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뉴노멀' 시대에 과세만 노리는 韓 [기자수첩-산업IT]

황지현 2024. 11.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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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연일 돌파하는 지금 한국 투자자들은 트레이딩에만 집중할 수 없다.

국회 과반 이상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거대 야당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방침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참석한 그는 "미국이 가상자산과 비트코인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국과 다른 나라가 장악할 것이고, 중국이 가상자산을 장악하게 둘 수 없다"며 미국을 '비트코인 수도'로 만들겠다고까지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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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추진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거대야당 반대
美, 트럼프 당선으로 가상자산 주도권도 확보 전망
산업 육성해도 모자랄 판에 투자자 지갑만 노려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14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거래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연일 돌파하는 지금 한국 투자자들은 트레이딩에만 집중할 수 없다. 국회 과반 이상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거대 야당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방침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여야는 지난 2022년 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이재명 후보 모두 가상자산 산업을 키우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런 공약들은 선거 뒤 잊혀졌다. 금융위원회는 여전히 블록체인 시장에 보수적 규제로 일관하고 있고, 국내외 투자업체들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은 아직까지도 논의 중이다. 국정에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야당은 규제성 움직임엔 침묵하다가 느닷없이 과세 유예에는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전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으로 가상자산 주도권도 확보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상자산에 부정적 견해를 가졌지만, 지난해 7월 기존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다.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참석한 그는 "미국이 가상자산과 비트코인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국과 다른 나라가 장악할 것이고, 중국이 가상자산을 장악하게 둘 수 없다"며 미국을 '비트코인 수도'로 만들겠다고까지 공언했다. 실제 트럼프가(家)에서는 자체 가상자산 사업까지 펴고 있다. 가상자산은 '트럼프노믹스 2.0'의 주축 중 하나다.

한국은 과거 가상자산 시장을 주도하던 나라다. 국내 거래소 가상자산에 프리미엄이 발생한 정도를 뜻하는 '김치 프리미엄'은 지금까지도 주요 시장 지표 중 하나로 쓰인다. 미국에서든, 홍콩에서든 김치 프리미엄으로 발음한다. 과거에는 시장을 감독하던 심판은 없었지만 적어도 시장을 이끌었고, 2021년 전 세계를 뒤흔든 사기꾼 권도형도 나왔다. 그런데 2024년 한국은 미국 뒤꽁무니만 쳐다보는 처지가 됐다. 투자자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거래조차 못하고, 투자자들에게 세금 뜯을 궁리만 하는 게 현실이다.

이 사이 국내 산업은 말라 죽었다. 국내 블록체인, 가상자산 관련 인력은 해외로 빠졌다. 지금같은 가상자산 '불장'이 오기 직전 만난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2021년 테라·루나 사태 직후 해외 전화가 쇄도했다. 테라 개발자를 소개해달라는 연락이었다"며 "유능한 개발자들은 다 해외로 떠났다"고 전했다. 정부는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해도 모자랄 판에 거대 야당 눈치만 본다.

가상자산 시장을 육성해야 할 이유는 비단 트럼프 재집권 뿐이 아니다. 비트코인은 이미 지난달 말 원화 기준 1억원이라는 뉴노멀 시대를 열었다. 블록체인은 차세대 금융발전 기술로 각광받고 있고, 글로벌 유동성 증가로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판국에 천문학적인 돈을 굴리는 자산 운용사들로부터 인플레이션 헤지(회피) 성능을 검증 받았다. 미국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대통령 선거 전 "트럼프 당선을 기원하는 좋은 아침"이라는 아침 인사가 유행했다고 한다. 이제 미국은 민·관이 산업을 주도하며 규제 구조를 짤 수 있게 됐다. 선도적 위치에서 몰락해 투자자 지갑만 노리는 한국 당국과는 비교돼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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