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트럼프 장남 두 번 방한했는데 안 만난 윤 대통령
[이충재 기자]
▲ 지난 8월 순복음교회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모습 |
ⓒ 순복음위드교회 화면 |
트럼프 주니어는 올해 4월과 8월, 두 차례 방한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국내 한 기업의 초청으로 서울을 찾았는데, 공익목적의 자금모금을 위해 주로 재계 관계자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집니다. 트럼프 주니어는 미 대선을 코앞에 둔 8월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아 '깜짝 간증'을 했습니다. 트럼프 일가와 수십 년간 가족 예배를 진행해 '트럼프의 영적 멘토'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의 오랜 교분이 성사 배경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목사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극빈가정 자녀들을 위한 기저귀 무료 제공 사업을 하고 싶은데 한국 정부나 기업과 협의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정부는 두 차례의 트럼프 주니어 방한에도 어떤 접촉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부터 그와 만나지 않았을뿐 아니라 외교부 등 정부 관련 부처에서도 응대하지 않았습니다. 올 초부터 트럼프 주니어가 미 대선을 앞두고 아버지의 선거캠페인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왜 접촉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일각에선 바이든 현 대통령을 의식해서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당시에도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은 상황에서 외교 실패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트럼프 주니어의 역할은 트럼프 2기 내각 면면이 속속 발표되면서 더욱 주목을 끕니다. 트럼프 당선인을 대신할 '1위 대리인'이라는 평에 걸맞게 트럼프 2기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는 대선 직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정확히 실현할 수 있는 진짜 선수들을 아버지의 내각에 기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각료 인선의 막후 실세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황태자'로 불리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일찌감치 내각 인선 경쟁에서 탈락한 것 역시 트럼프 주니어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 외교 전략 있는지 의구심
윤 대통령이 미국 정계 핵심 실세 응대를 소홀히 해 기회를 놓친 게 처음이 아닙니다. 2022년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 의장 방한시 휴가중이라는 이유로 만나지 않은 것이 두고두고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미 하원이 우리 첨단산업의 미래와 직결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통과를 추진중이었고, 이런 내용이 대통령실에도 보고된 상황이어서입니다. 여기에 펠로시 의장의 공항 도착에 정부 관계자가 아무도 영접하러 가지 않은 사실까지 보태져 외교 결례 논란까지 일었습니다. 파문이 커지자 윤 대통령이 뒤늦게 펠로시와 통화했지만 보수진영에서도 한미동맹 강화를 외교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외쳐온 윤석열 정부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정부에선 트럼프 인맥을 찾느라 동분서주한다는 얘기가 파다합니다. 외교당국은 트럼프 1기 때 인맥을 활용하면 된다고 낙관해왔지만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은 트럼프 1기와는 판이하게 다른 '충성파'들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2일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날 저녁 방한한 미국 상원들과 만찬으로 논란을 빚자, 이들이 차기 정부에서 내각에 중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둘러댔지만 트럼프 2기 내각에 발탁됐거나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없습니다.
트럼프 당선 후 윤석열 정부의 대응을 보면 사실상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습니다. 그나마 내세운 '골프 외교'도 트럼프 당선과는 무관한 윤 대통령 개인의 여가 활동 목적이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윤 대통령과 트럼프와의 조기회동 추진은 "취임 전에 만나지 않겠다"는 트럼프 측 퇴짜로 물건너 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주니어 방한 때 만남을 갖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에 제대로 된 전략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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