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 가운데 풍차를 돌려라"…해상풍력 O&M 시장 열린다
풍력발전 효율, 운전·정비에서 판가름
전북자치도 부안군 변산반도 끝자락 격포항. 이곳에서 배를 타고 30분 남짓 바닷길을 달리자 물 위로 불쑥 솟아난 거대한 기둥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자 높이 90m에 달하는 스무 개 타워에 달린 삼각 날개들이 초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장관이 펼쳐졌다.
현재 상업 운영 중인 국내 최대 규모 서남해 해상풍력단지가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 들어선 것은 2019년. 지난 12일 찾은 해상풍력 단지는 5년 동안 파도와 바람을 이겨내고 20기 모두 큰 이상 없이 전기를 만들었다. 이날 평균 풍속은 초속 5.67m, 총 발전량은 287㎿h를 기록했다. 일반 가정(하루 평균 8.33㎾h 사용) 약 3만4484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실증단지는 3㎿급 풍력발전기 20기, 총 60㎿ 규모다. 작년 말 상업 가동 중인 국내 해상풍력 설비 124.5㎿의 절반에 달한다. 풍력발전 시스템을 전량 공급한 두산에너빌리티는 O&M(운전·정비) 사업까지 담당하고 있다.
윤경진 두산에너빌리티 서남해 해상풍력 O&M사무소장은 "설비에 문제가 생기거나 고장 나서 발전기를 돌리지 못하게 되면 오늘같이 좋은 바람을 모두 놓치게 된다"면서 "해상풍력은 겨울 한 철 장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즉시 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도 바다로 출동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바다에 부는 바람을 오롯이 활용해 전기를 만드는 무탄소(CFE) 에너지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발전 시스템뿐만 아니라 O&M 사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O&M 사업은 운전과 정비를 가리킨다. 이는 해상풍력 성능을 의미하는 이용률과 직결된다. 설비 고장으로 바람이 부는 시간을 놓치면 이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큰 타워를 지었어도 제때 전기를 만들지 못한다는 얘기다.
일찌감치 풍력발전을 시작한 유럽이나 국가 주도로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에 비해 국내 풍력발전 기술력은 상당 부분 뒤처져 있다고 평가받는다. 국내 O&M 사업 경쟁력은 풍력발전 기술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력발전은 적기에 운전하고 정비하는 게 중요한데, 국내 사업자들은 발전단지에 상주인력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부안에만 8명의 인력이 감시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운영 중인 풍력발전 단지는 육·해상 포함 347.5㎿에 달하는데, 이 중 8개 풍력발전 단지 277㎿에 대해서 O&M을 담당하고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단지의 경우 운영 기한인 2039년까지 O&M을 책임진다.
현재 24시간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설비를 관리 감독하고 있다. 발전 시스템 계획정비부터 고장정비까지 담당하고 있다. 바다 위 타워에서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한 시간 남짓 배를 타고 가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중, 삼중으로 고된 작업이다. 윤 사무소장은 "겨울에는 거의 매일 직원들이 배를 타고 현장에 나가야 한다"면서 "고장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선 예방정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풍력발전 설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O&M 시장도 가파른 성장이 기대된다.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세계에 설치된 풍력발전 누적 설비용량은 1.2TW(육상 1.1TW, 해상 0.1TW)로, 2035년에는 약 3.1TW(육상 2.6TW, 해상 0.5TW)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 앞서 풍력발전을 해온 유럽은 노후 설비를 신규 설비로 교체하는 리파워링(repowering)도 늘어나 O&M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독일의 경우 현재 가동 연수가 20년 이상인 육상풍력 터빈의 수는 1만2266개로 전체 터빈의 40%에 달한다.
두산에너빌리티도 해상풍력 시장 성장성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확장해왔다. 지난 2017년 준공한 국내 최초 해상풍력단지인 제주 탐라해상풍력을 운영 중이며 100㎿ 규모의 제주한림해상풍력에 5.5㎿급 해상풍력발전기 18기를 공급, 올 연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단지도 실증단지 인근 해상에 연내 400㎿ 시범단지가 들어설 예정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있는 10㎿급 설비를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시범단지까지 성공적으로 가동하면 2GW 규모로 확장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시스템 추가 공급은 물론 O&M 사업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해상풍력 단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제주도에 풍력발전 통합관제센터 두산윈드파워센터와 풍력정비 교육훈련 센터를 만들고 있다"며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해상풍력 단지 가동률과 이용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안=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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