰었다. 그런 세월이 가는 동안 유신부의 검은 머리, 검은 수염은 백발이 되었다. 유 신부가 신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와 성심원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인연을 얘기했다.
"삼촌의 영향을 받아 학창 시절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역사학자와 선교사 중 하나였어요. 나는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것을 직접 보고 싶어서 선교사를 택해 볼리비아 티티카카 호수 인근에 있는 코파카바나 성전에서 2년간 근무했어요.
스페인에도 한센 병원이 있었어요. 한센병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파라과이 한센병 환자를 도우려고 했는데 진주로 발령받았습니다. 진주에 근무할 때 성심원에 한센병 환자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자원해 이곳에 왔습니다. 성심원에 오게 된 것은 하느님의 뜻입니다."
이국 땅에서 외로운 분들을 위해 헌신
유 신부가 한국에 근무하는 동안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고향에는 동생들만 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아버지의 임종 순간 함께하지 못한 아픔을 얘기했다.
▲ 성심원 초기에는 경호강을 건너는 다리가 없어서 배를 이용했다. 환자들을 건네줬던 뱃사공의 말에 의하면 "배를 건널 때 울지않는 분이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
ⓒ 오문수 |
▲ 복도에서 만난 장애인 소년을 끌어안아 주는 유의배 신부 |
ⓒ 오문수 |
500~600여 명을 떠나보내는 동안 150여 명의 염을 직접 한 유 신부는 성심원 가족에게는 성직자 이상이었다. 가족이 없는 한센인에게도 가족이 있는 한센인에게도 삶의 마지막 시간에는 늘 유 신부와 직원들이 있었다. 성심원에 계신 한센인들이 유신부에게 거는 기대다.
"내가 죽더라도 홀로 남겨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 유 신부가 내 삶의 마지막을 배웅해 줄거라는 믿음은 변하지 않아요."
혈육을 멀리한 채 머나먼 이국 땅에서 심신이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유 신부님의 방에 갔더니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 유의배 신부 방에 걸려있는 사진으로 유신부를 정말 좋아했다는 환자의 사진과 함께 “살아 있는 동안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죽을 때 두려움이 없다”는 글귀가 보인다. 환자는 고인이 되셨다고 한다. |
ⓒ 오문수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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